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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라이프 ㅣ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박웅희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살인 사건이 일어나리라고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평화로운 마을 스리 파인스. 그곳에서 두 명의 여자가 죽었다. 한 명은 병에 의해 죽고, 또 한명은 산책길에서 화살에 맞아 죽었다. 화가 제인 닐의 죽음은 그녀와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다. 특히 제인 닐과 더욱 더 가까웠던 클라라는 시름에 빠져버린다.
제인 닐을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가마슈 경감의 수사가 시작되고, 그동안 스리 파인스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조용하게 묻혀 있던 과거와 그와 관련된 사람들의 사적인 이야기들이 서서히 드러난다. 가마슈 경감의 멤버 중에 니콜이라는 신참은 독선적이고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손톱만치도 없는 철부지나 마찬가지다. 그녀의 정곡을 찔렀다 꼭 빗나가는 활약은 힌트가 되긴 하나 스스로 힘을 발휘하진 못한다. 하지만 가마슈는 여기에서 핵심을 발견하고 사건의 지도를 완성하는 데 큰 도움을 받는다. 작가 후기에서 이 '니콜'이라는 인물이 바로 작가가 방송 일을 할 때의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킨 점이 흥미로웠다.
제인 닐의 죽음은 마을 사람 전부를 용의선상에 두고 가능성을 발견하고 거기에서 제외시켜 가면서 주요 인물들을 축소시켜 나간다. 그녀의 죽음 전에 있었던 사건. 가면을 쓴 세 아이들이 게이커플에게 거름을 던지자 제인 닐의 아이들의 정체를 알고 이름을 조목조목 불러 놀래킨다.
이 중에 제인 닐의 조카 욜랑드의 아들이 포함되어 있다. 욜랑드는 어릴 때는 제인 닐과 잘 지냈으나 성장하면서 여러 영향을 받은 탓인지 인간미가 없고 박한 물질주의자로 변화되었다. 그녀는 제인 닐의 예술적 세계를 경멸했으며, 그녀의 재산 말고는 아무 것도 관심이 없었다. 그러니 범인을 찾는 것에도 신경 쓰지 않는다.
반면, 클라라는 제인 닐의 죽음으로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지만 남편 피터의 따뜻한 보살핌으로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한다. 그녀는 범인을 찾기 위해 그녀만의 방법으로 가마슈의 수사에 도움을 준다.
이 책은 살인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자극적이거나 충동적이지 않으며 겉으로는 평화롭고 조용한 마을에서도 항상 희노애락은 존재하기 며련이라는 불문율이 존재한다. 그러다 보니 스릴러나 공포 추리소설보다는 일반 소설을 읽는 것만큼이나 일반적인 요소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피터의 친한 친구이자 클라라의 친구이기도 했던 겉은 순진하고 착해 보이던 이외의 인물이 범인이며 가장 가까이 있던 사람이 범인이라는 사실은 고전 추리소설에서 많이 회자되었던 줄거리의 하나이기도 하다. 역시 이 소설의 전체적인 요소 또한 전통적인 고전 추리소설의 추억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일반인인 클라라 또한 수사 방향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가마슈가 수사를 하는 데 많은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 듣고 적극적인 수사를 하는 모습을 보면 요즘 발견되는 수사관들의 성의없고 미흡한 조사들이 갑갑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아마도 이런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런 적극적인 수사관들이 있기에 더 재미를 배가시키는 것 같다.
또 하나, 이 책을 통해 간간이 번역되지 않고 나오는 프랑스어는 언어적 상식을 얻을 수 있어 유익했다. 제인 닐이 거실 벽면 전체에 그린 그림을 시각화해서 볼 수 있다면 정말 볼거리가 될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좀더 자극적이고 진땀이 흐를만큼의 스릴러를 원한다면, 이 책은 크게 만족을 주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흡인력과 가독력은 뛰어났다. 일단 읽고 나면 도대체 범인은 누구인지 궁금해 계속해서 책을 들게 만드는 힘이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