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거니 뒷서거니 움을 틔우고 키를 키우며 식구를 늘려간다. 꽃 잎을 하나 둘 열어 볕을 받아들이고 숨을 쉬는 듯 보이는 모습에서 숨소리마져 조심스럽다. 꽃 지고나서 잎이 무성하게 올라와 다음을 예약한다. 만개하여 세상을 품는 모습은 그 무엇보다 당당하며 떨구는 꽃잎마져 아름답기만 하다.


대상을 정해두고 시간이 지나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흥미로움이 얼마나 큰 감동과 울림으로 남는지 안다. 매년 같은 곳에 피어나기에 때가 되면 일주일 단위로 찾아서 시작과 마무리를 지켜 보았다. 꽃의 짧은 생의 주기를 지켜보며 사람의 일생을 짐작한다. 내게 생명의 모든 순간이 만개한 때처럼 다 절정이라는 것을 일러준 대상이다.


그 꽃이 올해는 절정에 이르지도 못하고 사라졌다. 

보아온 그 기록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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