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을 간다는 주목에게도 봄이 왔다. 천 년, 백 년도 못사는 인간의 수명으로 짐작할 수 있는 시간의 범위를 벗어난 개념이다. 하지만 그 긴 시간도 이렇게 봄마다 새 움을 틔우기에 가능한 일임을 안다. 새 잎을 내지 못하면 천년의 시간도 멈출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사람의 몸과 마음에서 펄떡이며 살아 숨쉬는 생명의 고귀함을 느끼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생의 주기가 다르다는 것뿐만 아니라 제 몸의 변화에 민감하지 못하는 감성 탓도 있으리라고 본다. 그런점에서 생명의 탄생과 시시각각 변하는 경이로움을 눈으로 보고 느끼기에 봄 만큼 좋은 때가 없다.

봄 봄ᆢ. 쌓인 눈이 채 녹기도 전부터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고 되뇌이며 봄을 기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스로가 살아 있음의 다른 표상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은 간절함에서 비롯된 지극히 정상적이고 간절한 감정과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하여, 오늘도 나는 그 봄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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