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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다다오의 도시방황
안도 다다오 지음, 이기웅 옮김 / 오픈하우스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보이지 않음을 찾을 수 있는 건축가
어릴 적 시골에서 살았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아가 들어가며 귀향이나 농촌생활을 꿈꾼다. 그러한 경향성은 전원생활이라는 이름으로 한때 사회적 흐름을 형성하기도 했지만 귀향이나 귀촌을 생각하는 감성과 현실의 차이로 인해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이제 안정된 것같이 보인다. 우여곡절을 거쳐 전원에 안착한 사람들은 전원생활을 꿈꾸지만 꿈보다 많은 벽에 가로막혀 좌절하기 일쑤다. 그렇기에 먼저 경험한 사람들의 소중한 일상이 많은 도움이 되곤 한다.  

나 또한 대도시 인근 농촌마을로 이사를 준비하면서 예상치 못한 일들로 힘들었다. 그때 인근에 먼저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을 방문하면서 생각과는 달리 부담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 이유는 그들이 새로 지은 집 때문이었다. 한옥으로 집을 근사하게 지어 살고 싶은 마음이야 누구에게나 있겠지만 집은 사람이 편안하게 거주하는 공간이라는 본래의 의미가 있기에 사람 위에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방문한 마을에 들어선 10여 채의 한옥은 보는 사람을 압도하여 주눅 들게 할 만큼 위협적인 모습이었다. 구경하는 사람의 마음이 그렇다면 그곳에 살아갈 사람들은 어떨까?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사람들은 감성적으로 자연에 가까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회가 변하고 삶의 방식이 변하면서 사람들의 의식주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하지만, 감성의 작용은 남아 늘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자연과 인간의 경계에서 이 둘을 구분하고 나누는 작업을 하면서도 조화를 이뤄가는 건축물을 설계하고 짓는 일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의해서도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된다. 

이 책은 바로 인간과 자연의 경계지점인 건축물에 자신만의 독특한 철학을 도입 성공한 건축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본 출신이지만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건축가 안도다다오가 자신의 건축철학을 완성해준 것은 바로 ‘여행’이었다고 고백하며 그 여행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과 건축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안도다다오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하기 전 트럭 운전수였으며 심지어 프로 격투기 선수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일본이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작된 이후 1965년부터 1992년까지 세계 각지를 도는 여행길에서 열린 가슴으로 만났던 건축물, 그림, 조각, 음악 등 모든 창작활동에 포함되는 영역과의 만남을 기록하였다. 그 여행은 베트남의 마지막 응우옌 왕조의 왕궁에서 출발하여 건축에 관심을 갖고 주목한 르 코르뷔제가 태어난 파리로, 바로셀로나, 밀라노, 로마 등 유럽의 문화 예술을 접하고 대륙을 넘어 미국 그리고 러시아와 동서양 문화가 만나는 이스탄불 등 수 많은 지역을 포함하고 있다. 

“건축은 벽에 의해 공간을 획득한다. 벽으로 둘러침으로써 건축의 안과 밖을 구분하며 외부를 공격하고 내부를 방어하는 힘을 갖는다. 하지만, 내가 만드는 벽은 그런 힘을 갖으면서도 동시에 자연을 받아들여 인간의 마음을 감싸 안은 벽이길 바란다.” 

23살이라는 청년의 파리행 도전은 그렇게 거장 건축가를 만들었다. 자신을 낳아준 아시아 일본의 정서를 바탕을 전 세계 예술가들의 창조를 향한 마음을 거름삼아 자연과 인간의 경계에 서 있는 건축물을 만들지만 이 둘을 나누지 않고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내는 안도다다오만의 독특한 건축철학으로 성장하게 되었음을 이 책을 통해 보여준다. 특히, 이 책 도시방황은 건축가의 눈에 비친 건축물에 국한 된 것이 아인 예술가들의 예술품에서 숨겨진 무엇을 읽어내는 그만의 독특한 감성이 묻어 있어 건축가로써가 아닌 인간 안도다다오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어판의 출간을 위해 새로 집필하는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는 그의 애정에 어울리는 책의 구성도 볼만하지만 한편으로 가독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음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일정한 흐름을 이어가면서도 각기 다른 편집은 안도다다오의 건축물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하지만 안도다다오를 잘 모르는 사람이 그의 여행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건축물이나 그가 본 예술 창작품들의 사진이 내용과 어울린다면 그의 건축철학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의 건축물이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받는 것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인간에 대한 고뇌, 인간과 자연의 교감, 자신을 성찰하는 모습이 그의 건축물로 나타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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