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프리즘 -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여섯 가지 조언
최인철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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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17년 서울대학교 중강당에서 개최된 공개 강좌, <심리학, 인간을 말하다>의 강연 내용을 담고 있으며 심리학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우리 인간에 대해 묻고 답한다.

1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01/ 내 삶을 망치는 심리학의 조언. 최인철

우리가 이야기하는 나쁜 삶이란 엄청난 잘못을 저질러서가 아니라 우리 안에 있는 작은 습관이나 생각이

자신도 모 르는 사이에 우리의 삶을 서서히 나쁜 쪽으로 이끄는 것이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우리가 이야기하는 좋은 삶도 엄청나게 훌륭한 일을 해서가 아니라 별것 아닌 일상의

작은 습관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좋은 삶으로 인도하는 것이다.

나 자신을 위한 행동을 이기적이거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기보다 아예 '독립성과 자율성을 추구하는 행위'라고 명명하면 그런 문제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31p-

02/ 아직도 공감을 믿는 당신에게. 폴 블룸

공감 능력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공감 역시 지능의 한 형태로, 선한 일에도 악한 일에도

사용될 수 있다.

그러므로 공감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닌 도구일 뿐이며, 도구는 목적을 가리지 않고 사용될 수 있다.

감상적 동정심이란 내가 지금까지 공감이라고 불러온 것, 즉 다른 사람의 고통을 느끼는 것이다. 반면 자비심이란 사랑이다. 다른 사람이 행복하고 충만하길 바라지만 그 사람의 감정을 똑같이 느끼지는 않는다.

-84p-

03/ 잠든 창의성을 깨우는 긍정심리. 최인수

창의성은 타인이 하지 않은 일을 하거나 지금껏 보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했던 형태로 표현된다.

그것을 '틀렸다'라고 재단해버리면 창의적 산물은 나올 수 없다.

창의적인 인물은 우리 주변에 이미 존재하고 있다. 다만 그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인정하고 수용할 열린 마음이

부족할 뿐이다. 창의적 성취보다 창의성에 대해 열린 사회가 우선되어야 한다.

아빠가 자식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은 일찍 사라지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사라진다는 의미는 생물학적인 존재가 아니라 심리학적인 의미로서의 유무를 말한다. /사르트르

-113 p-

2부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

04/ 무의식, 알지 못했던 나와의 만남. 김민식

나 자신이 얼마나 놀라운 존재인가를 깨달아라. 인간의 마음과 감정에 대해 과학적으로 사고하라.

현명한 판단을 위해 의식적 자각 없이 형성되는 마음과 행동의 중요성을 인식하라.

알지 못했던 나, 무의식의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동물의 생존 목적은 '생존 그 자체'다. -중략- 결국 선과 악의 기준도 종種의 생존이라는 목적과 관련이 있다고 보았다. 종족이 번식하고 생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선이고, 해가 되는 것은 악이라는 논리다.-중략- 끊임없이 변화라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종의 생존을 위한 기준도 변할 수 있으며, 따라서 선악의 구분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다,/스키니

-141~142p-

인간의 마음에 대한 과학적 사고를 통해 자신을 새롭게 발견함과 동시에 자신에 대해 모르는 것도 많다는 것 또한 깨닫기를 바란다.

-165p-

05/ 내 탓인가, 뇌 탓인가. 마이클 가나니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뇌는 자동적이다. 이는 결코 암울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에게는 개인을 뛰어넘는

사회적 층위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회적 역학 속으로 들어갈 때 이 사회와 계약을 맺게 되어 있다. 이런 예약이나 규칙에서 책임이

발생한다. 책임은 뇌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06/ 다문화 세계에서 조화롭게 사는 법. 헤이즐 로즈 마커스

문화의 충돌은 종종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그럴 때마다 갈등의 상대나 나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개인적인 갈등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갈등의 대상이 형성하고 있는 문화 사이클의 차이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여섯 가지 조언>이라는 부재가 달린 책이다.

'인문학의 위기'를 염려하는 목소리들이 높은 때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그래도 우리가 꼭 잊지 말아야 될 삶에 대한 물음. 이를 태면,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지며 그에 대한 디테일하고도 과학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또 어지럽도록 변화하는 시대에 다가오는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며 무엇을 알아야 할 것인가 ?'라는 주제로< 재단법인 플라톤 아카데미>와 <서울 대학교 행복연구센터> < 사단법인 한국 심리학회>가 함께 고민 한다.

어쨌든 기존 상식의 틀을 깨는 이론들이 일단은 흥미롭고, 동시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몰랐던 나를, 몰랐던 인간의 무의식을 새롭게 알게 되는 기쁨을 맛보게 되고, 또 과학적인 대안과 미래까지 점쳐볼 수 있게 되는 책이다.

행복. 공감. 창의성. 무의식. 자유의지. 공존. 그 어느 것 하나 평범하지 않은 새로운 이론들이 나를 매혹시킨 책이라고 자신 있게 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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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줄다리기 - 언어 속 숨은 이데올로기 톺아보기
신지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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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속 숨은 이데올로기 톺아보기>라는 부제가 달렸다.
톺아보기의 사전적인 의미는  '샅샅이 더듬어 뒤지면서 찾아보다'라는 것도 이번 기회에 알게 됐다
일종의 '딴죽 걸기'라고 할까?
그렇다면 딱 내 취향이다.  집요하게 파고드는  건 흥미 있는 일이다.
과연 질리도록 파고든다. 작가는 우리가 무심히 사용하는 언어들의 어원에서부터  시대에 따른 합리성과 폭력성을 파헤치면서  그것을 '언어의 줄다리기 경기장'에 비유한다.  그러므로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줄다리기는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각하라는 말 은  과거 신분제 사회에서 위계질서를 나타내는 언어였다. 
   신분이 높은 순위대로 나열하면 ①폐하(황제, 황후, 상황, 황태후) ②전하 ③저하 ④합하 ⑤각하이다. 즉 귀족  경칭 중 가장 낮은 위계였다. 그러나 그 때문은 아니다. 다만 그 경칭 자체가 가지는 봉건적인 의미 때문이다. 각하의 '각'은 고위 관료가 업무를 볼 때 사용했던 건물을 가리킨다.  고로 '각하'라는 호칭의 뜻은 각하라는 칭호를 듣는 사람은 말하는 사람의 위치가 자신의 공간인 '각'의 아래 있음을 파악하게 된다. 즉, 이 경칭을 쓰는 사람보다 이 경칭을 듣는 자신이 우월적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게 되는 말이다.
고로,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각하라고 부르는 것은  민주주의의 주체인 국민으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대통령이라는 말 또한 민주주의 가치와는 거리가 먼 단어다.
   클 때 大. 거느릴 통統. 거느릴 령領 자를 쓴다. 이것 역시 봉건 군주제의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는 표현이다. 고로 대통령이라고 부르는 한은 민주주의를 이룰 수가 없다.  이제 이 말을 대체하는 민주적인 명칭이 만들어지길  새 헌법에 희망해 본다. 

 

 

 

 

 

이 외에도  장애자와 정상인, 장애우와  일반인, 경품과 사은품, 원호대상과 보훈대상, 미혼과 비혼,  미망인과, 유가족, 여교사와 여성 교사, 청년과 젊은이, 자장면과 짜장면, 요즘 애들과 요즘 어른들, 비정상과 정상, 용천과 룡천…
이 책에서 다루는 많은 언어들은 지금도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더구나 같은 말을 쓰고 있는 남한과 북한의 문법적 통일, 또한 필요한 때이다. 이런 줄다리기의 하는 동안 어문각 규정은 나름대로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표준어 규정을 정하는데 고심을 하고 있다.
그 대책으로   통일된  사전이 필요했다. 그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문규정이 필요했고  드디어 1933년 제정. 공표된 '한글 맞춤법 통일안'이 생겼다. 이제 권위 있는 <표준 국어 대 사전>이 등장했으므로   어문규범의 시효는 끝내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언어 줄다리기는 끝나지 않고 있다. 매일매일 생겨나는 신조어, 쏟아져 들어오는 외래어, 은어, 유행어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작가는 끝으로 말한다.
'관'이해야 할 일은 규정을 만들어 '민'의 사용을 억압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언어의 주인은 당연히 언어 사용자들이기 때문이다.

 

 

 다 정리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무심코 쓰고 있는 언어들 중에서 그 의미를 알고 보면 경악할 정도인 것들도 많았다.  또 시대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언어, 사라져야 하는 언어, 받아들여야 하는 언어들이 수도 없이 많다는 것을 알고 보니 신비롭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특히 글 쓴답시고 어쭙잖게 언어들을 가지고 노는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심각성을 깨닫게 되고, 한 단어  한 단어 쓸 때마다 사전을 찾아봐야겠다는 경각심을 가지게 되는 정말 유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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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의 두 얼굴 - 현명한 당신도 몰랐던 건강검진의 불편한 진실
마쓰모토 미쓰마사 지음, 서승철 옮김 / 에디터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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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40년 동안 의료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긍적직인 사고가 중요하다라는 주장을 펼치며
장수하려면 건강검진받지 마라라고 과감히 부르짖는다.
심지어 암은 치료하지 않아도 된다. 웃음과 건강-군자는 의사를 멀리한다. 고혈압은 병이 아니다등 여러 권의 책을 썼다고 한다.

과연 이 책의 말을 믿어도 될지, 반신반의하게 되는, 나에게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이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당당하고 자신 있게 펼쳐지는, 이를 태면 의사로서의 양심선언 같은 이 책에 점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의사의 반란저자 신우섭 원장의 추천을 받은 책이다.

1장에서는 스무 가지의 건강검진 항목에 대해 꼼꼼히 설명하고 그 기준 수치의 잘못됨과 상식에 대한 허구를 낱낱이 파헤친다.
그렇다고 건강검진이 무조건 안 좋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꼭 필요한 것과 필요 없는 것에 대한 구분, 그 수치와 결과에 대한 의미에 대해 말하고 또 그 대처법까지 꼼꼼하게 조언을 해 준다.
제2장에서는 약을 먹음으로써 발생되는 위험성을 말하고 실제 필자가 경험한 암 수술 사례들을 소개하고 실제로 암이란 치료되지 않는 병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수술을 하거나 안 하거나 수명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고 말한다.
3장에서는 과감하게 <나를 전율케한 무서운 일본 의료>라는 제목으로 의료계를 고발하고,
마지막 맺음말로 그는 말한다.

 

건강이란 육체와 정신이 모두 건전한 상태를 뜻한다. 건강의 건建은 튼튼함을 뜻한다. ‘튼튼함’은 육체의 건강을 나타낸다. 그리고 건강의 강康은 ‘평온함’을 뜻한다. 즉 마음의 건강을 나타낸다. 이처럼 건강이란 육체와 정신이 일치되어 건전한 상태를 나타낸다. 건강검진은 육체의 상태만을 진단하는데, 그 건강검진 때문에 불안과 공포로 마음이 병든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건강검진 결과로 나온 항목의 수치가 높든 낮든 생명에는 거의 상관이 없다. 좀 더 자신감을 가지기를 바란다.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것이다. 몸에 필요한 호르몬을 만들어내는 기초를 이룬다. 혈관을 강화하고, 신경을 형성하는 재료이기도 하다. 콜레스테롤이 없으면 인간을 살아갈 수 없다. 29p

혈당검사 시점에서 기준치 안에 있었다 하더라도 매년 수치가 조금씩 높아진다면 주의해야 한다. 또 기준치를 넘었다 해도, 뚱뚱하다면 살을 빼자. 그것만으로도 개선된다. 44p

배가 아프거나 설사와 변비가 번갈아 찾아오는 등의 복부 이상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재변 잠혈 검사 반응이 +로 나왔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대로 두어도 90% 이상은 괜찮다. 63p

'~증'이 붙은 새로운 질병들을 하나하나 걱정하는 소극적인 태도는 내다 버리자, 골다공증은 '~증'이 붙어 있지만 병은 아니다. 병이 아니라는 사실에 확신을 갖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67p

몸무게는 '키-103'으로 계산하자. 72p

엑스레이- '판독'능력에는 의사에 따라 큰 차이가 있는 셈이다. 88p

모르는 게 약이다. 뇌 속은 모르는 게 가장 좋다. 102p

최근의 뇌 과학은 뇌세포의 사멸은 없다고 한다. 사멸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새롭게 생겨난다는 연구까지 있다.  이는 놀랄 만한 일이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거나 어던 일을 숙고함으로써 스스로에게 조금 어려운 일을 하면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나 전두부가 수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적당한 운동도 뇌세포의 수축을 막아준다. 103p

적침도 사람에 따라 큰 차이가 있는 검사이므로 자신만의 기준치를 정확히 알아두자. 기준치란 어디까지나 대다수 사람들의 기준 수치일 분, 자신의 기준 수치는 아니다. 121p

뇌경색이 혈압약을 먹으면 두 배 많이 생긴다는 내용이다. 뇌경색은 고혈압과 아무 관계가 없다. 뇌혈관이 막히는 현상이므로 오히려 낮은 혈압에서 발생하다.  그런 뇌경색이 혈압약을 먹음으로서 두 배나  많이 생긴다는 것은 왜일까? 149p

몸이 안 좋을 때 식욕이 없어지는 것은
음식을 몸속에 넣지 말고 휴식을 취하라'는 신호다-중략- 반응을 거스르면 병은 오래간다. 158p

혈압이 다른 사람들보다 낮은 것은, 그 다른 사람들이 비정상일지도 모른다. 혈압이 낮은 당신이 정상이라고 생각하자. 165p

당뇨는 당화혈색소 수치로 검사하자. 170p

대부분의 약이 장기간 복용했을 때 어떤 부작용이 생기는지 모르는 채 투여되고 판매되는 실정이다. 206p

약은 식사에 관계없이 시간을 맞추어 먹자 208p

암 환자가 통증을 느낄 때는 모르핀을 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하자, 모르핀을 제대로 투여해주지 않는 의사는 모르핀을 두려워하는 주제에 다른 지통제는 잔뜩 투여한다. 다른 진통제가 훨씬 더 무섭다는 사실을 모르는 처사다. 21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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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기담
전건우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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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수도권을 중심으로 불어닥친 고시원 열풍을 타고 지어진 <공문 고시원>.
고시촌이 아닌 변두리 시장통에 들어선 공문 고시원은 화의 저주가 서린 흉가 터 위에 지어진 곳이다. 베니어 판 한 장으로 칸막이를 한 1평짜리 방의 환경은 열악하기 이를 데가 없고 그곳에는 고시생이라기보다는 돈 없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모여드는 곳이 되었다. 유령들이 산다는 공문 고시원은 태풍이 불어닥치던 날 공문 고시원의 받침이 떨어져 나가고 이제는 수명이 다한 초식동물처럼 보인다고 표현된 흉물스러운 <고문 고시원>이 된 것이다.
공교롭게도 말 그대로 입주자들의 삶은 힘들고 어둡다. 삶에게 고문을 당하는 듯

 

 

 

303호의 30살 여자 행시생 (홍) /305호의 야동에 빠져있는 (노랑머리)/ 310호의 얼음장, 괴물, (뱀 사나이)로 불리는 살인자/ 311호의 굿바이 스트레스라는 곳에서 살인당하는 역할을 하는 (최)/313호의 100번째 자소서를 쓰고도 낙방한 (편)/316호의 동남아 노동자 (깜)/319호의 펭귄을 닮은 (펭귄 맨)/317호의 단발머리 17살 소녀 킬러 (정) /메기라고 불리는 관리실( 총무) 아홉 명의 모여사는 <고문 고시원.>
그야말로 그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픈 사연들이다. 내가 알지 못했던 환경들을 많이 알게 되었고 가슴이 아팠다. 특히 동남아 노동자 의 이야기는 눈물이 날 정도였다. 굿바이 스트레스의 이야기도, 소녀 킬러 이야기도, 마찬가지였지만 대체적으로 모두가 좀 현실감이 떨어지긴 했다.

이야기는 역시 이곳에도 의 저주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어느 날 홍이 사라지고,  썪은 물이 흐르는 광선천에는 엽기적인 모습으로 살해된 사체가 속속 발견된다.
같은 공간 속에서 살면서 서로 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서로 외면하던 입주자 대부분은 사라진 홍을 찾기 위해 힘을 모은다.  결국 그들도 피가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싶어한걸까?  또,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는 사투가 벌어지는 엽기적인 살인 현장들, 유령의 출몰들은 가히 열대야를 잊게 하는 장면들이다.
과연 끝까지 火의 저주로 이어질 것인가?

특이한 것은 이 모든 이야기를 사람의 말을 할 줄 아는 검은 고양이의 눈으로 보고 이야기를 해 나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비정 묘시悲情描市. 슬픈 고양이의 도시?
어두운 곳에서 고양이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의 도시라는 뜻인가? 잘 모르겠다.
어쨌든, 그 검은 고양이와 마지막까지 함께하는 얼룩 고양이, 그도 사람의 말을 하는데
그의 정체가

여기서 작가가 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뭘까?
첫째는  고시원 어두운 한 평짜리 방같이,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사람들의 삶을 돌아보자는 것. 그리고 이해하자는 것. 그 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기묘하고 환상적이어서  오늘 같은 한 여름밤에 읽기 좋은,  흥미 위주로 대부분을 할애한  무협지 같은 공포소설이다

스프링이 튀어나온 침대와 축축한 매트리스, 성에가 잔뜩 낀 미니 냉장고, 화질 떨어지는 브라운관 텔레비전, 그리고 밥상 겸 책상 겸 쓰지 않는 물건을 올려놓는 선반.
고작 1.5평 안에 이 모든 걸 우악스레 밀어 넣었다는 사실에 처음 말을 잃었고 그래도 그 모든 것들이 제자리에 놓여있다는 사실에 두 번째 말을 잃었다.
"창문 있는 방은 3만원이 더 비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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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나라 - 오래된 미래에서 페미니스트의 안식처를 찾다
추 와이홍 지음, 이민경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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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모장제>는 오래된 과거의 이야기인가?, 아니면 먼 미래의 이야기인가? 놀랍게도 이 책의 작가인 와이홍은 지금 현재 존재하고 있는 꿈같은 가모장제 부족을 찾아간다. 그것은 현실이며 논픽션이다.


 여신을 모시는 모쒀족. 그들은 거무신을 수호신으로 섬긴다.
중국 위난성 서남단에 있는 루구호에는 그들이 매년 여름마다 거무신 축제를 연다. 그 축제 이름은 <주야산지>.
주야산 역시 여신산이다. 그들은 철저한 모계혈통으로 이루어진다. 가계의 중심인 할머니는 가모장 으로서 그의 핏줄로 직접 연결된 사람이면 누구나 가족의 일원이 되었다. 독특한 것은 이 '할머니-/아들'조합에 그 자식들의 아샤오, 즉 연인은 일체 거론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결혼이라는 개념이 부재하는 만큼, 우리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성인가족 구성원은 독신이다. 오직 딸만이 다음 세대로 혈통을 이을 수 있는 존재다. 그들은 주혼 관계를 이어나간다. 주혼이란 결혼이나 독점적인 일대일 관계에 매여 있지 않고 지금 관계를 맺고 있는 연인의 집으로 가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 날 아침이 되면 어머니의 집으로 돌아가는 무쒀식 연애생활이다. 따라서 주혼은 결혼이 아니다. 가족 내에 아내나 부인이 존재하지 않는다.
요리의 원칙이란 찾아낼 수 있는 먹을거리를 먹고 그렇지 않으면 직접 길러내는 것이다. 그들은 간단한 도구를 쓰며 자금자족한다. 짐승을 잡는 험한 일 등은 남자들이 한다. 그렇다고 여성들은 절대로 힘든 일을 회피하는 법이 없다. 모든 일을 손으로 해내야 했는데도 그랬다. 여인은 당당하다.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자기 확신에서 비롯된 자신감이다. 모쒀 여성은 태어난 날부터 특권이라는 옷을 입고 자라난다. 농담을 좋아하고 파티를 좋아한다. 한번 파티를 열면 무조건 밤을 새고 논다. 파티에서 남성은 여성들만의 밤에 분위기를 돋워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 사회 속에서는 모두가 모두를 동등하게 대한다. 여성이 남성을, 여성이 여성을, 남성이 여성을, 남성이 남성을, 나이 많은 이가 적은 이를 대등한 사람으로 취급했다. 즉 여남(여기서는 남여가 아니라 여남으로 말한다)간의 관계에서 특이하고 공정한 가치 체계를 유지하고 살아간다여성들은 언제까지나 독신모이다. 여성이 낳는 아이는 어떤 아이든간 혼외자식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들은 결혼을 하지 않고, 따라서 아이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남성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누군가가 아버지가 되었음을 일체 염두에 두지 않는 사회에서 아이들은 아버지 없는 자식으로 태어날 수밖에 없다. 남성은 잠재적인 정자기증자일 뿐이다.
씨앗을 품고 있는 여성은 그 것을 실제 생명의 탄생으로 이끌어내기 위하여 씨앗에 물을 줄 남성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181.
'물뿌리개'가 가족에 포함되지 않기에 따라서 남성 아샤오(연인)가 가족의 부에도 기여할 수 없다. 모쒀만의 가족 구성 때문에 모쒀여성은 상대의 재력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중략- 남자는 그저 양질의 물을 주는 본분을 다하기만 하면 된다.
여성의 역할은 매우 강조되며 과소평가되는 법이 없다. 이들의 세계에서 여성의 일은 삶을 영위하는데 아주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가정 내에서 일차적인 역할을 하는 이는 여성이다. 남성들은 집안에서 필요한 궂은 육체노동과 집 바같에서 일어나는 공동체일에 참여하는데, 이는 모두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된다. 남성들은 부차적인 자신의 역할을 받아들이고 가모장의 권위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후계자를 정할 때 선택 방법은 서열을 보는 것이 아니라 딸들 중에서 그 개인의 장점을 보는 것이다.

 

우리가 믿고 있던 거의 모든 것들이 거꾸로 뒤집힌 이 세계, 여성을 중심으로 돌아가지만 남성에게 부차적인 동시에 특별한 지위가 주어지는 유일한 모쒀족 연대기의 남성 편이다.
첫째) 모쒀 여성과 같이 영원히 독신으로 결혼이 없는 사회에서 살기에 남편이 될 수도 없다.
둘째) 아버지가 될 수 없다. 모쒀 사회에는 아버지도 없기 때문이다.
셋째) 마마보이다.
넷째) 자매들이 낳은 아이들에게 삼촌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모쒀 남성들은 자신이 아샤오들과 낳은 아이들의 아버지로서는 어떤 의무도 가지지 않지만 어머니 쪽 조카들을 돌보는 것에는 책임감을 지닌다. 아이들에게 생존에 필요한 기술을 전승하고 도덕의 잣대가 되는 전통 문화를 알려주는 것이다.
다섯째) 나이가 들어 집안에서 최고 연장자가 되면, 가장의 형제라는 자격으로 모계 가정에서 가모장과 공동으로 큰 어른자리를 갖는다. 가장과 더불어 집안의 큰 어른인 그의 목소리에는가장만큼이나 큰 권위가 실린다. 집밖에서 그의 역할은 마을 회의와 같이 공동체 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가족 대표로 참석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남성은 모게 가정 내에서 작지 않은 입지를 갖는다.
위의 지위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은 바로 종마種馬역할이.
암컷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서 몸치장을 하는 수컷 공작새와 같다. 때문에 보석으로 멋을 내고 몸을 가꾼다.

 

 

그러나 아쉽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의 지역 관광 당국은 경치 좋은 이 시골 마을이 금광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관광업을 시작하기 위해 모쒀인들의 세계로 통하는 문을 활짝열어버렸다. 자유연애와 개방적인 성관계를 하며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부족이라는 이미지를 팔면서 말이다.
현대를 살게 된 모쒀족마저도 이제는 자신의 지위를 드러내는 새로운 상징을 구입하고 싶어한다. 세탁기. 수세식변기. 태양열 온수샤워, 오토바이 사륜구동차, 휴대전화, 현금
멈출줄 모르는 현금 경제의 물결은 관광 명소인 호수 바로 옆에 살고 있는 이들의 삶을 빠르게 뒤바꾸고 있다.
아슬아슬한 칼날 위에 서 있는 모쒀족이 사라져버리게 될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다.

 

과거와 오늘날 세계가 여성을 어떻게 대하느냐를 보고 있노라면, 가부장제의 남성중심 사회는 분명 해결책을 줄 수 없다. 인간 사회가 발전하면서 남성중심의 전형을 따른다는 필연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 볼 때, 모쒀족의 사회 양식이 계속해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머니의 나라인 모쒀족이 대안적인 시회로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으로서 솔직해지자면, 우리는 아미 마음 깊은 곳에서 모든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단 한 사람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쒀 사회는 남성을 연옥으로 끌어내리지 않고도 여성을 중심에 두면서 훨씬 나은 선택지를 제시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독신 여성을 버려진 위치, 결혼할 남자를 찾는 데 실패한 불쌍한 존재로서 사회 내 위계관계에서 다른 어떤 여성들보다도 낮은 등급이 매긴다.  그러므로 이등시민인 여성의 자리를 주요한 위치로 끌어올리는 일이 인류의 종말을 야기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로 이어진다  그러나 모쒀인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또한 그들에게서, 혼자임을 기쁘고 명예롭게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처음으로 읽어보는 가모장제에 대한 책이다.읽는 내내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현실에, 그것도 멀지않은 이웃나라인 중국, 어느 변방에, 그것도 철저한 유교사상, 가부장제의 대표적인 나라 안에 이런 부족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놀라게 했다. 분명 이 것은 미래에 대한 대안책이라는 생각에 나는 박수를 보낸다.
점점 여성의 지위가 올라가고 있는 시대다. 그러므로 언젠가는, 멀지 않는 미래에 다시 가모장제가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우리나라의 경우, 오래지 않은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보더라도 가능성, 내지는 불합리한 현실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가모장제>는 분명 가치있는 사회체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이갈리아의 딸들><오래된 미래><아버지가 없는 나라>라는 책이 있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모두 한번씩 찾아서 읽어볼 참이다.
정희진. 여성학 연구자는 말한다.
극도로 남성 중심 사회인 한국의 남성은 모꿔족 남성보다 행복할까?”
 
이 책은 ,가슴속에서 언제나 패미니즘이 꿈틀대는 나를 가슴 뛰게 만든, 말 그대로 <페미니스트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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