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은 손수건 위에 - 톱 세일즈맨이 실천하는 작은 규칙들
가와다 오사무 지음, 한혜정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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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에 대해 늘 감탄하는 점 중의 하나는 '물건을 만드는 나라'다운 치밀함이다. 

세상에는 숱한 영업에 관한 책과 강의가 넘쳐나지만 실생활에서 적용가능한 이야기를 찾기란 무척 어렵다. 요컨대 영업이란 물건을 파는 것이라기 보다는 "당신이 지금 필요한 것을 내가 가지고 있소"라는 선언에 가깝다. 따라서 모두에게 적용가능한, 보편타당한 영업의 법칙이라는 것은 기껏해야 '상대를 속이지 말라'는 정도에 불과하다. 

이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실생활에서 적용하기란 의외로 어렵다. 내가 가진 물건(혹은 상품)이 정말 당신에게 필요한 것인가? 당신이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정녕 합당한 금액인가? 이런 기초적인 질문에 자신있게 답할 수 있는 영업인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일본 프루덴셜 생명의 탑 세일즈맨인 저자에게서 배워야 할 점은 사소한 영업상의 재주라기 보다는 그가 손님을 대하는 태도 그 자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종류의 책은 "나는 이렇게 잘나서 이렇게 성공했소"라는 자화자찬이기 쉬운데, 이 책은 비교적 냉정하고 객관적인 견지에서 자신의 영업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천하고 싶다.  

"상품을 팔기 위해서는 세 가지 힘이 필요하다. 첫째는 상품력, 둘째는 영업력, 셋째는 인간력이다."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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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의 실패 - 리먼 브라더스 파산을 직접 겪은 전 부사장이 말한다
로렌스 G. 맥도날드 외 지음, 이현주 옮김 / 컬처앤스토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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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이 몰락하고 나면 수많은 음유시인들이 나타나 후일담을 읊어준다. 

이 책도 리먼 브라더스라는 왕국의 몰락 후에 전장에 있었던 어느 패잔병의 회고담이라고 생각하면 그리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런 유의 책들은 대부분 재미가 없는데, 보통 자화자찬이나 자기 방어에만 급급해서 내부자만이 알 수 있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점에서만큼은, 이 책은 비교적 생생한 이야기를 독자에게 던져주고 있다는 점에서 너그러운 평가를 받아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역시나 '나는 잘했는데 윗대가리들이 문제라서' 식의 이야기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에 리먼 브라더스라는 회사가 어떤 경로를 거쳐서 붕괴하게 되었는지에 관한 깊이있는 통찰을 책 속에서 찾기는 어렵다. 

그리고 금융권 경험이 없는 번역가가 저지르는 대부분의 번역실수를 역자가 다 저질러 놓았기 때문에, 꽤 흥미진진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읽다가 막히는 부분이 다소 있을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오역 - 너무나 일상적인 오역이어서 이제는 지적하기도 귀찮은 - 은 vice president를 '부사장'이라고 번역한 것이다. vice president는 한국어로 옮기면 '과장'이다. 왜 vice president가 과장이냐고 항변해도 소용없다. 그네들은 그렇게 인식하니까. OK? 

기실 이런 유의 책에 평가가 후한 편은 아닌데, 몇 가지의 결점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재미있기 때문에 별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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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 프로그램 걸즈 타입 - 아다치 미츠루 걸작 단편작품집
아다치 미츠루 글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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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치 미츠루의 단편집 [쇼트 프로그램]의 신작(?)이다. 

 수록된 작품은 아다치 미츠루의 초기작들로, 시기적으로는 [터치!]의 발표 이전으로 추정된다. 그림체가 [나인]과 유사한 것으로 보아 80년대 초중반의 단편인 것 같다. 

 이전에 대원에서 [쇼트 프로그램]을 낼 때 사용했던 짜증나는 접이식 표지를 더이상 채택하지 않았다. 제작비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환영할만한 변화다. (일본판 쇼트 프로그램은 대원판과 같은 희한한 접이식 표지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제목에 왜 '걸즈 타입'이 붙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혹시나 제목을 보고 "여자 주인공의 관점에서 전개되는 것 아닐까?"라고 생각하실 분이 계실지 모르겠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전혀 관계없다. 아다치 특유의 방식대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으며 시점의 변화는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아다치 미츠루를 좋아하긴 하지만 이번 단편집은 반드시 구입해야 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역시 [쇼트 프로그램]의 백미는 2권이다. 

아다치는 이제 늙었고, H2나 러프, [쇼트 프로그램 2]같은 걸작을 다시 그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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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쿠몬 1
다나카 아키오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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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계]의 작가 다나카 아키오의 신작이다. 

가부키 배우의 세계를 그린 만화다. 

한국인에게 낯선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접근법이 뛰어난데다 번역자의 번역이 대단히 우수하다. 만화 번역자로 머무르기엔 아까운 실력이다(만약 번역자가 가부키 가사를 번역한 것이 모두 스스로의 실력이라면 국문학을 꽤 깊이 전공한 사람이 아닐까 짐작한다). 

 가부키 세계의 특유한 요소들, 이를테면 습명(襲名)이라거나 옥호(屋號), 가부키 18번 등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훨씬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가부키계의 두 젊은 신예의 대립구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 연재를 염두에 둔 전형적인 일본 만화의 스킴(scheme)을 가지고 있지만 작가의 뛰어난 데생력과 구성력이 그것을 넘어서고도 남는다. 

주인공 신쿠로가 게릴라 콘서트의 무대에 올라가서 '간진쵸'의 한 장면 중 [불러 세우다]의 가타(形)를 하는 장면은 다나카 아키오의 뛰어난 데생력을 남김없이 보여준다. 

추천하는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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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5 1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Engarde 2009-06-15 13:21   좋아요 0 | URL
번역자님이시군요. 1권 잘 읽었습니다. 다음권도 기대하겠습니다.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노트
기타노 다케시 지음, 권남희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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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국에 넘쳐나는 사꾸라 우익들은 이 책을 읽고 반성해야된다. 

기타노 다케시는 빈말로라도 균형적 사고를 가졌다고 하기 어려운 인물이지만, 그의 최근 저작(이 책 '전사고'나 '너의 불행에는 이유가 있다(한국에서는 '기타노 다케시의 위험한 일본학'이라는 제목으로 발간)을 보면 보수 우익으로서의 자긍심같은 것이 느껴진다. 

그의 글은 불편할 수는 있어도 자신의 세계관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스탠스를 떠나서 한 번은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전작 '위험한 일본학'의 서평 중 몇몇은 참혹하리만큼 혹독하던데 알라딘 서평을 쓰는 사람들은 자신의 정치적 견해와 동떨어졌다는 이유로 별점을 깎아서 주는 행동은 지양했으면 한다. 

한국의 머저리 수구들이 오직 대립구도에만 입각해서 떠들어대는 이야기와는 확실히 수준이 다르다. 물론 동의할 수 없는 내용도 아주 많다. 하지만 세계관을 넓힌다는 점에서 들어둘만한 가치는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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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0-14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번째 문단의 내용,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