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향해 고개를 내밀었다. 생살을 찟듯 묵은 둥치를 뚫고 움을 틔웠다. 가능성으로 출발한 꿈이 현실화 되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나무 둥치에 봄볕에 옹기종기 병아리 나들이 하는 병아리들 마냥 싹이 돋았다. 발길에도 손길에도 등산객의 무거운 엉덩이에도 무사하지 못할 곳이다. 애초에 설 자리가 아닌듯 싶으나 그건 구경꾼의 심사에 지나지 않을뿐 싹은 사생결단의 단호함으로 이뤄낸 결과일 것이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는 것이 봄 뿐이겠냐마는 더디기한 한 봄을 애써 기다린 이유가 있다.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새로운 꿈을 펼치느라 곱고도 강인한 싹을 내는 식물의 거룩한 몸짓을 본다. 일상을 사느라 내 무뎌진 생명의 기운도 봄이 키워가는 새 꿈과 다르지 않음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봄은 틈이며 숨이자 생명이다. 그 봄 안에 나와 그대가 함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