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이라 쓰고 버티기라 읽는 -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한재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력이라 쓰고 버티기라 읽는>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보도자료를 봤을 때 '존버'가 아니라 웃으면서 버틴다면 그 다음에도 원하는 모습으로 계속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홈스쿨링을 하면서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막막했던 때 감동받으면서 읽었던 <혼자 하는 공부의 정석>의 작가님이 쓴 첫 에세이라니 정말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이 책은 대단한 재능이나 일생일대의 기회 없이도 알차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응원 에세이입니다. 작가는 없는 재능이나 기회를 만들어내려고 하지 말고 가지고 있는 것들을 잘 써야 한다고, 그러다 보면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도 어느 순간 가능해진다고 말합니다.

 

인생 조언을 주려고 시도하는 책들 중에서 비현실적인 방법을 제시하거나 의지만 계속 강조해서 읽다 보면 기분이 나빠지는 책들도 있습니다. 이 책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응원 에세이라는 이름답게 독자를 위로해 주면서 충분히 실행 가능한 방법을 제시합니다.

 

저는 분명한 장기 목표가 없어서 고민이었는데, 이 책은 꼭 커다란 꿈이 없어도 된다고 저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작가 본인도 최종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딱히 할 말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삶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히려 고르고 고른 진로가 맞지 않으면 그 충격 때문에 더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저도 꿈이 없다고 불안해하는 대신 작은 목표를 하나씩 세우고 달성해 나가는 습관을 들여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을 읽는다고 문제 상황이 마법처럼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좋지 않아 보이는 상황에 처해 있어도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니 굳이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뚜렷한 목표 없이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 같아서 불안한 분들께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왔는가 - 사회 밖으로 내몰린 사람들을 위한 빈곤의 인류학
조문영 엮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에는 우리나라는 경제 발전을 이루었기 때문에 가난 때문에 사회 밖으로 내몰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접하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없는 게 아니라 사회에서 소외되어 저 같은 사람들이 그 존재를 모르고 살아온 것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학생들이 구세군 냄비보다 아프리카 아동 후원 광고를 먼저 보고 자랐다는 말이 특히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제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알아야 하지만 알지 못했던 세계에 대해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학생들이 <빈곤의 인류학>수업을 들으면서 반빈곤 활동가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재구성한 결과물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닙니다. 이 책을 구할 여유가 되는 사람들이라면 접하기 힘들었을 복지제도의 모순 같은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국가폭력 문제 같은 어두운 내용도 많이 다루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읽어 내려갈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독자들이 모르고 살아왔던 불편한 진실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용산에서 이루어진 연대는 상흔으로 남아 ‘누가 더 피해가 큰가’를 두고 상호원망으로 이어졌다.

47p


첫 장에서는 용산참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용산참사가 시작되었을 때 초등학생이었던 저는 지금까지도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제대로 모르고 살아왔습니다. 이 책은 영화 <공동정범>의 도입부를 빌려 용산참사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2007년 8월,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은 용산 국제업무지구 특별계획구역 개발 방안을 확정 발표한다. 곧 강제 철거가 시작되었고, 용산 지역 철거민들은 이주 대책과 보상을 요구하며 2009년 1월 19일, 한강로 변 건물 옥상에 망루를 짓고 점거 농성을 시작한다. (…) 그러나 경찰은 이례적으로 농성 25시간 만에 경찰특공대를 투입, 강제 진압을 실시했고 이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이 사망한다. 명확한 증거가 없음에도 검찰은 망루 화재 원인을 화염병으로 단정하고, (…) 망루에 남아 있던 모든 철거민을 공동정범으로 기소한다.

영화 <공동정범> 도입부 중에서

사람들은 힘이 없을 때 더 심하게 분열되어서 없는 힘마저도 쓰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상황이힘들어질수록 여유가 없어지고 결국 누가 더 힘든가를 두고 갈등하게 됩니다. 그래서 힘이 없으면 없을수록 서로 힘을 합치기 어렵습니다. 이 책의 제목이 우리에게 말하듯 가난이 사회로부터 외면받는 이유가 여기에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왔는가>를 읽으면서 제가 사는 세계와 완전히 다른 세계가 같은 공간에서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세계를 어렴풋하게나마 보면서 제가 세상을 보는 눈이 한쪽 관점으로 완전히 치우쳐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 문제에 대해 더 균형잡힌 관점을 가지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쩌다 공무원 어쩌다 글쓰기 - 출퇴근길에서 만나는 노무현 대통령 막내 필사의 생각 모음
장훈 지음 / 젤리판다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 쓰기 강좌에서 한 주제로 40-50편의 글을 쓸 수 있으면 책을 낼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글을 한 편 쓰는 것도 벅찰 때가 많은데 40-50편이라니 막막하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어쩌다 공무원 어쩌다 글쓰기>의 저자는 매일매일 출근길 단상을 기록해서 글 100편을 모았다.

출근길 단상이라는 비슷한 주제로 글 100편을 썼다는 책 소개를 읽으니까 뒤로 갈수록 내용이 비슷비슷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런데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테마가 같은데도 각각의 개성이 살아있다. 물론 책을 내면서 편집을 거쳤겠지만 출근길에 핸드폰에 글을 쓰는 것만을 토대로 해서 이렇게 다양하고 가독성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매일 글을 1편씩 쓸 수 있다는 것은 저자의 글쓰기 내공이 엄청나다는 뜻이기도 하다. 저자가 쓴 글에도 글쓰기 내공에서 우러나온 글쓰기 팁을 볼 수 있다.

“규칙적이고 체계적인 글쓰기를 해야 한다. 운동을 했다 안 했다 하면 근육이 생기기 어렵고 생긴다고 해도 균형 잡힌 몸이 되지 않는다. 글도 늘 규칙적으로 쓰는 사람과 간헐적 글쓰기를 하는 사람은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93-94p"

매일 쓰라는 말은 사실 엄청나게 흔한 조언이다. 그런데 저자는 글쓰기를 운동과 비교해서 흔한 조언도 참신하게 만든다. 글을 잘 쓰고 싶으면 글을 많이 써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고 있는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말이다. 매일 글을 쓰려고 해도 시간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언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결국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시간을 확보하고 확실히 시작하려면 글을 쓰는 습관이 들어 있어야 한다. 왜 <미라클 모닝>을 쓴 할 엘로드가 <아침 글쓰기의 힘>에서도 아침 루틴에 글쓰기를 넣어서 글쓰는 일을 습관화해야 한다고 말하는지 이해가 된다.

글쓰기 실력을 키워서 책을 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힐링되는 에세이를 읽고 싶은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다만 저자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을 글 속에서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어서 노 전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보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규칙적이고 체계적인 글쓰기를 해야 한다. 운동을 했다 안 했다 하면 근육이 생기기 어렵고 생긴다고 해도 균형 잡힌 몸이 되지 않는다. 글도 늘 규칙적으로 쓰는 사람과 간헐적 글쓰기를 하는 사람은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 P9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 - 김대식의 로마 제국 특강
김대식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는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가 인문, 과학, 예술 혁신학교 건명원에서 진행했던 로마에 대한 강의를 책으로 만든 결과물이다. 로마를 다룬 대부분의 책들은 로마 역사를 시간순으로 나열해서 설명한다. 하지만 이 책은 로마 역사를 상고시대와 현대까지 포함하는 넓은 역사적 맥락 속에서 바라본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인류와 문명의 기원부터 시작해서 로마가 어떻게 패권국가로 떠올랐는지, 왜 멸망했는지, 그리고 어째서 멸망한 뒤에도 세계사에 영향을 끼치는지 이야기한다. 특히 마지막 부분은 난민 문제나 극우정당의 부상 같은 현대사회의 문제들을 로마와 연결시켜서 다루고 있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저자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정치적인 문제들을 로마도 똑같이 겪었기 때문에 로마 역사로부터 문제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세계화 같은 문제는 고대 시대하고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가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길 것을 걱정하듯 로마 시대에도 전쟁에서 잡힌 노예들 때문에 중산층의 실업률이 극단적으로 올라갔다는 것 같은 사례를 통해서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이 과거에도 일어난 적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신선한 발상이다.

이 책에는 폭넓은 시각이라는 특별한 장점이 있지만 아쉬운 점도 몇 가지 보인다. 일단 저자 이름을 가리고 보면 저자가 뇌과학자라는 사실을 짐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뇌과학자만이(혹은 이공계열 전공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특한 시각이 많이 나타나 있지 않기 때문이다. 로마인들의 가치관을 뇌과학 원리로 분석한다던지 하는 식으로 뇌과학적인 요소가 들어갔으면 더 개성 있고 흥미로운 책이 되었을 것 같다. 그 외에도 비문도 종종 나오고, 책 안에서 내용이 모순되는 것 같아서 헷갈리는 부분도 있었다. 예를 들어 203쪽에서는 서양에서 비잔티움 제국은 오랫동안 최악의 국가로 인식되었다고 말하는데, 209쪽에서는 비잔티움 제국의 위상이 높았기 때문에 자극적인 야사가 대중매체에서 다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처럼 해석될 수 있는 말이 쓰여 있다.

이런 단점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소재의 신선함이 단점을 가려주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긴 역사를 다른 시각으로 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읽으면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더 디자인 1 지식을 만화로 만나다 1
김재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더 디자인 1>은 현대 디자인의 역사를 만화로 그린 책이다. 단순히 뭔가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만화로 그린 것이 아니라 주제인 디자인과 만화의 특성을 조화시켜서 만화가 낼 수 있는 효과를 극대화시켰다.

가브리엘 샤넬을 다루는 꼭지에서는 샤넬이 어떻게 여성들을 불편하고 긴 옷에서 해방시켰는지 나온다. 널리 알려져 있는 내용이지만 이 책을 통해서 보면 새롭다. 거추장스러운 옷을 입고 끈 없는 가방을 든 채로 힘들게 걸어가던 여성이 만화 칸을 깨고 나와서 편한 옷을 입고 자유롭게 활동하는 장면은 책을 덮고 나서도 생생하게 머리에 남는다. 텍스트가 아닌 만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장면이다.


다른 책보다 빨리 읽을 수 있으면서도 내용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 책은 2시간 정도면 다 읽을 수 있다. 그런데 디자인 제품들을 만화를 통해 생생하게 볼 수 있어서 빨리 읽으면서도 어떤 디자이너가 어떤 스타일을 추구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더 디자인 1>은 디자인에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재미있게 읽고 풍부한 지식도 얻어갈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현대 디자인을 다룬다. 속편인 <더 디자인 2>도 이 책에서 다루지 않은 타이포그래피 같은 분야를 다룬다고 한다. 더 디자인 1,2를 같이 읽어보면 현대 디자인을 더 넓게 바라볼 수 있겠다. 그런데 디자인이 현대에 와서 갑자기 생겨나지는 않았다. 디자인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는 않았어도 건축이나 미술 같은 형태로 계속 존재해왔다. 더 디자인 시리즈가 과거의 디자인까지 확장되면 사람들에게 디자인에 대한 광범위한 안목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