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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사랑이라 말할 수 있다면
강송희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7월
평점 :
보통 책을 한 번 보고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장시간동안 덮어주게 되는 편인데 따뜻한 색감의 책 표지와 책 띠지에 적힌 “두 번 세 번 읽어도 또 읽게 되는 마성의 책” 이라는 독자평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새벽산책과 간절기의 냄새, 그리고 올바르게 나이 들어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니 무척 감성적인 작가임이 틀림없다.
그런 불안과 걱정으로 물든 밤에 문득 들여다보고 싶은 글들이 이 책안에 오롯이 녹아져있다. 에세이라고 명시는 되어있지만, 기존 에세이와 다르게 280여페이지 책 속에는 제법 짧은(시라고 불러도 무방할) 글들이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읽기는 수월하다.
총 4개의 챕터로 되어 있다.
Chapter 1. 온 밤은 한없이 너의 쪽으로 기울고
Chapter 2. 외로운 것들에지지 않으려면
Chapter 3. 상처가 스미는 시간을 위한 말들
Chapter 4. 사랑을 포기하지 말아요
그동안의 자기계발서나 인문학, 역사 등 지식을 추구하는 도서들을 접했었다면, 읽은 책은 힘을 빼고 마음을 돌보는 듯한 기분으로 ‘사랑’ 에 관한 단상들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내용에 따라 각자가 가진 연애, 이별 등 사랑을 기억하는 방식이 제각각이지 않겠는가. 그래서 글 하나 하나를 음미하다보면 과거와 현재가 함께 어우러짐을 느낄 수 있다.
‘사랑에는 순서가 없다. 내가 상대를 더 사랑하든, 상대가 나를 더 사랑하든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나에게 주어진 마음을 온전히 다 써버리는 것. 그래서 충분히 나를 사랑에 담가둘 수 있는 것. 그 뿐이다.’
- p.38 ‘사랑에는 순서가 없다’
‘그러니까, 단추를 한 개만 풀어서는 옷을 벗을 수 없잖아. 그런데 말이지. 옷을 벗으려면 우선 단추 한 개를 풀어야만 해. 그러니까 내말은, 사랑에도 그게 필요하단 말이야. 딱 한 걸음.'
- p.41 우선 단추 하나
'이별이 힘든 이유는, 너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어느 곳도 네가 없었던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제 현실이하는 것을 마주하기에 아직은 아프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능하면 아주 오래, 앓고 싶다. 아픔으로나마 내 곁에, 묶어두고 싶어서. 아픈 대로 두고 싶기, 때문이다.'
- p.119 이별이 힘든 이유
'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 있고 싶은 순간이 있다. 사실 그러한 날은 모순되게도, 지독히 혼자 있기 싫은 마음이 함께한다. 솔직해지자면, 내 이야기를 늘어놓을 힘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정말로 혼자 있고 싶은 것이 아니라,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바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 p. 131 ‘혼자 있는 마음’
'어쩌면 사람 살아가는 것들이 끝자락에는 결국 같은 냄새가 나서, 우리는 또 하루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나만 고되지는 않을 거라는 막연한 위로 덕분으로.'
- p.208 ‘삶의 냄새’
'행복하자. 그러지 않을 이유가 단 한 가지도 없으니. ‘지금을 사랑하기.’ 우리는 이미 그렇게 암묵적으로 합의하지 않았는가. 지금 이 순간을 미치도록 애달파하기, 애틋해하기, 그래서 비로소 소중함을 온몸으로 깨닫기. 이것이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
- p.235 ‘지금을 사랑하기’
바쁜 일상에 감정이 메말라있다면 한 템포 쉬어가며 책 속 문장들을 조용히 음미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