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나라 - 오래된 미래에서 페미니스트의 안식처를 찾다
추 와이홍 지음, 이민경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모장제>는 오래된 과거의 이야기인가?, 아니면 먼 미래의 이야기인가? 놀랍게도 이 책의 작가인 와이홍은 지금 현재 존재하고 있는 꿈같은 가모장제 부족을 찾아간다. 그것은 현실이며 논픽션이다.


 여신을 모시는 모쒀족. 그들은 거무신을 수호신으로 섬긴다.
중국 위난성 서남단에 있는 루구호에는 그들이 매년 여름마다 거무신 축제를 연다. 그 축제 이름은 <주야산지>.
주야산 역시 여신산이다. 그들은 철저한 모계혈통으로 이루어진다. 가계의 중심인 할머니는 가모장 으로서 그의 핏줄로 직접 연결된 사람이면 누구나 가족의 일원이 되었다. 독특한 것은 이 '할머니-/아들'조합에 그 자식들의 아샤오, 즉 연인은 일체 거론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결혼이라는 개념이 부재하는 만큼, 우리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성인가족 구성원은 독신이다. 오직 딸만이 다음 세대로 혈통을 이을 수 있는 존재다. 그들은 주혼 관계를 이어나간다. 주혼이란 결혼이나 독점적인 일대일 관계에 매여 있지 않고 지금 관계를 맺고 있는 연인의 집으로 가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 날 아침이 되면 어머니의 집으로 돌아가는 무쒀식 연애생활이다. 따라서 주혼은 결혼이 아니다. 가족 내에 아내나 부인이 존재하지 않는다.
요리의 원칙이란 찾아낼 수 있는 먹을거리를 먹고 그렇지 않으면 직접 길러내는 것이다. 그들은 간단한 도구를 쓰며 자금자족한다. 짐승을 잡는 험한 일 등은 남자들이 한다. 그렇다고 여성들은 절대로 힘든 일을 회피하는 법이 없다. 모든 일을 손으로 해내야 했는데도 그랬다. 여인은 당당하다.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자기 확신에서 비롯된 자신감이다. 모쒀 여성은 태어난 날부터 특권이라는 옷을 입고 자라난다. 농담을 좋아하고 파티를 좋아한다. 한번 파티를 열면 무조건 밤을 새고 논다. 파티에서 남성은 여성들만의 밤에 분위기를 돋워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 사회 속에서는 모두가 모두를 동등하게 대한다. 여성이 남성을, 여성이 여성을, 남성이 여성을, 남성이 남성을, 나이 많은 이가 적은 이를 대등한 사람으로 취급했다. 즉 여남(여기서는 남여가 아니라 여남으로 말한다)간의 관계에서 특이하고 공정한 가치 체계를 유지하고 살아간다여성들은 언제까지나 독신모이다. 여성이 낳는 아이는 어떤 아이든간 혼외자식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들은 결혼을 하지 않고, 따라서 아이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남성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누군가가 아버지가 되었음을 일체 염두에 두지 않는 사회에서 아이들은 아버지 없는 자식으로 태어날 수밖에 없다. 남성은 잠재적인 정자기증자일 뿐이다.
씨앗을 품고 있는 여성은 그 것을 실제 생명의 탄생으로 이끌어내기 위하여 씨앗에 물을 줄 남성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181.
'물뿌리개'가 가족에 포함되지 않기에 따라서 남성 아샤오(연인)가 가족의 부에도 기여할 수 없다. 모쒀만의 가족 구성 때문에 모쒀여성은 상대의 재력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중략- 남자는 그저 양질의 물을 주는 본분을 다하기만 하면 된다.
여성의 역할은 매우 강조되며 과소평가되는 법이 없다. 이들의 세계에서 여성의 일은 삶을 영위하는데 아주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가정 내에서 일차적인 역할을 하는 이는 여성이다. 남성들은 집안에서 필요한 궂은 육체노동과 집 바같에서 일어나는 공동체일에 참여하는데, 이는 모두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된다. 남성들은 부차적인 자신의 역할을 받아들이고 가모장의 권위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후계자를 정할 때 선택 방법은 서열을 보는 것이 아니라 딸들 중에서 그 개인의 장점을 보는 것이다.

 

우리가 믿고 있던 거의 모든 것들이 거꾸로 뒤집힌 이 세계, 여성을 중심으로 돌아가지만 남성에게 부차적인 동시에 특별한 지위가 주어지는 유일한 모쒀족 연대기의 남성 편이다.
첫째) 모쒀 여성과 같이 영원히 독신으로 결혼이 없는 사회에서 살기에 남편이 될 수도 없다.
둘째) 아버지가 될 수 없다. 모쒀 사회에는 아버지도 없기 때문이다.
셋째) 마마보이다.
넷째) 자매들이 낳은 아이들에게 삼촌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모쒀 남성들은 자신이 아샤오들과 낳은 아이들의 아버지로서는 어떤 의무도 가지지 않지만 어머니 쪽 조카들을 돌보는 것에는 책임감을 지닌다. 아이들에게 생존에 필요한 기술을 전승하고 도덕의 잣대가 되는 전통 문화를 알려주는 것이다.
다섯째) 나이가 들어 집안에서 최고 연장자가 되면, 가장의 형제라는 자격으로 모계 가정에서 가모장과 공동으로 큰 어른자리를 갖는다. 가장과 더불어 집안의 큰 어른인 그의 목소리에는가장만큼이나 큰 권위가 실린다. 집밖에서 그의 역할은 마을 회의와 같이 공동체 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가족 대표로 참석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남성은 모게 가정 내에서 작지 않은 입지를 갖는다.
위의 지위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은 바로 종마種馬역할이.
암컷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서 몸치장을 하는 수컷 공작새와 같다. 때문에 보석으로 멋을 내고 몸을 가꾼다.

 

 

그러나 아쉽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의 지역 관광 당국은 경치 좋은 이 시골 마을이 금광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관광업을 시작하기 위해 모쒀인들의 세계로 통하는 문을 활짝열어버렸다. 자유연애와 개방적인 성관계를 하며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부족이라는 이미지를 팔면서 말이다.
현대를 살게 된 모쒀족마저도 이제는 자신의 지위를 드러내는 새로운 상징을 구입하고 싶어한다. 세탁기. 수세식변기. 태양열 온수샤워, 오토바이 사륜구동차, 휴대전화, 현금
멈출줄 모르는 현금 경제의 물결은 관광 명소인 호수 바로 옆에 살고 있는 이들의 삶을 빠르게 뒤바꾸고 있다.
아슬아슬한 칼날 위에 서 있는 모쒀족이 사라져버리게 될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다.

 

과거와 오늘날 세계가 여성을 어떻게 대하느냐를 보고 있노라면, 가부장제의 남성중심 사회는 분명 해결책을 줄 수 없다. 인간 사회가 발전하면서 남성중심의 전형을 따른다는 필연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 볼 때, 모쒀족의 사회 양식이 계속해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머니의 나라인 모쒀족이 대안적인 시회로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으로서 솔직해지자면, 우리는 아미 마음 깊은 곳에서 모든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단 한 사람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모쒀 사회는 남성을 연옥으로 끌어내리지 않고도 여성을 중심에 두면서 훨씬 나은 선택지를 제시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독신 여성을 버려진 위치, 결혼할 남자를 찾는 데 실패한 불쌍한 존재로서 사회 내 위계관계에서 다른 어떤 여성들보다도 낮은 등급이 매긴다.  그러므로 이등시민인 여성의 자리를 주요한 위치로 끌어올리는 일이 인류의 종말을 야기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로 이어진다  그러나 모쒀인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또한 그들에게서, 혼자임을 기쁘고 명예롭게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처음으로 읽어보는 가모장제에 대한 책이다.읽는 내내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현실에, 그것도 멀지않은 이웃나라인 중국, 어느 변방에, 그것도 철저한 유교사상, 가부장제의 대표적인 나라 안에 이런 부족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놀라게 했다. 분명 이 것은 미래에 대한 대안책이라는 생각에 나는 박수를 보낸다.
점점 여성의 지위가 올라가고 있는 시대다. 그러므로 언젠가는, 멀지 않는 미래에 다시 가모장제가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우리나라의 경우, 오래지 않은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보더라도 가능성, 내지는 불합리한 현실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가모장제>는 분명 가치있는 사회체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이갈리아의 딸들><오래된 미래><아버지가 없는 나라>라는 책이 있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모두 한번씩 찾아서 읽어볼 참이다.
정희진. 여성학 연구자는 말한다.
극도로 남성 중심 사회인 한국의 남성은 모꿔족 남성보다 행복할까?”
 
이 책은 ,가슴속에서 언제나 패미니즘이 꿈틀대는 나를 가슴 뛰게 만든, 말 그대로 <페미니스트 판타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