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수련 마음 단단 - 검도 인생 20년 차, 죽도를 죽도록 휘두르며 깨달은 것들
이소 지음 / 카시오페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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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27년전인 1995년에 방영된 드라마 '모래시계' 는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90년대 최고의 드라마이다. 드라마를 본방사수하기 위해 일찍 집에 들어간다고하여 귀가시계라고 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지금 다시 한번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배우 이정재씨가 뒤에서 묵묵히 여주인공을 지켜주는 보디가드로 나왔다. 

극 중에서 이정재 배우가 보였던 검도 액션 때문에 때 아니게 검도장이 호황을 누렸다는 소리가 있을 정도로 '검도' 에 대한 관심도 높았던 걸로 기억한다. 안타깝게도 우리집 부근에는 태권도장들만 있어서 검도장 찾기가 어려웠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이것이 내가 태어나서 처음 접한 '검도'에 관한 추억이다.


내가 읽은 '매일 수련 마음 단단' 이라는 책은 검도를 통해 일상의 많은 부분이 바뀐 콘텐츠 제작 프리랜서이자 생활 검도인인 저자가 쓴 생활밀착형 에세이다. 검도 용어나 예법, 기술 등을 기술하거나 대회에 나가 상을 거머쥐었다는 식의 무용담 대신 프롤로그 글에 적힌 것처럼 스스로 볼품없다고 생각해온 한 사람이 검도를 통해 차근차근 생각과 마음 그릇을 넓혀온 과정들에 대해서 담담하게 적어놓고 있다. 180여페이지 정도의 책이라 부담감없이 읽히며 중간 중간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도 함께 할 수 있다.


차례는 '장' 이나 'PART' 가 아닌 입문, 응용, 실전, 종합으로 마치 한 권으로 끝내는 수준별 학습서 느낌으로 구성된 점이 독특하다. 별 기대없이 시작했던 취미생활이 이제는 검도 인생 20년차 4단 사범이 되었고, 검도를 수련하는 과정을 통해 기쁨과 슬픔을 느끼며, 더 나아가기 위해 지금 좋아하는 것을 더 오랫동안 좋아하기 위해 매일 수련하면서 마음을 단단하게 먹고 있는 듯 했다. 


'회사에 있는 동안 '직장인인 나' 를 연기해야 한다. 그게 나에겐 버겁다. 하지만 도장에서는 어떤 역할을 잘해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하루 중 조금이라도 나 다울 수 있는 시간이 바로 그때다. 퇴근 후 도장으로 기어코 달려가 땀을 쏟아낸 건 시간의 길고 짧음보다 나일 수 있는 시간 자체를 지키고 싶어서, 그 마음에 충실해지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p.44~45


'죽도로 흠씬 두들겨 맞는 순간이 와도 마음을 비우고 싶다.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벽처럼 무너진다면 좀 더 회복 탄력성이 생기기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깨지고 또 새로워질 수 있기를. 잘되지 않지만 꼭 잘되는 것만 바랄 필요는 없지 않을까. 부서짐과 단단해짐의 반복, 그 어디쯤에서 일희일비하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얻을지 모르니까.' p.112


검도라는 매개체를 통해 완성형이 아닌 되어가는 사람(아마도 진행형이겠지) 으로써의 자신의 그릇을 확장해가는 모습이 내심 부럽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는 그 무언가를 위해 저렇게 꾸준할 수 있는 마음 근육을 한 번 키워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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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빈틈을 채워주는 교양 콘서트
김도균.이용주 지음 / 믹스커피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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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고 함부로 대하는 이들을 보면 우리는 무례하다는 생각을 하며, 교양없이 행동한다고 일침을 놓기도 한다. 그럼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이 '교양' 이라면 무얼까. 사실 우리는 늘상 단어에 대한 정확한 뜻을 모른 체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음을 느낀다. 

사전적 의미로 '교양' 은 학문, 지식, 사회생활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품위 또는 문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일컫는다고 한다. 교양프로그램, 교양수업, 교양대학 등 교양에 관한 여러 부류들을 우리는 지속적으로 접하고 있다. 


당신은 지금 교양있는 사람으로 살고 있는 가라고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그저 새로운 정보를 접하는데 급급했던 게 아닐 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를 접하는 우리는 어쩌면 그 정보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개념을 갖춘 교양인으로 불리길 원하는지도 모른다. 여기 그런 교양에 대한 허기진 나의 빈틈을 채워줄 교양 콘서트가 열렸다.


가끔 우리는 누군가의 대화 중에 몰라도 아는 척 쓱 넘기곤 하는데, 책을 쓴 양말(이용주)과 도비(김도균)는 매주 월요일 팟캐스트 '몰라도 아는척 - 30분 겉핥기 교양방송' 을 진행하고 있다. '너무나도 빠르게 변화가는 세상 속에 알기 위한 대화는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지않기 위해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필요합니다. 너무나도 무지몽매한 청년들의 알기위한 대화 속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라는 채널 소개로 몰랐지만 알기 위해 노력했던 저자들의 3년간의 기록들을 책 안에 담아내고 있다.


책은 총 4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PART 1. 민주주의 : 내부에 적이 있다

PART 2. 페미니즘 : 갈등과 혐오를 넘어 연대로

PART 3. 기후위기 : 보는 걸 넘어 행동으로

PART 4. 미래사회 : 앞으로 다가올 난제들


팟캐스트에서 진행했던 내용 중 이 시대 최소한의 교양으로 4개의 파트 속 24개의 키워드로 정리해주고 있다. 민주주의, 포퓰리즘, 페미니즘, 기후위기, 존엄사, 메타버스 등 지금 이 시간에도 미디어 한 켠을 장식하고 있는 키워드를 과거와 현재, 미래에 관한 시점으로 풀어내고 있다. 워낙 이슈가 되었던 내용들 그리고 지금도 이슈인 내용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고 있어서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저자들은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않다는 겸손함과 함께 상기 열거한 내용들이 사회에 꼭 필요한 시사와 교양이라고 생각하고, 사회를 보다 올바른 방향으로 바꿔나가려면 다른 사람과 우리의 생각을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각각의 파트 속에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 먼저 읽어도 무방하다. 개인적으로 요즘 관심이 있는 '기후 위기' 에 대한 내용을 정독할 수 있었다. 이상기후로 인해 해수면 상승, 식량위기 더 나아가 기후 난민까지 이제 인류가 노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뉴스를 통해 꾸준히 전달되고 있다. 


책 중간 중간 '여기서 잠깐' 이라는 박스 코너를 통해 키워드에 대한 부가적인 설명을 해줌으로써 내용을 보다 충실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뉴스를 통해 접했던 내용들을 보충 수업하는 기분이랄까. 책을 통해 나 역시도 몰라도 아는 척 할 수 있을만큼 지식의 빈틈이 채워져간다. 

조금씩 공부해야 비로소 내공이 쌓이는 것이 교양인만큼 평소 주변 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귀기울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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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고 싶다는 말 - 공허한 마음에 관한 관찰보고서
전새벽 지음 / 김영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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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마음에 관한 관찰보고서', '마음이 곰팡곰팡한 이들에게 보내는 따사로운 햇볕과 같은 공감과 위로' 라는 책 표지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한때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진단받고 자기혐오와 자기연민 사이에서 방황하던 유쾌한

저자가 고백하는 에세이인데, 표지의 수식어처럼 진짜 자기 내면의 이야기를 허물없이 고백하고 있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지만 본인의 경험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힘듦을 이겨내라는 같은 메시지가 없는 게 포인트.

 

온종일 만지는 것이 키보드와 마우스 밖에 없는 세계에서 다시 외로움과 싸우고 있으며 외로움과 지루함을 달랠 요량으로 글을 쓰고 있다고 한다. 교양 코미디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하니 필청해봐야겠다.  

'지독한 나르시시즘', '우리의 슬픔을 증폭시키는 것들', '애정결핍 확진자' 그리고 '닿고 싶다는 말' 까지 총 4장으로 되어 있으며, 각각의 내용들은 저자의 어렸을 적 경험부터 연애사, 결혼과 가정사, 친구, 학교 선배, 회사 상사 등 다양한 주변인들 이야기까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내용들이 이어진다. 

사실적인 내용 때문인지 잠들기 전 쓴 다이어리를 들춰보는 기분이 들었다. 특히 지나치게 다른 사람들의 기분에 신경쓰고, 혹시라고 점수가 깎일까봐 전전긍긍하며 산다는데 묘하게 나와 유사한 느낌이랄까.

 

'소중한 것과 별로 소중하지 않은 것들이 뒤섞여 있는 일상에서 벗어나면 소중한 것들만 떠올리는 시간을 갖게 된다.' p.9

 

'우리 마음 속에는 유대감이라고 불리는 큰 주머니가 하나 있다고 생각했다. 그 주머니를 채울 수 있는 것은 나와 좋은 관계에 놓인 타인의 존재다. 주머니가 채워질 수록 우리는 든든함을 느끼고, 주머니가 빌수록 두려움을 느낀다. 그런데 모두가 죽기 마련이라 주머니가 자꾸만 비어가고, 두려움은 점차 커진다. 두려움은 외로움이라고도 표현된다. 죽음은 그렇게 순수한 형태의 외로움이 된다. (중략)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거 밖에 없을 것 같다. 함께 있는 동안 최대한 서로에게 살가움을 표현하는 것. 서로를 꼬옥 안아주는 것.' p.168~169

 

'우울하다는 건 그런거였다. 몸 안에 눈물이 쌓인 상태, 눅눅하고 곰팡곰팡한 상태, 마음에서 악취가 날 지경인 상태. 그렇다면 할 일이 명확하다. 나를 활짝 열고 볕 속에 두는 것, 그저 볕이 치유하게 두는 것, 그 외의 일은 생각하지 않는 것. p.239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내가 나이를 먹는 만큼 내 주위 사람들도 나이가 든다. 특히 부모님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짐을 느꼈다. 온기라는 재료로 지을 수 있는 방파제를 부지런히 세워보도록 해야겠다.

 

뿌리 깊은 애정결핍 위에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것을 이겨내고 더 긍정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아울러 도와준 가족들과 삶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누군가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같은 책 내용이라 저자의 감정을 천천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무수히 많은 노력 속에 용기를 낸 '닿고 싶다는 말' 이 저자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듯이 '힘내' 라는 공허한 위로 대신 선명한 나만의 '닿고 싶다는 말' 을 찾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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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방의회에서 일한다 - 당신의 삶과 미래를 바꾸는 지방의회
이일우 지음 / 에이원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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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대통령 선거나 국회에서 법을 입법하는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장, 자치단체의원 그리고 교육감을 선출하는 지방선거까지 선거에 참여해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우리는 행사하고 있다.

지난 달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열렸다광역단체장기초단체장지역구광역의원지역구기초의원 등 무려 7명을 선출해야만 했다동네 곳곳에 선거 벽보, 현수막들이 설치되고, 유세 차량이 역 곳곳에서 선거 운동을 하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지만 정작 그들이 를 위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르고, 언론에 비춰진 지방의회 및 의원에 관한 부정적인 기사들도 한 몫했기에 사실 나는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내가 읽은 책은 현직 지방의회 전문위원이 소개하는 지방의회에 관한 책이다. 이렇게 책을 통해 다양한 직업군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건 독서만의 매력이자 최고의 간접 경험이 아닐 까라는 생각을 해보게되었다. 저자는 약 8년동안 서대문구와 도봉구의회에서 전문위원으로 일하며 겪은 기초의회의 현장을 책에 담아내고 있다.

인력과 예산 규모, 권한 등의 측면에서 국회를 대형백화점, 광역의회는 대형마트, 자치구의회는 동네에 있는 편의점으로 비유하고 있다. 편의점이 더 다양해지고 좋아질수록 주민들의 편리성이 증대되는거처럼 구청과 구의회가 좋아지면 그 혜택을 지역 주민들이 누릴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책은 5장으로 이루어져있다. 1장에서는 저자가 구의회 전문의원으로 이직하고 적응하기까지의 과정을 2장은 구의회가 언제 생겼고, 무슨 일을 하는 지 또 왜 필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3장에서는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구의회의 역할을 소개하며 실제로 주민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 지 사례별로 소개하고 있다.


4장은 구의회는 몇 명으로 되어있는지 월급은 받는 지 등에 대한 Q&A로 설명하며 구의회에 대한 이모저모를 들려준다. 마지막 5지방의원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통해 구의회와 구의원에 대한 오해와 선입견 등 앞서 이야기한 부정적인 시각에 대한 변명의 시간을 가진다. 다소 딱딱할 수 있는 주제를 이론이 아닌 다양한 사례를 들어가며 현장감있게 담아냈기에 그동안 몰랐던 지방의회의 역할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 듯 하다.

 

지자체 출자출연기관에 잠시 근무하면서 책에서 언급한 행감(행정사무감사)를 수감한 적이 있다. 사무 전반에 대한 실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불합리적인 부분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자리인지라 의원들은 문제점을 과감하게 지적하고 날카로운 질의를 던졌다. 지금 생각해도 긴장된 공기가 감도는 자리였다.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구의회도 그렇다고 저자는 말한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도록 실생활에 더 밀접한 내 주변 지방의회에 관심을 가지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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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위의 산책자 나와 잘 지내는 시간 1
양철주 지음 / 구름의시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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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분홍빛 컬러의 책 가운데 은색으로 글을 새긴 듯한 '때로 삶은 꿈을 찾는 시간이 아닌 꿀 한방울을 찾는 시간일 때가 많다' 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한때 시인을 꿈꾸고 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 것이 이력이 전부라는 작가 소개와 함께 과장법인줄 알지만 종이 위를 산책한다는 표현은 너무나 멋있게 다가왔다. 

'나와 잘 지내는 시간 01', 책을 펴낸 곳이 '구름의 시간' 책 제목 '종이 위의 산책자' 책장을 넘기기 전에 책 표지만 보더라도 절로 따뜻함을 느낄 수가 있었는데, 200여 페이지 에세이집을 음미하며 읽어볼 수 있었다.


글과 문장 속으로 산책을 간다고 표현하는 저자는 책을 통해 '필사' 에 대한 필사적 사랑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들어보았을 '필사'. 책을 손으로 직접 베껴 쓰는 일을 의미하며, 글 잘 쓰기 위한 법으로 꼭 한번은 언급되곤 한다. 한 글자 한 글자 이어지는 글자 속에서 뒤엉킨 생각들이 차분하고 가지런하게 정돈이 되는 기분일까. 

저자는 필사를 무엇을 창조하려 함이 아닌 작품의 곱씹음 혹은 작가에 대한 사랑 고백이라고 이야기한다. 사막에서 방향을 잃는 사람, 꿈이 없는 사람으로 살았지만 우연히 필사를 시작하면서 사막의 갈증을 견디고 스스로 자신감을 복돋으며 사막의 시간을 견딜 수 있었다고 한다. 


필사에 대한 저자의 견해를 들어보자면, 필사는 저공비행이며 사랑의 행위이라고 묘사한다. 이는 일반적인 독서에서 보지 못하는 것을 더 느리게 천천히 진행하며 볼 수 있고, 빨리 해치워야 하는 일이 아니고 아무리 느려도 감정을 유지할 수 있다면 오래 지속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문장과 작가의 정신과 사랑에 빠진다라.. 산문집을 보고 있지만, 텍스트 하나 하나가 시처럼 울림이 있고 곱씹을만했다. 글자를 통해 시각, 청각, 후각이 함께 열리는 기분이다. 이윽고 사각이는 소리를 내는 연필로 꾹꾹 종이 위를 채워나가는 작가의 모습이 그려졌다.


'책을 읽으며 텍스트 전체의 구조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지만, 한 문장의 유의미함과 그 짜임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면 더 좋을 것이고, 단어와 그 뒤를

잇는 단어에서 어떤 끈을 느낄 수 있다면 그 필사자는 자신이 짓는 집에 스스로 만족하며 살고 있다 말할 수 있다.' p.35


'시간이 지나갔다고 해서, 어느 한 시절을 벗어났다고 해서, 사랑이 끝났다고 해서 그 때의 간절함과 열정이 부정되지 않기를. 그 시절의 간절함 속에서

우리는 가장 뜨거웠었다. 지금은 그때와 너무 다른 열정 혹은 빙하기를 통과하는 중이라 해도. p.143


개인적인 이야기, 프루스트, 허먼 멜빌, 카뮈 등의 작품을 필사한 이야기들과 함께 책의 마무리까지도 필사의 매력에 대해 열거한다. 작품에 접근하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이요, 오아시스인 책 곁에 머무리는 것과 같으며, 자신을 비추는 거울, 나 자신을 아끼고 보듬는 일이라고 말한다. 


아름답고 힘이 되는 문장을 내 것으로 만든 것 같은 느낌이며, 필사하는 글에는 내 등을 쓸어 주는 따스한 손, 나를 응원해 주는 목소리가 있기에 그러한 응원에 힘을 얻으며 스스로 어려움에 맞설 마음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또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텍스트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내면에서 울려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다고 하니 이 정도면 진정 '필사' 를 사랑함이 틀림없다. 요즘 말로 찐으로.


속도에서 내린 사람인 저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쓴 순수 창작물들을 곱씹어보며 필사의 매력 속으로 들어가본다. 책에도 명시되어 있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이 '필사' 다. 지금보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매일 일기를 쓸 정도로 기록하는 것을 좋아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쉬운 책 하나 골라 필사를 시작해보아야겠다. 필사가 주는 위로와 즐거움을 나 역시도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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