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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 속의 생각 ㅣ 태학산문선 304
문일평 짓고, 정민 풀어씀, 김태정 사진 / 태학사 / 2005년 4월
평점 :
꽃과 사람의 상호작용
많은 사람들이 꽃을 좋아한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 특히 겨울에서 봄으로 이어지는 때에는 꽃구경이라는 형태의 나들이를 유행처럼 즐기기도 한다. 그렇게 꽃을 가까이 두고 꽃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다양한 감정과 의지를 표출하고 누린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의 꽃을 대하는 현장에서 즉흥적인 감정을 누리고자 할뿐 꽃과의 감성적 공감을 넘어선 인문학적 접근을 시도하지 않고 있다.
꽃은 꽃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꽃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에 적극적인 영향을 끼쳐 심신의 안정을 주기도하고 행복한 느낌을 전해주어 꽃과 함께하는 동안 무엇보다 즐거운 시간을 누리도록 돕기도 한다.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꽃을 가꾸는 사람들은 훨씬 더 적극적인 작용으로 꽃과의 교감을 통해 꽃이 주는 혜택을 누리게 된다. 이렇게 사람들의 일상을 함께하는 꽃에 대한 특별한 감상을 기록한 사람이 있다. 바로 문일평이 그 사람이다.
호암湖岩 문일평文一平(1888~1939)은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가이자 언론인이며 민족주의 사학자다. 교육 활동과 일제 강점기 조선의 고서적, 역사에 대한 연구 등을 하였다. 그는 정인보, 안재홍과 함께 1930년대 조선학 운동을 주도한 역사학자이기도 하다.
이 책은 문일평 선생의 '화하만필花下漫筆'과 ‘사상史上에 나타난 꽃 이야기'를 정민 선생이 꽃에 따라 새롭게 배열하고 현대인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엮은 책이다.
"매화, 배꽃, 진달래, 철쭉, 영산홍, 동백, 해당화, 살구꽃, 복사꽃, 장미, 작약, 연꽃, 나리꽃, 봉선화, 도라지꽃, 할미꽃, 박꽃, 접시꽃, 앵도화, 백일홍, 무궁화, 목련화, 사계화, 맨드라미, 능소화,난화, 난초, 편화, 제비꽃, 모란꽃, 서향화, 치자, 해바라기, 수선화, 옥잠화, 금전화, 패랭이꽃, 추해당, 수구화, 양귀비, 국화, 나팔꽃"
문일평 선생이 주목했던 식물들이다. 귀하고 귀하지 않은 꽃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선생이 관심 갖는 꽃은 깊은 산골짜기에만 사는 희귀식물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식물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렇기에 독자들로 하여금 더 깊은 공감을 불러오는 글들로 꾸며져 있다.
위와 같이 일상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꽃에 대해 그 연원을 밝히고 꽃을 노래한 시와 시조 등을 중심으로 꽃의 이야기를 펼쳐간다. 그냥 보고 지나치는 꽃이 아니라 사람의 일상의 주변에 있으며 그 꽃을 바라보는 사람의 감정과 의지를 담은 문한작품을 함께 만날 수 있다.
곧 꽃 피는 봄이 시작된다. 그 꽃은 평범한 일상에 마음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문일평의 글맛과 김태정의 사진이 어우러진 꽃이 전하는 향기를 누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