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 제15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어째보면 노골적인것도 같고 어째보면 뻔뻔한 것 같기도 하지만, 사실 소설 속 주인공들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순수한 분노이고 순수한 생각이라고 할 수도 있을 듯하다. 그러니까, 똑같은 말도 어른이 말하면 음흉하지만 아이들이 말하면 정확히 알고 말하는 게 아니라 호기심과 자신이 본 그대로만 말하기 때문에 순수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소설 속 주인공인 아이 입장에선 완고하게 돌려 말하는 방법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런 이유로 직설적 화법이 이 책의 특징이라고 볼수도 있을 듯하다. 근데 이런 류는 성인소설에서나 많이 등장하는 관계로 여기 이 작품에서 마주치다 보니 조금 어색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주인공이 뿜어내는 분노는 억울함은 너무나도 솔직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해내 실제로 이 인물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똑같지는 않더라도 그 인물 하나가 가지고 있는 경험들을 하나씩 지닌 소설 밖 인물들은 많을 것이다. 그녀가 한 생각도 또한 여러 갈래로 갈려져 나와 여러 실존 인물들의 머리 속에 존재하고 있던 물음들과 고민들이 많을 것이다.

 때론 진실은 너무나 잔혹해 감당하기 힘든 것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진실을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진실을 어떻게 승화시키는 가에 달려있다. 어떤 사람이 아예 진실을 두려워하며 피하는 것은 그가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은 읽는 내내 어두운 현실 곳곳을 후비벼 다니는 것 같아 섬찟한 부분이 많았다. 물론 책 속 소녀가 항상 불행했던 것만은 아닌 것이 항상 짧은 행복을 맛보기도 했다는 것이 다. 술을 먹고 딸을 때리는 아빠, 자신을 버리고 집을 나간 엄마. 그런 부모는 진짜 부모가 아닐꺼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들은 가짜 부모이고 진짜 부모는 어떻게든 딸을 사랑하고 이뻐해줄 것이며 먹을 것도 꼬박꼬박 챙겨줄 것이라 생각하는 소녀는 집을 나와 진짜 엄마를 찾으러 다닌다.

 소녀는 정확히 자신의 나이를 모르지만 학교를 다니는 다른 아이들의 덩치와 자신을 비교해 자신이 열한살쯤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처음엔 다방에서 마담과 직원들, 자신 또래의 남자아이를 만나 얼마간 지내던 소녀는 '장미'라는 가명을 쓰는 다방 직원이 못 먹고 몇일간 씻지 못해 더러운 자신을 목욕탕에도 데려가고 덕지덕지한 머리로 잘라 주어 정을 붙이게 된다. 그리고 혹시 이 '장미'라는 여자가 자신의 진짜 엄마가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물론 이론상으론 맞지 않지만 진짜 엄마란 자신을 사랑해주고 이뻐해주고 먹을 것도 줄 것이라 생각하는 소녀에게는 '장미'가 그 생각에 들어맞는 인물이기 때문에 어찌됐든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장미'가 만나는 백곰이라는 남자를 보며 소녀는 실망하게 된다. 좋은 대학을 나왔지만 지하방에 살며 집밖을 나오지 않고 장미가 사다주는 음식을 꼬박꼬박 받아먹고 더러운 집을 치워주는 장미를 항상 깔보고 무시하며 잘난 척하는 백곰을 지독히도 싫어하며 그런 백곰을 왜 좋아하는지 장미를 이해할 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백곰이라는 작자가 장미에게 폭력을 휘둘고 뛰쳐나가는 장미를 따라가려다 한 템포 늦은 소녀는 백곰에게서 거지인 자신을 불쌍히 여겨 입혀주고 먹여줬다고 하는 장미에게 들은 말을 조롱으로 바꿔 이야기하며 아랫도리를 벗고 변태행각을 벌이려 한다.

 충격을 받은 소녀는 그 뒤로 그곳을 빠져나와 다방에 다신 가지 않고 기차를 타는데 여기서 한 할머니와 만나게 된다. 이런 인연으로 벙어리인채 하며 할머니와 지내게 된 소녀는 한순간은 비교적 행복하게 지내지만, 할머니의 불한당같은 아들이 등장하면서 소녀의 운명도 다시 바뀐다.

 이 아들은 아비가 죽었을 때도 오지 않고 집을 나갔다가 사업에 실패하고 갈 곳이 없게 되자 딸린 싸가지 없고 이기적인 두 딸내미와 자신의 천 싸가지 정도 하는 허영심에 부풀은 아내와 함께 할머니집에 얹혀 살면서 등꼴을 빼먹기 시작한다.

 친자식에게서 밀린 소녀는 할머니가 넣어준 돈 뭉치를 마지막으로 행복도 잠시 또다시 떠돌게 된다. 뒤로 소녀는 교인, 폐가에 쳐박혀 사는 허약한 남자, 불량 소녀들을 만나며 삶의 고달픈 여정을 걷게 된다.

 불량소녀로 사회속에서 이단아지만 따지고 보면 그들도 또한 피해자이다. 새아빠의 수차례 성폭행, 또는 잘못된 부모들, 그 틀 속에서 평범한 자리에 머물지 못하고 어디론가로 튀어나가는 아이들. 그들에게 평범은 곧 부정의하고 더러운 것에 순응하는 것이다. 곧 그들의 반항적인 행동은 자신들이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든 자신들의 방법으로 더러운 것에 맞서는 것이다.

 소녀의 입장에서는 그녀가 떠나는 여정들은 어째보면 모두 겪을 수 많은 일상들일꺼란 생각도 든다. 길거리 소녀에게 행운이 얼마나 많이 따를 것이며 그녀가 더 나쁜 상황에 빠지지 말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쥐들이 아비를 갉아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악몽을 꾸는 소녀를 이해하기란 나쁜 부모를 만나지 않은 사람은 어려울지도 모른다. 소녀가 진짜 부모를 만났다면.. 이 소설은 결말도 달라지고 전체적 특징도 잃었을 것이다.

 어둡고 자극적인 부분이 많아 쉽게 잊혀지지 않는 만큼 세상의 많은 불행한 삶들에 대해 생각해본 소설이다. 진짜 부모란 무언가, 세상의 자녀들은 얼마나 진짜 부모를 만나 자신이 자라 진짜 부모가 되고 있나. 새삼 그런 생각도 든다. 이 책의 표지를 볼때마다 왠지 그 여운이 사라지지 않을꺼란 느낌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