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아이사와 리쿠 상.하 세트 - 전2권
호시 요리코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국내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작가 '호시 요리코'의 《아이사와 리쿠》는 2015년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대상 수상이라는 어마어마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만화인데요. 만화라고 가볍게 보진 마세요. 아름답고 몽환적인 그림체와 철학을 품고 있어, 이미 일본에서는 정평이 나 있는 작품 중 하나라고 합니다.  요시모토 바나나, 오가와 요코 등에게 호평을 받은 작가더라고요. 작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전작품을 읽어보지 않아서 일단 그림체를 주목할 수 밖에 없었어요.


요즘 한국은 웹툰이 인기를 달라면서 테블릿펜으로 하는 컴퓨터 작업을 거친 그림들이 많은데, 《아이사와 리쿠》의 그림은 오로지 손 맛! 오랜만에 연필의 세밀하고  느낌을 전달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답니다. 마치 미완성의 습작을 보고 있는 듯! 그림체가 '아이사와'의 알 수 없는 심리를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색은 쓰지 않고 연필 데생의 선을 표현하고 있어 훨씬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더라고요.

 

 

 

《아이사와 리쿠》는 도쿄에 살고 있는 콧대 높은 소녀 '아이사와'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아이사와'는 인형 같은 외모, 청결을 우선시하는 깔끔함, 유기농 식품만 먹고, 부모님의 말도 잘 듣는 소녀입니다. 하지만 감정을 느낄 수가 없어요. 흔히 사춘기에 격변하는 심리를 주체하지 못해 감수성이 풍부해 진다거나, 툭하면 삐지고 울고, 친구랑 싸우기도 하고, 혼자 몽상가처럼 일기를 끄적이기도 하는 아주 예민한 시기인데요. 이상하게 아이사와는 자신의 감정을 알 수 없고, 타인의 감정을 잘 읽어내지 못합니다. 필요에 의해 흘리는 '악어의 눈물'을 종종 사용하고는 하는데,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쩔쩔 매거나 이상하게 생각하죠.


 

게다가 이상하게 사람과의 교감도 동물과의 교감도 하지 않으려는 아이. 학교에서는 선생님과 아이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지만 감정에 솔직한 동물들은 아이사와가 다가가면 도망가 버리는데요. 자기가 이상하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 아이사와. 이런 장면을 통해 후반 부 곪아버린 염증이 터지듯 아이사와의 감정이 극에 달하는 마지막 장면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 주네요.

 

온실 속 화초처럼 크던 아이사와에게 일생일대의 일이 벌어지는데요. 간사이 지방의 친척네로 보내지게 됩니다. 부모님의 결정에 순순히 따르는 것 같이 보이는 아이사와. 하지만 오기가 발동! 이런 결정을 내린 엄마가 야속합니다. 엄마에게 항의라도 하듯 더욱  꼿꼿한 모습을 보여 줍니다.  일본의 간사이 지방은 이 책에서는 경상도 쯤으로 설정되서, 사투리가 나오는데. 무척 재미있어요.

낯선 사람들, 거침 없이 내뿜는 사투리, 도쿄에서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곳이란 선입견에 누구와도 친해지길 거부합니다. 이곳 사람들과 털끝만큼이라도 동화되지 않겠다고 다짐하죠. 하지만 순수한 도키짱에게는 마음을 조금씩 열어가요.

 

 

 

 

 

아프지만 항상 밝고 순수한 도키짱을 보면서 아이사와는 '감정'이란 것을 배우게 됩니다. 슬픔이란 감정이 무엇인지 알게되고, 진심어린 눈물을 흘릴줄 아는 숙녀가 되었죠.

어릴 때 외갓집에 가면 사투리 쓰는 친척들과 처음에는 데면데면  새침데기 처럼 굴다가 며칠 잠도 자고, 같이 놀면서 시골 아이들과 동화되었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처음에는 시골에 가자는 엄마가 원망스러웠지만 떠나는 날에는 아쉬움에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오랜만에 세밀한 연필의 스케치를 통해 어릴적 기억을 떠올리게 해 준 만화였어요. 역시 그림은 만국공동어란 생각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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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장 2016-09-05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촬영한 이미지 썸네일로 사용해도 될까요? (사실 이미 사용했으니...불허하신다면 수정하겠습니다)
kimhojang.com

doona09 2016-09-06 15:18   좋아요 0 | URL
아.. 어떻게 사용하신거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