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달아서 끈적한 것 - 박상 본격 뮤직 에쎄-이 슬로북 Slow Book 2
박상 지음 / 작가정신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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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음악을 아주 많이 듣는다. 출근길, 퇴근길, 무료히 시간을 보내야 할 때, 카페에서, 데이트 할 때, 헤어진 연인이 무진장 보고 싶을 때. 그러다보면 음악에 이야기가 담기기 시작한다. 흔한 유행가가 지울 수 없는 노래가 되기도 하고, 가장 신나는 노래가 가장 슬픈 노래가 되기도 한다. 누구나 가슴속에 그런 노래 하나쯤은 있는 거잖아요. 나는 영화 <주토피아>의 OST 'Try everything'이 그렇게 슬프다. 최선을 다해 바꾸고 싶었지만 결국 너와 나의 사이는 바뀌지 못했고 우리는 그대로 안녕이었기에...

여튼 누구나 가슴속에 그런 노래 하나쯤은 있는데, 이 책의 작가 '박상'의 가슴속엔 그런 노래가 매우 많다. 이탈리아 어느 지역의 텅 빈 대합실에서의 노래, 연인과의 여행에서 들었던 노래, 셀프 인테리어의 고된 노동을 잊게 해준 노래 등. 시대를 넘나들고 세계를 아우르는 그의 음악취향과 음악에 얽힌 이야기는 사람을 훅 빠져들게 만들었다.

 

 

'유머 감각은 포기하면 안 되겠지만(p.14)'라고 작가가 말했듯, 작가의 모토는 유쾌, 유머, 개그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책이 재밌었다. 음악은 살짝 뒤로 하고 유쾌한 글만으로도 하루의 스트레스와 고단함이 풀리고 어느새 낄낄거리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정말 비극적인 순간에도 '이 순간에 음악이 없었으면 어쩔 뻔 했어!' 하는 작가를 보며 '이 맛에 사는 거지!'라던 커트 보네거트가 떠올랐다.

낄낄거리며 읽는 데도 완독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어떤 음악을 듣고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추억을 떠올리는지 궁금해서 하나하나 들으며 읽었기 때문이다.

영화 <비긴어게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댄(마크 러팔로)과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가 한 기기의 노래를 이어폰 두 개로 들을 수 있게 해주는 '분배기'를 이용해 노래를 들으며 뉴욕을 돌아다니는 장면이다. 이 노래는 어떨 때 들었고 이 노래는 이래서 좋아하고~. 그 장면을 보며 나도 후에 꼭 연인이 생기면 저걸 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우리는 그 분배기를 이용하진 않았지만, 책이라는 분배기를 통해서 얼추 그 장면을 따라한 느낌이었다. 작가의 쓸쓸함을 느끼기도 하고, 록음악에서는 그의 분노를 느끼기도 했다. 그가 음악 속에 저장해놓은 추억과 생각은 진지하기도 하고 엉뚱하기도 했다. 

 

 

뭘 듣는지 보면 그 사람에 대해 알게 돼. (영화 <비긴어게인> 中)

그래서일까. 책을 다 읽고 나니 작가가 부쩍 친밀해진 느낌이었다. 웹툰처럼 작가의 글을 한 주에 한 편 씩이라도 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이 끝나는 게 못내 아쉬웠다.

글을 쓰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이 '음악'과 '여행'을 꼭지로 많이 삼는다. 그런 이들에게 워너비가 될 수 있는 책일수도 있겠다.

 

모든 음악은 시대를 초월하는 아름다운 의미가 있음을 깨달았다. 음악은 마음을 열고 들을 때 비로소 빛나는 보석인 것이다. (p.89)

추억은 과거 한때 아름다움의 순간 포착이고, 절대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회한의 부작용이 있어서 아픈 것 같다. 잠시 흐뭇해하다 한숨이 나올 만큼 아픈 걸 알면서도 우리들은 또 아름다운 순간들을 수집하고, 추억을 저장할 수밖에 없는 존재 아닌가 싶다. (p.282~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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믜리도 괴리도 업시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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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책. <매달리다>, <골짜기의 백합>, <믜리도 괴리도 업시>, <사냥꾼의 지도>가 기억에 남는다. 성석제 작가는 정말 이야기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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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지음, 조석현 옮김, 이정호 그림 / 알마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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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학자 올리버 색스가 진찰하고 치료를 도운 환자들의 사례를 모은 책이다. 낯설고 생소한 신경병에 저자가 주의를 부탁한 호기심과 신기한 마음이 먼저 들지만, 환자가 신경병에 맞서거나 병과 동행하고 적응하는 모습을 보며 인간에 대한 숭고한 마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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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프라우
질 알렉산더 에스바움 지음, 박현주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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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usfrau, 독일어로 주부를 뜻한다. 스위스 남자와 결혼해 스위스 디틀리콘이라는 작은 마을로 이사온 미국인 안나. 벤츠라는 성도 얻었다. 아이 셋의 엄마고 분명 사랑한 것 같은 남자가 남편이고 적당히 도와주고 쓴소리하는 시어머니가 있다. 삶은 대체로 여유로운 편이고 모든 것이 정시에 이루어지는 스위스의 시스템은 불편함을 지운다. 하지만 안나는 외롭고 고독하고 우울하다. 유년시절부터 꿈꿔온 외국남자가 자신을 미국에서 유럽으로 옮겨주었는데도 쓸쓸하다. 낯선 도시, 낯선 언어, 낯선 사람들. 안나는 붕 뜬 상태에서 자신을 강력하게 당겨줄, 자신을 강력하게 원할 '사랑'을 갈망한다.

 

그래서 안나는 다른 남자를 만난다. 진정한 사랑이라고 할만할 사랑을 하기도 하고, 외국인이 가지는 외로움을 공유하고 있는 남자와 만나기도 하고, 육체적인 관계의 지분율이 높은 사랑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채워줄 사람은 없다. 결국 이 관계들이 안나를 파국으로 이끌지만, 그녀가 진정한 사랑을 했는지, 사랑에 미쳐봤는지는 의문이다. 이 점에서 <안나 카레니나>나 <마담보바리>의 주인공들보다 더 수동적이다.

 

파국에 이르러서야 사람은 깨닫는다. 안나는 늘 자신의 삶을 바꿔줄 사람을 기다렸지만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건 안나 자신이었다. 안나는 자신의 주위에 아무도 없다고 느끼고, 스위스에 자신 혼자 뿐이라는 고독함에 젖어있었지만, 사실 그녀를 도울 사람은 많진 않지만 존재하긴 했다. 각자는 각자의 고독과 싸우며 살고 있었다. 안나는 너무 늦게 알았다. 사실 외면하고 있었다. 하지만 깨달았을 때는 스스로 모든 것을 없애버린 후였다.

 

안나가 자신의 슬픔을 정당화하기 위해 내놓은 모든 이유만큼, 안나는 단순히 비참한 상태를 연장시키는 것 말고는 아무런 목적도 수행하지 않는 핑계를 대고 있는 거예요. (p.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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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프라우
질 알렉산더 에스바움 지음, 박현주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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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심리묘사가 주인공의 고독과 우울에 감정이입하게 만든다. 수동적인 삶은 만들어지는 것인가 본성인가 생각하게 만든다. 만들어진 것이든 본성이든 간에 그 삶을 바꿀 수 있는 건 백마탄 누군가가 아니라, 자기자신 밖에 없다는 건 분명하다. 독일어를 안다면 더 재밌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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