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기 인문 B조 마지막 도서 : 우리가 싫어하는 생각을 위한 자유
우리가 싫어하는 생각을 위한 자유 - 미국 수정헌법 1조의 역사
앤서니 루이스 지음, 박지웅.이지은 옮김 / 간장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무엇을 보고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뜻이지만 특정한 사실이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된다는 의미로 쓰인다. 이 말은 우리 현대사를 대표하는 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권력을 손에 들고 있는 사람들이 그에 대항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행했던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분명 그렇다. 이는 오래되어 이미 기억 속에서 사라진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간에도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우리 헌법에 분명하게 기록되어 있는 국민의 권리 또한 이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일구어온 정치적 민주주의의 결과 많은 부분에서 국민의 권리가 확보되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국민의 기본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정신이 구현되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왜 이러한 일이 끊이지 않고 벌어지는 것일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러한 답답한 심정을 정치적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다는 미국의 경우를 거울삼아 우리의 현실을 냉철히 돌아보게 하는 저서를 만나게 되어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퓰리처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미국의 저널리스트 앤서니 루이스의 저서 ‘우리가 싫어하는 생각을 위한 자유’를 통해서이다. 이 책은 미국의 수정헌법 1조를 근거로 이 조항이 미국 내에서 어떻게 국민의 기본 권리와 충돌하는 다양한 사건들을 판단하는 근거로 작용하게 되는지의 과정을 법원의 판결을 실례로 분석하며 해설하고 있다.

‘의회는 국교를 설립하거나 종교의 자유로운 실천을 금지하는, 그리고 의사표현의 자유나 언론의 자유, 또는 사람들이 평화롭게 회동할 수 있는 권리와 불만사항의 시정을 정부에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그 어떤 법도 만들 수 없다.’

이는 미국의 수정헌법 1조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원론적인 이야기로 보이는 이 법조항이 미국국민들의 기본권을 지키는 키워드로 작용해 왔다. 이는 우리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 권리와 커다란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날 국민의 자유가 철저히 보장되는 나라로 대부분 미국을 지목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이 책을 읽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저자는 수정헌법 1조를 근거로 해서 의사표현의 자유,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 언론의 자유 등을 중심적으로 살피고 있다. 권력에 의해 침해받는 권리를 지켜나가는 최후의 보루는 이를 근거로 해석하고 판단하며 판결하는 법원의 판사들에 의해 지켜져 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대법원 판사들은 권리와 충돌하는 사건에 대해 수정헌법 1조의 해석에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즉, 무엇을 보고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이는 수정헌법 1조가 가지는 의미가 결코 고정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무엇이든 시대가 변함에 따라 그것을 판단하는 가치기준 또한 변하게 마련이다. 그렇기에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그 결과는 전혀 다르게도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법관들은 이 수정헌법 1조를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확장하며 권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향으로 확대 해석해 온 것이라는 점을 주목하게 된다. 특히, 표현의 자유가 사생활을 침해해서 심각한 피해를 불러오게 된 때에 그 중심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또는 언론의 자유는 무한정 보장되는 것이 맞는지 등 서로 충돌하는 가치를 판단할 때 근거하는 것이 바로 수정헌법 1조의 해석이었다고 보는 것이다.

저자는 ‘삶이 살 만하려면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지켜지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용기’라고도 말하고 있다. 법관들이 법을 해석하는 용기, 권리를 지키고 확대하려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유는 투쟁의 결과물이라고 하는 것이리라.

우리나라 권력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미국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자신의 가치판단의 모델로 미국을 생각하는 경우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그 미국이 지켜온 수정헌법 1조의 정신을 지켜가려는 사람들이 모습은 배우지 못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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