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6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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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 찝어서 말할 순 없지만 읽어보면 알게 되는 어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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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제임스 설터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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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연관이 없는 듯한 시구들이 점차로 하나의 고백을 이루었다. .. 거기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고.. 중략.. 빛이 바랜 자동차와 오자로 가득한 때 묻은 메뉴판이 있었다. 이 모든 것은 말하자면 장작더미였고, 데스는 그 위에 자기 삶을 통째로 올려놓았다. 이게 바로 그가 그토록 순수해 보이는 이유였다. 그는 모든 것을 바쳤던 것이다. 누구나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 거짓말을 했지만, 그는 아니었다. 그의 시는 고매한 비탄이었다. 그 속에는 과거에 가졌던 것, 앞으로도 언제나 기억할 것, 그러나 다시는 가질 수 없는 것이 흐르고 있다. " <포기 中>

 

 나는 이야기마다 그에 맞는 목소리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어젯밤'은 제임스 설터의 10가지 단편 중 하나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작품이다. 10가지 단편이 각각의 주제를 담고 있지만 마치 한 가지의 내용을 읽은 것처럼 단편들은 모두 닮아있다. 다양한 사람의 다른 이야기들이 닮아 있는 것은 인간의 삶이라는 것이 아무리 부귀영화한들, 아무리 초라한들, 젊음에서 늙음으로 사랑, 배신, 무기력, 염증, 허무함은 어느 인간이든 겪을 수 있으며 결국은 삶을 밟아가는 단계는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특별해서, 놀랍고 낯설어서 호기심이 일게 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는 설터의 단편들은 일상적인, 너무나 일상적인 이야기들에 적절한 단어를 배합하고 버무려서 멋진 문장으로 완성시켰다는 점에서 가장 감탄스러웠는데 번역가 또한 이 점을 느꼈던 듯 하다. '다른 사람이 '체리'라고 하는 것과 설터가 '체리'라고 하는 것은 느낌이 전혀 달랐다. 세잔의 <생빅 투아르 산>의 붓질처럼 단어 하나하나가 눈에 와서 맺혔다.' 이처럼 설터는 말년의 인생에서 이전의 삶을 조망하듯 언어 자체에서 그 노련미와 비유의 정밀성을 부여하여 문장에 농축시켜 놓았다. 아마도 그 점이 설터의 단편들이 빛을 발하는 이유일 것이다.

 

 '아궁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유명한 인사의 '아주 궁금한 이야기'들을 풀어놓으며 게스트들이 사적에서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한다. 그렇다고 정말로 사적에서 하는 것처럼 편안하게 모든 걸 풀어놓지는 않는다. 이런 이야기들을 사적인 자리에서 하게 되면 이야기가 한층 불을 지펴놓은 듯 뜨거워질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은 그냥 뒷담화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 글로 잘 입힌다면 일상적인 삶의 일부가 좀 더 점잖아진다. 하지만 예술가들은 상상력을 입히고 단어와 문장의 힘을 알고 특징을 간파한 노련한 작가들은 이야기 자체를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설터는 장 르누아르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당신이 기억하는 것들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행복했던 일들, 기뻤던 일들 보다는 상처 받았던 일들, 충격이었던 일들은 더 크게 다가오고 기억되기 마련이고 무의식에 남은 트라우마는 인생의 많은 부분에서 예기치 않게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생각보다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 우리 생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인간이란 얼마나 단편적인 존재라는 것을 깨달을것이다. 죽기 전에 필름처럼 지나간다는 과거의 수많은 단편들. 거기에는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수많은 단편 조각들이 떠다니며 크게 중요한 것도 아닌 가벼운 것들, 좋아하고 관심 있었던 음식, 물건, 존재......거기에 어릴때 두려워하던 거미나 벌레나 나타날 수도 있을 일이고 여태까지 잊고 있었던 어릴때 자신을 괴롭혔던 존재가 지나갈지도 모를 일이다.  

 

 때때로 사람들은 내가 산 삶이 아닌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산다. 외모가 뛰어난 아름다운 여배우 혹은 남자배우의 삶, 엄청난 부와 권력을 누리는 삶, 또는 예술가의 삶, 과학자, 대통령, 여행자, 감독, 장인의 삶... 자신이 살아보지 못한 삶에 대한 호기심과 무한한 상상은 가지지 못하는 것을 갈구하는 것을 알면서도 거기에서 무언가 다른 것을 희망하며 꿈꾼다. 하지만 어떤 삶을 살아도 어느 정도 살고 나면 삶에 대한 공통적인 부분이 찾아온다는 것은 다 똑같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아니 인정을 하면서도 갈구하고 욕망하게 되어 있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여러 사람들의 인생의 단편 단편들을 마치 아주 높은 곳에서 아래를 조망하며 제 3자의 눈으로 스쳐가듯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펼쳐놓는 설터의 글은 특별한 이야기가 없는 데도 주목하게 되고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잔잔한 호수 밑에 격렬하게 몰아치는 소용돌이같이 받아들이게 되는 이야기가 주는 한오라기들은 괜스레 깊은 밤 잠 못 이루게 만든다.  

 

 설터와 함께 영화 <다운힐 레이서>를 작업했던 로버트 레드포드는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그때 설터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어요. 나뭇잎을 들어 올려 햇빛에 비추어 보면 잎맥이 보이는데, 그는 다른 건 다 버리고 그 잎맥 같은 글을 쓰고 싶다고." 바로 이것이다. 이 잎맥 같은 글 때문에 너무나도 낱낱함을 느낀 탓일테다. 뭔가 너무 농축된 것을 들이마셔서 속이 시린 그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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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 - 소희와 JB 사람을 만나다 - 터키편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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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희씨의 책이라면 믿어도 될 책~ 여자가 홀로 혹은 아이와 함께 여행하는 로망을 심어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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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의 눈물 - 사라지는 얼음왕국의 비밀
조준묵 프로듀서 외 지음, 박은영 글, 노경희 스토리 / MBC C&I(MBC프로덕션)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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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환경문제를 대두시킨 최초의 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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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강 - 2012 볼로냐 라가치 상 수상작 Dear 그림책
마저리 키넌 롤링스 지음, 김영욱 옮김, 레오 딜런.다이앤 딜런 그림 / 사계절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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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때 내가 주로 읽던 동화책은 그림형제의 '백설공주'나 '신데렐라', 또는 '빨간망토 소녀', '콩쥐팥쥐', '심청이', '흥부와 놀부' 같은 책이었다. 그런데 그 중 자연과 동물에 대한 것들이라든지 감성적인 면이 많았던 동화가 없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물론 재미는 있었지만 이야기의 핵심에서 우러나오는 감동이 크지 않았다.

 

 그러니까 권성징악, 아니면 효사상, 그것도 아니면 백마탄 왕자님이 달려와서 구해주는 이야기들이 많았었다. 생각해보면 이런 이야기를 읽던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됐을 때 과연 이 동화들이 얼마나 동심이 심어주었을까... 분명 실망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동화는 동화일 뿐이라고. 아니면 동화는 어쩐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고.

 

 하지만 동화란 그저 읽고 끝내는 것 뿐이 아니라 거기에서 느낀 것을 통해 실제에서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연장선이 되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리고 단지 아이들만 읽는 것이 아니라 어른 또한 동화를 좋아할 수 있다. 나 또한 동화를 좋아해 모음집을 사기도 하고 좋은 동화는 간직하고 있다. 좋은 동화에서는 '진정성', 그리고 '잊혀지지 않는 무언가'가 남는다.

 

 '어린왕자'에서는 미묘한 우정의 감정이 싹트는 과정을 통해 분명하다고 단정하는 '겉'이 아닌 보이지 않는 '속'을 이야기했고,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서는 단순한 듯 보이지만 가장 복합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삶의 전체부분을 서글프게 묘사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좋은 동화들은 항상 자연과 동물과의 교감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기에 그것에 대해 누구보다도 많이 이야기한 '미야자키 하야오'감독의 만화들 또한 멋지고 훌륭한 동화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만난 동화책은 '비밀의 강'이었다.

 

 

 

 

 자연을 많이 그려낸 독특한 일러스트에서는 신비감과 더불어 여기저기서 나오는 동화의 장면들을 겹쳐서 떠올리게 한다. 가난한 아버지를 돕기 위해 물고기를 잡으러 간 소녀가 날이 어두운 줄도 모르고 물고기를 잡다가 풍성한 수확물들인 물고기를 질기고 튼튼한 식물에 꿰어 들고 집으로 오는 와중에 숲속을 거치면서 겪는 이야기이다.   

 

 

 소녀는 알버타 아주머니가 말한 코끝을 보고 가면 찾을 수 있다고 말한 비밀의 강에서 물고기를 가득 잡았지만 날이 어두워지니 숲 속에는 여러 위험한 동물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물고기를 한 마리씩 나누어주며 집에 무사히 도착한다.

 

 

 소녀가 길을 잃었을까봐 걱정하던 부모님은 고기를 가득 잡아온 소녀를 보며 기뻐하고 다음 날 가난한 마을에 물고기를 팔러 간 아버지는 모든 물고기를 팔고 점점 형편이 나아진다.

 

 

 단순한 내용인 것 같지만 이 동화에서는 가난한 마을의 사람들을 간접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먹을 것이 없어 힘이 없으니 일할 힘도 나지 않고 그러다보니 생계가 이어지지 않는 사람도 있고 아예 물고기가 없어 잡을 수 없으니 일을 못해 돈이 없어 가난한 사람들도 있다.

 

 가난은 돈이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할 수 있고 그에 따른 몫을 받을 수 있고 그 몫으로 생계를 해결할 수 있으며 이 과정이 반복적으로 원활하게 순화하여 돌아가는 것. 그것이 가난을 해결해주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알버타 아주머니와 소녀의 대화가 가장 이 책에서 기억에 많이 남았다.

 어떤 일은 딱 한 번 일어난 뒤에는 절대로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다. 힘든시기도 지나가고 제법 형편이 녹녹해지니 다시 그 풍성한 물고기를 잡았던 강은 찾을 수 없지만 마음 속에 분명 존재하고 있다는 그 '비밀의 강'

 

 우리는 누구나 그런 강을 가지고 있다. 다만 그것을 믿지 않고 인정하지 않는 이상 그 강은 볼 수 없을 것이다.

 

 그 비밀의 강에 갔다가 돌아오는 만만치않은 여정 또한 동물과 대립하지 않고 욕심 부리지 않는 미덕 또한 이 동화가 아름다운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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