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줄다리기 - 언어 속 숨은 이데올로기 톺아보기
신지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언어 속 숨은 이데올로기 톺아보기>라는 부제가 달렸다.
톺아보기의 사전적인 의미는  '샅샅이 더듬어 뒤지면서 찾아보다'라는 것도 이번 기회에 알게 됐다
일종의 '딴죽 걸기'라고 할까?
그렇다면 딱 내 취향이다.  집요하게 파고드는  건 흥미 있는 일이다.
과연 질리도록 파고든다. 작가는 우리가 무심히 사용하는 언어들의 어원에서부터  시대에 따른 합리성과 폭력성을 파헤치면서  그것을 '언어의 줄다리기 경기장'에 비유한다.  그러므로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줄다리기는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각하라는 말 은  과거 신분제 사회에서 위계질서를 나타내는 언어였다. 
   신분이 높은 순위대로 나열하면 ①폐하(황제, 황후, 상황, 황태후) ②전하 ③저하 ④합하 ⑤각하이다. 즉 귀족  경칭 중 가장 낮은 위계였다. 그러나 그 때문은 아니다. 다만 그 경칭 자체가 가지는 봉건적인 의미 때문이다. 각하의 '각'은 고위 관료가 업무를 볼 때 사용했던 건물을 가리킨다.  고로 '각하'라는 호칭의 뜻은 각하라는 칭호를 듣는 사람은 말하는 사람의 위치가 자신의 공간인 '각'의 아래 있음을 파악하게 된다. 즉, 이 경칭을 쓰는 사람보다 이 경칭을 듣는 자신이 우월적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게 되는 말이다.
고로,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각하라고 부르는 것은  민주주의의 주체인 국민으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대통령이라는 말 또한 민주주의 가치와는 거리가 먼 단어다.
   클 때 大. 거느릴 통統. 거느릴 령領 자를 쓴다. 이것 역시 봉건 군주제의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는 표현이다. 고로 대통령이라고 부르는 한은 민주주의를 이룰 수가 없다.  이제 이 말을 대체하는 민주적인 명칭이 만들어지길  새 헌법에 희망해 본다. 

 

 

 

 

 

이 외에도  장애자와 정상인, 장애우와  일반인, 경품과 사은품, 원호대상과 보훈대상, 미혼과 비혼,  미망인과, 유가족, 여교사와 여성 교사, 청년과 젊은이, 자장면과 짜장면, 요즘 애들과 요즘 어른들, 비정상과 정상, 용천과 룡천…
이 책에서 다루는 많은 언어들은 지금도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더구나 같은 말을 쓰고 있는 남한과 북한의 문법적 통일, 또한 필요한 때이다. 이런 줄다리기의 하는 동안 어문각 규정은 나름대로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표준어 규정을 정하는데 고심을 하고 있다.
그 대책으로   통일된  사전이 필요했다. 그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문규정이 필요했고  드디어 1933년 제정. 공표된 '한글 맞춤법 통일안'이 생겼다. 이제 권위 있는 <표준 국어 대 사전>이 등장했으므로   어문규범의 시효는 끝내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언어 줄다리기는 끝나지 않고 있다. 매일매일 생겨나는 신조어, 쏟아져 들어오는 외래어, 은어, 유행어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작가는 끝으로 말한다.
'관'이해야 할 일은 규정을 만들어 '민'의 사용을 억압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언어의 주인은 당연히 언어 사용자들이기 때문이다.

 

 

 다 정리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무심코 쓰고 있는 언어들 중에서 그 의미를 알고 보면 경악할 정도인 것들도 많았다.  또 시대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언어, 사라져야 하는 언어, 받아들여야 하는 언어들이 수도 없이 많다는 것을 알고 보니 신비롭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특히 글 쓴답시고 어쭙잖게 언어들을 가지고 노는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심각성을 깨닫게 되고, 한 단어  한 단어 쓸 때마다 사전을 찾아봐야겠다는 경각심을 가지게 되는 정말 유익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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