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은 숨었고 비마져 숨소리 죽여가며 내리는 봄밤이다. 간혹 제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톡ᆢ하고 떨어지는 빗소리가 깊은 밤의 정적을 허물어뜨릴 뿐이다.

담장 넘어 굴뚝엔 연기 피어나고 가로등 불빛에 어른거리는 밤비가 깨금발로 찾아오는 그리움처럼 조심스럽게 마음의 창을 톡ᆢ하고 두드린다.

어쩌지 못하고 토방을 내려서서 손바닥만한 뜰을 손가락 숫자만큼이나 서성이다 수줍은 미소를 들키기라도 한듯 부끄럽게 돌아선 밤이 깊어간다.

비가 대지에 스며드는 것처럼 내게 온 그대를 그리워하라고 봄밤에 봄비 오시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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