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어찌 하다보니 거의 1달 만에 이 책을 집어들었다. 지난번 포스팅 막판에 받아 적는 것과 관련한 요 근래의 논쟁(서울대 우등생들이 좋은 학점을 따기 위해 교수님의 얘기를 글자 한토시도 빼놓지 않고 모조리 받아 적는 행위)을 다뤘었는데, 모든 것이 일장일단이 있듯이 받아 적는 행위도 일장일단이 있음을 저자의 글을 통해 보게 되었다. 이것이 창의성이 중요시되는 요즘 시대에 맞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고, 온전한 지식 습득을 위해서 마땅히 거쳐야 하는 행위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이 논쟁과 관련하여 사람마다 각자의 상황 혹은 목적에 따라 지지하는 의견이 갈릴 것으로 보여지는데, 저자는 이 내용과 관련해서 딱히 부정적으로만 볼 것도 없지 않느냐는 식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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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나오는 글에는 목표와 방법이라는 것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이 글을 읽으면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논쟁이 생각났다. 어떤 것이 목적이고 어떤 것이 수단인지 헷갈리는 경우들이 있는데, 저자는 방법이 올바르다면 목표는 저절로 달성되어야 하는거 아니냐는 말과 함께 각종 공부법 책들의 저자들이 강조하는 노하우를 얻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되어버린 현실에 대해 얘기한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끊임없이 돌고 도는 생각의 꼬리가 이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서 나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글이었다.
받아 적기를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임시방편쯤으로 폄하할 수도 없을 것 같다. 1513년 마키아벨리는 친구에게 이런 편지를 썼다.
단테가 말했듯이, 배운 것을 잘 붙잡아 두지 않는다면 지식이 되지 않기 때문에, 나는 현인들과의 대화에서 얻은 배움을 적어 두었다. - P100
지식은 새로운 것의 생산이고, 생산에는 재료와 창고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잘 붙잡아 둔 배움의 모습은 필기일 수도 있고 암기일 수도 있다. 암기를 위해서라도 필기는 해 두어야 할 것 같다. 생각해 보니 받아 적기 자체에는 별로 죄가 없는 것 같다. - P100
그저 삶은 누구에게나 고생스러운 것이고 선택의 결과는 각자가 감당할 몫이라는 진실 - P102
주어진 과제를 그냥 수행하지 않고 자신의 언어로 재구성한 다음 최적화된 방법을 찾아내는 사람의 통찰 - P102
방법이 올바르다면 목표는 저절로 달성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저절로 달성되는 것들은 중요성이 0으로 수렴되는 게 맞지 않을까? 그들이 목표보다 방법을 더 중시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당연하다. 왜냐하면 딱히 목표를 따로 강조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 P104
우리는 어릴 때 목표가 우선이고 방법은 부차적이라고 배워 왔다. 살아갈수록 어설픈 목표나 기획은 결국 사람의 노력이나 인내에 의지하려 할 뿐이라는 걸 알게 된다. - P104
목표가 좋은 것보다 좋은 방법을 찾아내는 게 더 중요한 문제로 보인다. 생각해 보면 좋은 방법을 찾아낼 능력이 있었던 목표는 이미 실현되어 우리가 더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상태가 되어 있을 것 같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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