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기다렸다. 담장 넘어 꽃피었다 그 꽃 떨어져 담장 아래 다시 피는 때가 오기를ᆢ. 그냥 주황색이라고 부르기엔 미안한 노란빛이 많이 들어간 붉은색의 꽃이 그렇게 피었다.
빨판을 이용하여 어디든 붙어 하늘로 하늘로 올라가는 것은 혹시나 오실지 모를 그리운 님 기다리는 마음이 담장을 넘어 빼꼼히 고개 내밀고자 하는 이유다.
'능소화'는 중국 원산으로 우리나라 전역에서 심어 기르는 덩굴나무이다. 꽃은 7~8월에 피며 새로 난 가지 끝에 달리고 노란빛이 도는 붉은색이다.
'능소화'
-이원규
꽃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화무 십일홍
비웃으며
두루 안녕하신 세상이여
내내 핏발이 선
나의 눈총을 받으시라
오래 바라보다
손으로 만지다가
꽃가루를 묻히는 순간
두 눈이 멀어버리는
사랑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기다리지 않아도
기어코 올 것은 오는구나
주황색 비상등을 켜고
송이송이 사이렌을 울리며
하늘마저 능멸하는
슬픔이라면
저 능소화만큼은 돼야지
*꽃잎만 툭 떨구고서도 못다한 그리움이 있어 땅에서 다시금 핀다. 그렇게 핀 그꽃이 더 곱다.
금등화·자위·대화능소·능소화나무라고도 한다. 여성의 그리움을 형상화한 '여성', '명예'라는 꽃말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