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기담
전건우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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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수도권을 중심으로 불어닥친 고시원 열풍을 타고 지어진 <공문 고시원>.
고시촌이 아닌 변두리 시장통에 들어선 공문 고시원은 화의 저주가 서린 흉가 터 위에 지어진 곳이다. 베니어 판 한 장으로 칸막이를 한 1평짜리 방의 환경은 열악하기 이를 데가 없고 그곳에는 고시생이라기보다는 돈 없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모여드는 곳이 되었다. 유령들이 산다는 공문 고시원은 태풍이 불어닥치던 날 공문 고시원의 받침이 떨어져 나가고 이제는 수명이 다한 초식동물처럼 보인다고 표현된 흉물스러운 <고문 고시원>이 된 것이다.
공교롭게도 말 그대로 입주자들의 삶은 힘들고 어둡다. 삶에게 고문을 당하는 듯

 

 

 

303호의 30살 여자 행시생 (홍) /305호의 야동에 빠져있는 (노랑머리)/ 310호의 얼음장, 괴물, (뱀 사나이)로 불리는 살인자/ 311호의 굿바이 스트레스라는 곳에서 살인당하는 역할을 하는 (최)/313호의 100번째 자소서를 쓰고도 낙방한 (편)/316호의 동남아 노동자 (깜)/319호의 펭귄을 닮은 (펭귄 맨)/317호의 단발머리 17살 소녀 킬러 (정) /메기라고 불리는 관리실( 총무) 아홉 명의 모여사는 <고문 고시원.>
그야말로 그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픈 사연들이다. 내가 알지 못했던 환경들을 많이 알게 되었고 가슴이 아팠다. 특히 동남아 노동자 의 이야기는 눈물이 날 정도였다. 굿바이 스트레스의 이야기도, 소녀 킬러 이야기도, 마찬가지였지만 대체적으로 모두가 좀 현실감이 떨어지긴 했다.

이야기는 역시 이곳에도 의 저주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어느 날 홍이 사라지고,  썪은 물이 흐르는 광선천에는 엽기적인 모습으로 살해된 사체가 속속 발견된다.
같은 공간 속에서 살면서 서로 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서로 외면하던 입주자 대부분은 사라진 홍을 찾기 위해 힘을 모은다.  결국 그들도 피가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싶어한걸까?  또,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는 사투가 벌어지는 엽기적인 살인 현장들, 유령의 출몰들은 가히 열대야를 잊게 하는 장면들이다.
과연 끝까지 火의 저주로 이어질 것인가?

특이한 것은 이 모든 이야기를 사람의 말을 할 줄 아는 검은 고양이의 눈으로 보고 이야기를 해 나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비정 묘시悲情描市. 슬픈 고양이의 도시?
어두운 곳에서 고양이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의 도시라는 뜻인가? 잘 모르겠다.
어쨌든, 그 검은 고양이와 마지막까지 함께하는 얼룩 고양이, 그도 사람의 말을 하는데
그의 정체가

여기서 작가가 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뭘까?
첫째는  고시원 어두운 한 평짜리 방같이,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사람들의 삶을 돌아보자는 것. 그리고 이해하자는 것. 그 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기묘하고 환상적이어서  오늘 같은 한 여름밤에 읽기 좋은,  흥미 위주로 대부분을 할애한  무협지 같은 공포소설이다

스프링이 튀어나온 침대와 축축한 매트리스, 성에가 잔뜩 낀 미니 냉장고, 화질 떨어지는 브라운관 텔레비전, 그리고 밥상 겸 책상 겸 쓰지 않는 물건을 올려놓는 선반.
고작 1.5평 안에 이 모든 걸 우악스레 밀어 넣었다는 사실에 처음 말을 잃었고 그래도 그 모든 것들이 제자리에 놓여있다는 사실에 두 번째 말을 잃었다.
"창문 있는 방은 3만원이 더 비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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