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들의 개인사의 색채가 너무 짙어서였을까. 개인에게 일어난 일들이 주위 사람들과 연결이 되긴 하지만 그것 이상으로 뻗어가지 않는 점이 내 흥미를 떨어뜨렸다. 자연재해로 인해 사람들이 죽고 대피하고 도망가는 장면이 있다. 하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이 생애의 의지가 그리 절박하지 않다. 주인공 남자와 여자가 특히 그렇다. 그들은 살기 위해 도망가기 보다는 죽지 않았으니까 사는 식이다. 어쨌든 자연재해가 일으키는 모습은 무시무시하고 공포스러우니까. 죽음 자체보다는 죽는 과정을 두려워한다고나 할까. 이 점 자체가 매력이 없다는 건 아니다. 나는 원래 남의 시시콜콜하고 애증이 짙은 연예이야기의 듣는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마치 그런 느낌을 받은 이 책이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문장이 유치해서가 결코 아니다. 문장은 여운이 많이 남고 독백적인 느낌의 대화체가 많다. 상징적이고 과거와 생각을 단편적으로 나타낸 것들은 문학적인 느낌이 짙다. 이 책은 예술 영화라면 모를까 줄거리가 도드라지는 영화라면 지루함과 고루함이 느껴진다. 책을 읽는 독자의 취향이겠지만 책을 읽을 때 이야기나 문장, 그 속의 의미에서 어떤 식으로든 만족을 얻고 싶어하는 나의 취향은 아니었다. 자신과 같은 이름의 남자친구를 가진 진이라는 여자가 있다. 이들은 사랑하고 결국 결혼하게 되지만 섬으로 가게 되면서 사건의 전개가 시작된다. 남자는 이 곳에서 춤을 추고 예쁘고 젊은 아이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아이는 말하자면, 파출부였다. 아이의 배에서 생명이 자라고 있는 걸 보게 된 여자 '진'은 칼을 꽂게 되고 아이를 사랑했던 지능이 모자랐던 남자 아이가 돌연 등장하면서 사건은 혼란스럽게 된다. 남자아이는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아이를 찌른 '진'에게 칼을 휘두르고 땅은 흔들린다. 남자아이는 그 나라의 법대로 교수형에 처해진다. '진'이 정신을 차렸을 땐 혼란스러움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고 만다. 사건은 이로써 종결되지만 '진'에게는 죄책감이 남는다. 이 사건으로 사라졌던 남자 '진'을 찾아다니는 그녀. 사건은 시간적 순서대로 차근차근 나열되는 게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사건만큼이나 혼돈스럽게 서술된다. '미칠 수 있겠니' 제목이 시사하는 만큼이나 사건은 강렬하지만 뭔가가 아쉬운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