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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아침에 일어났는데, 내 아내는 맞지만 뭔가 어색하고 늘 쓰던 향수라고 기억되던 'V'사 브랜드는 바뀌어 있고 키우던 개가 마치 낯선 사람인양 경계하며 다리를 꽉 물어버린다.

 'K1'과 'K2'의 분리는 하늘과 땅이 갈라졌음을 말하는 건가. 현실의 괴리. 부조리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의 특징을 한결같이 일관되게 느껴지게 한다. 이 사람은 저 사람이 되고 저 사람은 이 사람과 똑같다. 주인공은 특징을 잃고 부패되고 망각되는 인간의 형상을 각각 다른 사람으로 구분하지 못한다.

 상황극이었다면 제한된 사람들이 여러 인물을 동시에 연기했을 것이다.

 부조리는 불합리ㆍ불가해ㆍ모순으로 인도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다. 특히 프랑스의 실존주의자 카뮈가 자신의 철학적 견해를 나타내는 데 썼다. 그에 의하면, 인간이나 그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는 모두 '부조리의 상태'에 있고, '부조리의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는 이러한 상황으로서 질투, 야심, 방종 등을 들고 있다. 이리하여 인간은 무의미ㆍ무목적적인 생활로 운명지워진다. 그의 철학에는 이러한 염세관적 견해가 지배하고 있는데, 이러한 입장에서 인간은 '반항적' 인간으로서 살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이버검색 참조)

 'K2'와 합체되어 온전한 하나가 된 'K'가 돌아갈곳은 K를 낳은 아버지와 아버지의 아버지, 아버지와 그 아버지의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와 그 할아버지의 아버지들이 태어나기 전의 태초라고 생각했다면, 이것은 바로 죽음을 말하는 것인가.

 탄생하기 전에 존재하는 그 곳이 죽음이 있는 곳과 같은 곳이 아닐까. 모든 생명체가 소멸되고 탄생되는 그 곳. 인간은 자신이 합리적이고 의미있는 생활을 하리라 생각하지만, 카뮈의 주장에 의하면 인간의 주위의 세계는 모두 부조리의 상태다.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보다 질투, 야심, 방종, 오만한 감정이 강한 인간은 스스로 월등한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시작과 끝은 모두가 똑같고 중간은 허망하고 허무함을 채우기 위해 인간들이 만들어낸 허상과 다름없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의 주인공은 어느 날 아침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모든 게 낯설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낯섬은 낯익음과 동시에 존재한다. 혼란도 잠시 그는 그 전까지 그래왔던 자기 자신을 계속 연기한다.

 책을 펴드는 초반부부터 왠지 카프카의 작품을 생각나게 하더니, 역시나 본문에는 카프카가 언급된다. 다른 작가와 작품도 언급되었지만, 이 작품은 카프카를 가장 떠오르게 하는 작품이다.

 주위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때 모든 가치관은 흔들리게 된다. 자신의 세계가 무너지는 만큼이나 충격이 큰 이 상황에서 인간이 가야 할 곳은 어디인가. 카뮈의 말처럼 '반항적 인간'이 되어야 하나. 아니면 모든 걸 의심하는 데카르트의 사상을 본받아야 하나.

 이 작품은 염세적이다. 간단히 설명하기가 쉽지 않기도 하다.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가 문득 떠오른다. 계속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를 던져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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