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왔는가 - 사회 밖으로 내몰린 사람들을 위한 빈곤의 인류학
조문영 엮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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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우리나라는 경제 발전을 이루었기 때문에 가난 때문에 사회 밖으로 내몰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접하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없는 게 아니라 사회에서 소외되어 저 같은 사람들이 그 존재를 모르고 살아온 것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학생들이 구세군 냄비보다 아프리카 아동 후원 광고를 먼저 보고 자랐다는 말이 특히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제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알아야 하지만 알지 못했던 세계에 대해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학생들이 <빈곤의 인류학>수업을 들으면서 반빈곤 활동가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재구성한 결과물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닙니다. 이 책을 구할 여유가 되는 사람들이라면 접하기 힘들었을 복지제도의 모순 같은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국가폭력 문제 같은 어두운 내용도 많이 다루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읽어 내려갈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독자들이 모르고 살아왔던 불편한 진실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용산에서 이루어진 연대는 상흔으로 남아 ‘누가 더 피해가 큰가’를 두고 상호원망으로 이어졌다.

47p


첫 장에서는 용산참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용산참사가 시작되었을 때 초등학생이었던 저는 지금까지도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제대로 모르고 살아왔습니다. 이 책은 영화 <공동정범>의 도입부를 빌려 용산참사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2007년 8월,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은 용산 국제업무지구 특별계획구역 개발 방안을 확정 발표한다. 곧 강제 철거가 시작되었고, 용산 지역 철거민들은 이주 대책과 보상을 요구하며 2009년 1월 19일, 한강로 변 건물 옥상에 망루를 짓고 점거 농성을 시작한다. (…) 그러나 경찰은 이례적으로 농성 25시간 만에 경찰특공대를 투입, 강제 진압을 실시했고 이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이 사망한다. 명확한 증거가 없음에도 검찰은 망루 화재 원인을 화염병으로 단정하고, (…) 망루에 남아 있던 모든 철거민을 공동정범으로 기소한다.

영화 <공동정범> 도입부 중에서

사람들은 힘이 없을 때 더 심하게 분열되어서 없는 힘마저도 쓰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상황이힘들어질수록 여유가 없어지고 결국 누가 더 힘든가를 두고 갈등하게 됩니다. 그래서 힘이 없으면 없을수록 서로 힘을 합치기 어렵습니다. 이 책의 제목이 우리에게 말하듯 가난이 사회로부터 외면받는 이유가 여기에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왔는가>를 읽으면서 제가 사는 세계와 완전히 다른 세계가 같은 공간에서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세계를 어렴풋하게나마 보면서 제가 세상을 보는 눈이 한쪽 관점으로 완전히 치우쳐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 문제에 대해 더 균형잡힌 관점을 가지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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