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고 싶다는 말 - 공허한 마음에 관한 관찰보고서
전새벽 지음 / 김영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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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마음에 관한 관찰보고서', '마음이 곰팡곰팡한 이들에게 보내는 따사로운 햇볕과 같은 공감과 위로' 라는 책 표지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한때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진단받고 자기혐오와 자기연민 사이에서 방황하던 유쾌한

저자가 고백하는 에세이인데, 표지의 수식어처럼 진짜 자기 내면의 이야기를 허물없이 고백하고 있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지만 본인의 경험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힘듦을 이겨내라는 같은 메시지가 없는 게 포인트.

 

온종일 만지는 것이 키보드와 마우스 밖에 없는 세계에서 다시 외로움과 싸우고 있으며 외로움과 지루함을 달랠 요량으로 글을 쓰고 있다고 한다. 교양 코미디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하니 필청해봐야겠다.  

'지독한 나르시시즘', '우리의 슬픔을 증폭시키는 것들', '애정결핍 확진자' 그리고 '닿고 싶다는 말' 까지 총 4장으로 되어 있으며, 각각의 내용들은 저자의 어렸을 적 경험부터 연애사, 결혼과 가정사, 친구, 학교 선배, 회사 상사 등 다양한 주변인들 이야기까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내용들이 이어진다. 

사실적인 내용 때문인지 잠들기 전 쓴 다이어리를 들춰보는 기분이 들었다. 특히 지나치게 다른 사람들의 기분에 신경쓰고, 혹시라고 점수가 깎일까봐 전전긍긍하며 산다는데 묘하게 나와 유사한 느낌이랄까.

 

'소중한 것과 별로 소중하지 않은 것들이 뒤섞여 있는 일상에서 벗어나면 소중한 것들만 떠올리는 시간을 갖게 된다.' p.9

 

'우리 마음 속에는 유대감이라고 불리는 큰 주머니가 하나 있다고 생각했다. 그 주머니를 채울 수 있는 것은 나와 좋은 관계에 놓인 타인의 존재다. 주머니가 채워질 수록 우리는 든든함을 느끼고, 주머니가 빌수록 두려움을 느낀다. 그런데 모두가 죽기 마련이라 주머니가 자꾸만 비어가고, 두려움은 점차 커진다. 두려움은 외로움이라고도 표현된다. 죽음은 그렇게 순수한 형태의 외로움이 된다. (중략)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거 밖에 없을 것 같다. 함께 있는 동안 최대한 서로에게 살가움을 표현하는 것. 서로를 꼬옥 안아주는 것.' p.168~169

 

'우울하다는 건 그런거였다. 몸 안에 눈물이 쌓인 상태, 눅눅하고 곰팡곰팡한 상태, 마음에서 악취가 날 지경인 상태. 그렇다면 할 일이 명확하다. 나를 활짝 열고 볕 속에 두는 것, 그저 볕이 치유하게 두는 것, 그 외의 일은 생각하지 않는 것. p.239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내가 나이를 먹는 만큼 내 주위 사람들도 나이가 든다. 특히 부모님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짐을 느꼈다. 온기라는 재료로 지을 수 있는 방파제를 부지런히 세워보도록 해야겠다.

 

뿌리 깊은 애정결핍 위에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것을 이겨내고 더 긍정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아울러 도와준 가족들과 삶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누군가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같은 책 내용이라 저자의 감정을 천천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무수히 많은 노력 속에 용기를 낸 '닿고 싶다는 말' 이 저자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듯이 '힘내' 라는 공허한 위로 대신 선명한 나만의 '닿고 싶다는 말' 을 찾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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