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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 속의 영화 - 영화 이론 선집 현대의 지성 136
이윤영 엮음.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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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영화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텅 빈 영화관에서 혼자 보는 영화, 몇 편씩이나 되는 영화를 밤을 세워가며 본 경험, 가족 모두 찡한 가슴을 안고 봤던 영화, 답답함을 시원스럽게 해소해주던 영화, 알 수 없는 미래를 동경의 눈으로 지켜볼 수 있었던 영화 등 그 어떤 영화든 기억 속의 영화는 늘 설렘과 함께 한다. 

이렇게 봐온 영화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의 범위를 넘어선 무엇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렇게 오래된 일이 아니다. 시대정신을 대변하며 앞선 미래를 개척하고자 하는 의지에 찬 영화나 도덕성을 잃어버린 권력자들이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자 의도적으로 만들었던 영화 등을 보면서 한 편의 영화 속에 담긴 깊은 의미를 알게 되었다. 영화를 보는 눈이 개인적 차원에서 사회적 문화의 반영으로 볼 수 있는 시각이 확대되었다는 점이 무엇보다 큰 변화라고 생각된다. 

영화의 이러한 점을 잘 나타내 주는 책을 만난다. ‘사유 속의 영화’는 바로 영화가 가지는 다양한 의미 중에서 인문학적 기능을 중심으로 살핀 영화 평론집이다. 영화평론가 이윤영 교수가 영화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는 글을 모아 번역했다.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 루돌프 아른하임, 발터 벤야민, 앙드레 말로, 모리스 메를로-퐁티, 앙드레 바쟁, 크리스티앙 메츠, 장-프랑수아 리오타르, 질 들뢰즈 등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알만한 사람들로 20세기를 대표하는 지성인들이 영화와 영화를 통해 치밀한 사유를 전개한 글을 모았다는 것이다.

이 책에 실린 열다섯 편의 글들은 시대 순으로 편집되어 있다. 이 점은 영화에 대한 시각의 변화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 시대에 따른 영화를 보는 다양한 인문학적 시각을 살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또한 철학자, 예술심리학자, 미술이론가, 작가, 기호학자 등 집필자들의 면면을 살펴볼 때 영화를 둘러싼 내, 외부의 시각이 종합적으로 반영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바로 영화를 통해 이웃 학문 간의 공감과 소통 그리고 상호작용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여 미래를 개척해 왔던 영화라는 문화의 한 장르는 영화가 내포한 의미가 단순하지 않음을 각인 시켜주고 있기에 충분하다.

“문학이나 음악이나 회화 등에서 상당한 식견을 쌓은 사람도 영화에 대해서는 보통 사람의 그것을 넘지 못한 관람 체험밖에 갖고 있지 않은 상황이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서문 중에서 

영화를 이해하는 어려움을 표현한 말로 보인다. 적극적인 문화 작용의 한 장르인 영화에 대해 개인적인 감상에 머물면서 영화가 갖는 본질에 대한 접근이 그만큼 어렵다는 말일 것이다. 이것은 개인적 경험에서도 확인된다. 보고 즐기면 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지난날 영화 감상의 태도를 벗어나기 힘들었던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학문적이라는 느낌이 강한 이 글들을 읽어가기가 만만치 않다. 시청각이 중심이 되는 영화를 이렇게 이론적으로 접한다는 점과 더불어 인문학적 시각이 가지는 어려움이 그것이다. 현대사회에서 누구나 쉽게 접하는 영화지만 그 한편의 영화 속에 담긴 본질적 의미를 생각해 보는 기회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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