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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의 노래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8-1 ㅣ 프로파일러 토니 힐 시리즈 1
발 맥더미드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법의학]은 죽은 사체에서 어떻게 죽었는지 사유를 찾아야하는 분야다. 패트리샤 콘웰의 '법의학'이라는 책에서 이 소재를 가지고 재밌게 소설을 풀어나가기도 했다. [인어의 노래]에서는 프로파일링을 소재로 하여 그 주인공 토니 힐 박사가 등장한다. 간격을 두고 연쇄 사건이 벌어지자 수사관들은 비상 사태에 빠지고 프로파일러 토니 힐 박사의 도움을 받게 된다.
시체들은 잔인하게 살해된 모습으로 발견되고 얼핏 봐도 정상적이지 않은 모습이 역시 고문을 받다 죽은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피해자는 평범한 사람에서부터 경찰까지 가리지 않고 다양하지만 토니 힐은 범인이 어떤 공통점을 두고 희생자를 찾는지 프로파일링으로 정리한다.
그는 유능한 여성 조던 수사관이 수사 방향을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끝끝내는 자신마저 범인의 표적이 된다. 만일 미국 범죄 드라마나 영화 같은 걸 많이 본 사람이라면 이 책의 내용은 그다지 크게 흥미로울 것이 없다. 단지 독특한 점이 있다면, 범인의 시각이 본문 사이사이 계속해서 등장한다는 것이다. 범인은 살인을 하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성적 해소를 위해 사디스트적 행각을 벌이며 엽기적인 고문을 한다. 게다가 그는 그런 모습을 비디오 촬영까지 하며 즐긴다. 이런 변태적인 성격의 범인은 놀랍게도 맨 끝에 가서 반전의 인물로 밝혀진다.
개인적으로 주목한 점은 범인이 촬영하여 비디오 편집할 때 사용한 소프트웨어기술이자 조던의 오빠의 회사에서 만드는 기술의 언급이었다. 게임을 할 때 아는 사람의 얼굴사진을 합성해 실행시킨다. 게임 속의 캐릭터에 각자 자신이 원하는 사진을 넣어서 플레이한다는 이 기술이 흥미로운 부분이기도 했는데, 또 한편 이런 식의 게임을 하다보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실제 상황과 게임 속의 상황을 구분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랬기 때문에 [인어의 노래]에 나왔던 엽기적인 범인도 얼굴 사진을 원하는 게임플레이에 넣어 실행시키며 그 속에서 죽은 사람이 자신을 만족시켜준다고 느꼈던 게 아닐까.
혼자서 다른 사람의 행동을 착각하고 자신의 생각으로만 상대방을 판단하면서 그는 고문까지도 그로테스크한 방식으로 자신만의 상상속에 빠진 채 행한다. 그러니까 이런 미친 사람에게는 컴퓨터나 사디스트같은 포르노까지도 함께 악영향을 끼치는 듯하다. 그는 오로지 한가지 생각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가 결국 한 남자의 사랑을 간절히 원했다는 것은 어쩐지 섬찟한 애처로움인듯하다.
이런 범인이 만일 사회적 악을 저지르는 인간들을 잡아간다면 어떨까 문득 생각해봤다. 나쁜 인간은 나쁜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다. 꼭 평범하거나 착한 인간을 공격한다는 게 소설의 불문율이자 실제 사회의 불문율인것 같다. 나쁜인간이 희생자였다면 사람들은 별로 살인자에게 분노를 느끼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런 범인이 있다는 것도 희박하다. 자신의 범죄를 자랑스럽게 보란듯이 떠벌리고 경찰에게 도전장이나 내미듯이 하는 행동들, 또 굳이 고문기구를 만들어가며 고문을 하기란 소설 속에서만 살 것 같은 범죄자라 크게 실감이 나진 않는다. 물론 엽기적인 이런 범죄자가 영 없는 것은 아니다. 세계에서 몇 명 꼴로 존재하긴 한다. 텍사스 전기 톱 살인 사건의 실존 인물처럼. 그러니까 이런 식의 소설도 나올 수 있지 않았겠는가.
토니 힐이 프로파일링을 하면서 범죄자의 심리에 점점 다가서며 자신 또한 본능적 위험과 끌림에 당황스러워하는 면 또한 정형적인 인간의 틀에서 벗어난 인물이라는 점에서 참신하긴 하다. 사실 티끌 하나 잡을 것 없이 맑은 사람은 오히려 정말 소설 속 인물일 수밖에 없겠지만 토니 힐 같은 인물은 사실적 인물에 가깝다.
그래서 캐릭터가 더 잘 살아났고 조던 또한 협력자로써 약간은 답답하긴 하지만 눈에 띄는 인물이었다. 남여 콤비의 활약이 이번 편에서는 조금 미약했던 것 같고 보아하니 토니 힐 시리즈가 2편도 있는 모양인데 이 책이 한국에서 출간되면 또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복선이나 조이거나 놓아주는 흐름의 포인트가 예리하진 못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호기심을 자극시키는 무언가가 있었으며 여름의 더위를 잊는 킬링 타임으로 좋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