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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베른하르트! 신간리뷰어가 되자 마자 그의 소설 '비트켄슈타인의 조카'를 읽게 되었다. 비틀린 것 같으면서도 오히려 명료하게 심연을 파고드는 말들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그가 옛 거장들을 보는 뒤틀린 시선이 궁금하다. 
















"파시즘의 공포와 허망한 희망, 도주의 권태에 사로잡힌 망명자들의 정신세계"를 엿보고 싶다. 공허한 희망으로 무한히 달리는 자신이 허망하다. 언제쯤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삶은 고통이라고 하던 누군가의 말이 사실일까. 









 에밀 졸라는 이름만 많이 들어본 읽어보지 않은 작가이다. "노동자들의 비참한 삶의 모습과 그들의 저항, 투쟁을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한 자연주의 문학의 걸작으로, 노동자계급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최초의 소설이다." 

그의 소설 중 최초인 것인지, 아니면 그가 최초로 노동자계급에 관한 소설을 출판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읽어보고 싶다. 시대적 상황을 잘 반영했고, 지금까지 명목을 이어올 만 한가?







라틴아메리카의 문학이다.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영미문학, 프랑스 문학은 번역되었어도 라틴아메리카의 문학은 얼마나 있는 지 모르겠다. 적어도 나는 별로 많은 작품을 접하면서 자라지는 않았다.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문학을 한 사람이 다 읽는 것은 어렵기에 그것들 각자에게 특정한 사람이 전부 의미를 부여하기란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세상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있기에 문학은 각각의 사람에게 다른 스펙트럼을 전달할 수는 있다. 때때로 내가 가지고 있는 열쇠랑 자물쇠가 맞지 않을 때가 있다. 새로운 문학을 열어보는 것은 내가 가진 열쇠에 맞는 자물쇠를 찾아가는 과정이 될 수 있다. 








평론은 문학이지만 소설도 아닌 것 같은데.. 잡지, 시, 희곡, 우리나라 옛글을 제외한 항목이라 선택해도 될 것 같아서 애매모호하다. 이 책을 선택해도 된다면 .....

한국의 여러 작가들과 작품들을 바라보는 평론가의 시선이 궁금하다. 
















모두가 평등한 유토피아..유토피아!

"유토피아 문학의 고전이자 미국 최초의 SF소설인 『뒤돌아보며』가 아고라 재발견총서로 출간되었다. "

첫 완역본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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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드 모파상]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9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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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파상은 이야기꾼의 본질에 충실한 이야기꾼이다. 그는 이야기꾼으로서 자신이 이야기를 하는 자라는 자각을 서술로서 표출한다. 이야기꾼의 이야기에는 시작과 끝을 적절하게 짜는 것이 중요하다. 모파상의 단편들은 시작부분에서 이야기의 구심점을 소개하고 마무리에서 모두 회수해간다.  

인물이 구체적이고 있을법하다. 생동감과 개성이 강하지만 보편적이다. 인물들은 각각의 상황에서 부당한 행동을 하기도 하고, 겪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이 겪는 일들은 판단의 대상이 되지 않고 펼쳐진 채 놓여있다. 인물의 고통을 해결하지 않고 내버려둔다. 딜레마 상황을 정리하지 않는다. 그래도 뒷 내용이 궁금하지 않다. 시작한 부분에서 생겨난 의문이 마지막 글자를 읽으면서 끝나기 때문이다. 

 

“주제를 막론하고, 모파상의 단편소설들은 인생과 인간성에 대한 날카로운 관찰과 깊은 성찰을 보여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상류계급과 부르주아 계급의 속물근성과 위선을 놀라울만큼 예리하게 파헤치고, 시골 사람들의 순박한 정서나 본증에서 우러나오는 충동, 쾌활함, 인색함을 살아 숨 쉬는 듯한 유쾌한 필치로 이야기한다. 사랑에 모든 것을 바치는 순정한 남녀를 보여 주고, 인간의 정신 속에서 일어나지만 이성과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을 섬뜩하도록 생생하게 묘사하기도 한다.”

옮긴이의 말 - 797 p


작가가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을 탐구한다는 점에서 시대상을 넘어서도 현대의 인물과 공통점을 남겨두었다. 그가 떠올린 생각들은 이야기로 만들어져서 하나 하나는 균형점이 안맞지만 단편집에 모여 서로의 단점을 퍼즐처럼 맞추어 균형을 잡고 있는 듯 하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단편 소설 하나를 마칠 때 그가 인간의 딜레마를 해결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모습이 자칫 그의 편향된 생각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단편을 통해 그는 단지 인간의 단면을 보여주기 위해 딜레마를 겉으로 드러내고 끝내는 방식을 사용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다란 태양이 한 달 전부터 들판에 강렬한 열기를 쏘아 댔다. 쏟아지는 그 열기 밑에서 빛나는 생명이 부화했다. 땅은 초록빛으로 한없이 길게 뻗어 있었고, 하늘은 지평선 가장자리까지 파랬다. 노르망디 지방의 농장들은 작은 숲의 너도밤나무 띠 속에 갇혀 있었다. 가까이에 있는 낡아 빠진 울타리를 열자, 마치 드넓은 정원을 보는 것 같았다. 그곳의 농부들처럼 뼈가 드러난 오래된 사과나무들에 전부 꽃이 피어 있었기 때문이다. 갈고리 모양으로 굽고 뒤틀린 오래되고 거무스레한 나무줄기들이 흰색과 분홍색으로 이루어진 눈부신 둥근 지붕을 하늘 밑에 펼쳐 놓았다. 꽃들이 피어나는 달콤한 향기가 열린 축사에서 나는 기름냄새 그리고 암탉들이 잔뜩 앉아 있는 두엄 발효하는 냄새와 뒤섞였다.”

밀롱 영감 355 p


그는 이야기의 배경이나 감정을 잘 묘사했다. 그가 묘사한 것들은 작품의 분위기를 잡은 뒤 이야기를 끌어나갔다. 밀롱 영감이라는 단편에서는 밀롱 영감이 살고 있는 고장의 모습을 묘사하여 분위기를 잡은 뒤, 반전을 이끌어낸다.  


‘…… 그런데 자네는 저 여자의 야수같은 남편이 저토록 아름다운 아내를 옆에 두고도, 더욱이 과거에 일곱 번이나 그녀를 임신시켰을 정도로 그녀에게 열정을 쏟아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지금에 와서 아내 대신 타락한 여자들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는 지 알겠나?’

그랑댕이 대답했다.

‘이보게! 아마도 그 이유는 뻔하지 않을까! 그 남자는 자기 집에서만 자면 나중에 매우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사실을 마침내 끼달은 거겠지. 다시 말해 자네는 철학적 견지에서 아까 이야기한 결론에 도달했지만, 그 남자는 가정 경제라는 관점에서 똑같은 결론에 도달한 거지.’

쓸모없는 아름다움 756p


 모파상의 단편들은 당연한 것들을 뒤집는 것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사랑하는 크리스마스 만찬을 싫어하는 한 인물이 등장하기도 하고, 포로가 되고 싶어하는 인물이 얼결에 성을 정복하고 포로로 잡히게 되기도 한다. 훈장을 받고 싶어하는 한 인물은 자신이 노력한 댓가로 훈장을 받는 게 아니라 바람피운 아내의 상대가 손을 써서 손쉽게 훈장을 받기도 한다. 


“ 언니, 우리는 사람을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사랑을 사랑하는 경우가 자주 있어. 그리고 그날 밤 언니의 진정한 애인은 달빛이었던 것 같아.”

달빛 213 p


인간을 이해하고자 이유를 찾아가는 도중 떠오른 생각들 중 공감할만한 몇가지 사유들은 좋은 이야기의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지나치게 생각 자체에 몰두하면 이야기의 서사력에 신경쓰지 못할 위험이 있다. 이야기는 서사를 잃으면 생각의 설득력도 잃을 가능성이 높다. 그의 단편들은 단순한 서사구조 인 것 같으면서도 단서를 치밀하게 제공하기에, 읽고 나면 뻔한 이야기인 듯 싶으면서도 읽는 도중에는 다음 내용을 예측하기 어렵다.

세대가 다른 이야기인데도 재미있는 단편들이었다. 나는 전쟁세대가 아니라 군대 관련된 이야기는 이야기로서 읽었음에도 공감이 되었다. 요즘에도 적용되는 경제적인 문제, 사랑문제 같은 경우 깊게 공감할 수 있었다. 시대가 지나도 빛이 바라지 않는 단편들을 쓴 그는 이야기꾼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한 것 같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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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성석제 지음 / 창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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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만수라는 인물을 관통하는 한국 근현대사를 보여준다. 이 책은 만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드러낸 만수의 이야기이다. 만수라는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서는 그 자신이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남이 그를 다층적으로 서술하는 것도 필요하다. 책의 처음 부부분과 마지막 부분을 제외하면 보여주기 방식을 택하고 있다. 소설은 만수라는 인물의 어깨에 책 속 인물들의 삶이 얹어지는 과정과 결과를 보여준다. 

이 소설은 공백이 자주 나온다. 문단과 문단 사이 공백이 자주 나오면 내용도 자주 나뉜다는 뜻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문단들은 만수와 관련된 서술들이라 공백으로 나뉘어도 내용이 하나로 모아진다. 공백이 나오고 새로운 서술이 시작될 때마다 만수나 등장인물들에게 중요한 사건이 벌어진다. 인물을 드러내는 중요한 사건들이 압축적으로 제시되는 형식이라, 쉽게 읽히는 한편 흡입력 있는 소설이 되었다. 주변인물들의 생각과 행동이 만수의 행동과 어떻게 맞물리는지 보여주기에 설명하지 않아도 만수라는 인물에 관한 이해도는 높아진다.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면서 겪을 수 있는 여러가지 불행한 사건들이 만수가족이라는 무형적인 마당에 펼쳐진다. 일제시대 독립운동을 하다가 재산을 모두 말아먹은 만수 할아버지는 살던 지역을 떠나 산골마을로 숨어든다. 수제로 마을에서 칭송받고 집안의 소를 팔아 한국에서 가장 좋은 대학에 입학한 뒤 새로운 문물을 만나서 방황하던 백수는 학비를 벌려고 베트남 파병가서 고엽제때문에 죽는다. 집안의 기둥을 잃은 만수가족은 어느날 유신 법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교육을 시키는 것을 보고 분노한 할아버지에 의해 집안의 모든 것들을 팔아 서울로 상경한다. 서울에서 금희는 가족의 삶을 지탱하고 만수의 둘째누나는 연탄가스로 평생 불구로 산다. 금희의 결혼 이후 만수가 가족을 먹여살린다. 만수 동생 석수는 만수의 도움을 받아 대학에 가지만 억지로 군대에 가고 어느 순간 가족으로부터 자취를 감춘다. 만수의 동생 애인이 남긴 아들 태석이는 만수에게 떠넘겨진다. 만수는 공부하고 노력끝에 회사에 취직한다. 만수는 회사와 직원들을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그 노력의 댓가는 수억의 빚이었다. 옥희는 자신을 강간한 운동권 남자와 결혼하지만 소련의 해체 이후 목표를 잃고 도박에 빠진 남편과 연을 끊는다. 태석이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다.

이 책은 한국 근현대사를 여러 인물의 삶으로 그려냈다. 만수가 삶을 살아낼 수 있던 원동력은 그가 살면서 만난 많은 사람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대하며, 정직하게 살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의 모든 행동에 책임을 지려고 했다. 그런 노력에도 만수는 투명인간이 되고 만다. 


책을 읽으며 투명인간이라는 비유가 너무 직접적이라 생각했다. 제목은 의미를 함축적으로 드러내는 장치이므로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서술적으로 ‘투명인간’을 나타내고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투명인간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있어서 인물의 삶이 억지로 투명인간이라는 개념에 접목되고 있는 듯해보였다. 투명인간이라는 개념은 초반과 후반에만 나왔다. 그의 인생 내내 투명인간이 아니었다. 작가가 현대시대만 투명인간이 새로이 생겨났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던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책은 만수가 투명인간이 될 수 밖에 없는 삶을 말한다. 이 소설에서 말하는 투명인간이라는 개념을 억지로 접목시키지 않아도 이미 만수의 삶은 투명인간인데, 이 텍스트가 특수성을 갖기 위해 투명인간이라는 개념을 이어붙였는지도 모른다. 

 내가 요즘 세대에 투명인간이라는 서술이 비유어가 아닌 고유어처럼 쓰이고 있어서 그런 것인지 비유의 신선함은 느끼지 못했다. 나는 사실상 지금을 투명인간처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름이 남겨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프레임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이름이 남겨지지 않아도 살아남을 것이라고 다짐하는 건, 아직 곳곳에 남아있는 무한경쟁 체제를 거부하는 공동체가 남아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건강한 사회를 꿈꾸는 공동체가 살아남지 않았으면 나는 진즉 도태되고 말았을 것이다. 만수는 가족을 그 공동체라고 생각하고 버티고 살아남았지만 투명인간이 되었다. 책은 사회 현실을 마주보고 바꾸려 하지 않고 개인만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했기 때문인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제시한다.

책이 가진 의문에 대한 답은 제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작가는 소설의 첫 문장을 쓰기 시작한 이후 소설이 위안을 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나는 작가의 말을 소설이 답을 제시할 수 없는 문제를 던지는 장르라고 여긴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서 좋은 문제를 던졌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감동헀다. 관념적이지 않고 문제를 직접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소설 장르를 잘 활용했다고 여겼다.

책을 읽으면서 간절히 생각했던 것은.. 그에게 벌어지는 모든 일을 자신의 일인양 책임지며 살아가려고 한 만수도 행복할 수 있는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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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작가의 단편 '선고'를 읽은 적이 있다. 인간의 삶을 다른 사물에 비유하여 쓴 단편 소설이었다. 그런데 읽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의 단편소설 '선고'가 삶의 슬픔과 어지러움을 닮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작중 인물은 무언가 목표를 세우고 가지만 혼란스럽기만 하고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다. 우연히 노력과 상관없이 목표했던 것이 결과물로 도착하고, 소설 마지막엔 인물의 목표조차 쓸모없는 것으로 판명되어버린다.

그가 쓴 신중한 사람은 어떤 부조리함을 표면에 띄워줄지 궁금하다.


밑줄 긋기-

"그는 늘 억지와 불합리와 막무가내를 거북해했다. [……] 못 견뎌하면서도 견뎌낸 것은 견뎌내지 않을 때 닥쳐올 또 다른, 어쩌면 더 클 수도 있는 억지와 불합리와 막무가내에 대한 예감 때문이었다. 부자연스러운 것을 꺼려하는 사람이, 꺼려하면서도 부자연스러운 것을 내치지 못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공식이 그래서 성립한다. 부자연스러운 것을 꺼리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부자연스러운 상황을 더 잘 받아들이는데, 그것은 부자연스러운 상황을 거부하는 자신의 태도가 혹시 만들어낼지도 모를 더 부자연스러운 상황을 끔찍해하기 때문이다._「신중한 사람」에서"



밀란 쿤데라는 이 세상을 어떤 방식으로 냉소했을까. 무의미함이 축제가 될 수 있다면 그것은 아름다울까?


책 소개 일부-

" “우리는 이제 이 세상을 뒤엎을 수도 없고, 한심하게 굴러가는 걸 막을 도리도 없다는 걸 오래전에 깨달았어. 저항할 수 있는 길은 딱 하나, 세상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 것뿐이지.” -작품 속에서

개인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새로운 에로티시즘의 시대를 여는 배꼽, 아무런 이유도 없고 이득도 가져다주지 않는 거짓말에 기뻐지는 마음, 농담을 거짓말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는 오늘, 모두가 모인 파티에서 아무런 무게도 의미도 없이 천장을 떠도는 (배꼽 없는 천사의) 깃털, 순수하게 육체적, 인간적 고통만을 주는 칼리닌의 방광 등, 쿤데라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이 모든 이야기를 통해, 결국 우리 인간 존재의 삶이 아무런 의미 없음의, 보잘것없음의 축제일 뿐이며 이 ‘무의미의 축제’야말로 우리가 받아들이고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우리의 시대라고. "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 김연수 작가의 번역으로 세상에 나왔다. 


책 소개 중 일부 -


"<대성당>은 단편작가로서 절정기에 올라 있던 레이먼드 카버의 문학적 성과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그의 대표작이다. 표제작 '대성당'을 비롯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깃털들' 등 총 열두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이 작품집은, 평단과 독자의 지지를 동시에 얻으며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 후보에도 올랐다. "








 생전에는 독자의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자살 이후에 주목을 받은 레이몽 루셀의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는 <로쿠스 솔루스>가 우리나라에도 출간되었다. 


책 소개 중 일부-

"'로쿠스 솔루스'란 이 작품의 주인공이자 독신이자 부유한 과학자인 마르샬 칸트렐의 저택의 이름으로 '동떨어진 장소' 혹은 '고독한 장소'라는 뜻의 라틴어이다. 4월 초의 목요일에 칸트렐은 친한 사람들을 불러 "파리의 소음에서 멀리 떨어진" 광대한 저택의 여기저기에 설치된 그의 발명품을 차례차례 돌면서 구경을 시켜준다. 

소설은 일행의 앞에 차례로 나타나는, 사람의 의표를 찌르는 발명품의 묘사와 그 발명에 이르게 된 과정에 대한 설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의 가장 긴 부분인 4장에 이르면 칸트렐이 보여주는 기괴한 발명품은 그 절정에 도달한다. 거대한 유리로 된 우리 안에서 펼쳐지는 8개의 활인화tableaux vivant가 펼쳐지는데 이 활인화의 배우들은 대부분 죽은 사람들로 이들은 칸트렐이 만든 '레저렉티느'란 약물을 사용해 잠시 살려낸 것이다. "



청년이 갈 길은 어디인가.


책 소개 중 일부-

"프랑스 문단의 이목을 단번에 사로잡은 젊은 작가가 등장했다. 현 세태를 도발적 문체로 담아 낸 그의 첫 작품은 등장하자마자 프랑스 문단의 주목을 받으며 자유를 예찬하는 프랑스 젊은이들을 대변하는 인물로 꼽히게 되었다. 

그의 작품은 동세대의 앓음과 절망을 유머러스하면서도 시니컬한 시선으로 꼬집고 비틀어 프랑스 언론과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젊고 도발적인 필체로 청춘의 고민과 사회적 문제를 담아 낸 이 소설은 프랑스 독자들에게 큰 공감을 이끌어 내며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저자는 그의 소설에서 젊은이들에게 특별히 줄 것 없는 사회의 모습을 투영해 보여준다. 임시직과 수습직을 여러 번 거치면서 야망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세대, 취업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착취당하다가 결국 노동을 거부하는 세대의 운명을 가혹하면서도 재미있는 필치로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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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devous 2014-08-01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중한 사람, 대성당 응원하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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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목가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7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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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가란 본래는 서정시의 한 형식으로, 공상적인 황금시대를 동경하고 평화롭고 소박한 전원생활을 미화하는 내용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목가 [pastoral, 牧歌] (두산백과)


책의 대제목은 1부 기억 속의 낙원, 2부 추락, 3부 잃어버린 낙원 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제목은 미국의 목가가 부서지리라는 것을 암시한다. 책은 ‘스위드’가 왜 미국의 목가를 대표하게 되었는지, 그가 미국의 국가 정세에 따라 어떻게 추락하는지 보여준다. 작가는 한 나라의 문제를 한 가족이라는 틀로 가져온다. 전체적인 이야기를 개인의 문제로 끌고 왔다. 그리고 그 시도는, 절묘하게 잘 어우러졌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고전을 읽는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특정한 시기와 사건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파고드는 것을 고전이라고 생각해왔다. 이 책은 한 시기에만 머물지만 전체적인 공감대를 형성하여 인간의 본질을 세밀하게 추적했다.  


"그는 역사에 족쇄로 묶여 있었고, 역사의 도구였으며, 그랬기 때문에 열광적인 존경을 받았다. 만일 그가 1943년의 그 슬프기 짝이 없던 날, ‘하늘의 요새’ 쉰여덟 대가 독일 공군 전투기들에게 격추당하고, 두 대가 대공포에 떨어지고, 또 다섯 대가 독일에서 폭격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영국 해안을 지나자마자 추락한 바로 그날이 아닌 다른 날에 위퀘이크의 농구 기록을 갱신했다면 — 배링어와 싸워 27점을 기록했다— 그런 뜨거운 존경은 받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미국의 목가 1 (1부 기억 속의 낙원 17p)


그가 영웅이 된 것도, 추락하게 된 것도 미국의 시대상황에 따라 갈라졌다. 그는 시작부터 끝까지 선의를 가지고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그의 선의는 상황이 변하면서 일관되게 행동해도 선의가 아니게 된다. 그의 딸이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는 시위의 일환으로 선량한 시민 한명을 폭탄테러로 죽인 이후 그는 추락하게 된다. 그가 가진 아버지라는 관념으로는 그의 딸인 메리를 그가 어떤 행동을 하였든 받아들여야 했다. 그러나 시민으로서의 그는 살인자인 메리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메리를 벗어나 다른 것에 집중하려고 하지만 결국 메리와 자신의 문제로 돌아와 평생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의 동생 제리에 의하면 그가 잘못한 것은 단지 주어진 규칙 아래서 열심히 살았기 때문이다. 


“형이라는 사람은 늘 모든 것을 매끈하게 다듬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형이라는 사람은 늘 온건해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야. 형이라는 사람은 남의 감정을 다치게 할 것 같으면 절대 진실을 말하지 않는 사람이야. 형이라는 사람은 늘 타협하는 사람이야. 형이라는 사람은 늘 자족하는 사람이야. 형이라는 사람은 늘 상황의 밝은 면을 찾으려고 하는 사람이야.  … 사회가 뭘 하라고 하건, 그냥 시키는 대로 하지. 예절. 하지만 예절이란 건 형이 그 얼굴에 침을 뱉어야 하는 거라고. 하긴 뭐, 형 딸이 형 대신 침을 배고 있네, 안 그래? 네 사람?(여기서 네 사람은 스위드의 딸인 메리가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라는 명목으로 폭탄테러를 하여 죽인 네 명의 사람을 가리킨다 - 리뷰 보충설명 ) 형 딸이 예절을 단단히 혼내줬네.”

미국의 목가 2 (2부 추락 69 p)


제리의 말을 보면, 오히려 스위드를 옹호하는 것처럼 비추어진다. 그를 미워하는 사람이 그를 이렇게 평가한다면, 그의 삶이 정말 그른 것인가? 책 속의 작가 네이선 주커먼은 스위드의 고뇌를 이렇게 정의한다.


"그는 대부분이 질서이고 아주 작은 부분만 무질서인 줄 알았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한 것이었다. 그는 환상을 만들었는데, 메리가 그를 위해 그 환상을 해체해주었다. 그애가 염두에 둔 것은 특정한 전쟁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그애는 미국에게, 그녀 자신의 집에, 하나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음을 절실하게 느끼게 해 주었다."

미국의 목가 2 (잃어버린 낙원 281p)


소설은 스위드 레보브의 입장에서만 서술되고 있다. 다른 인물들이 어떤 삶을 선택할 때,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나오는 내용은 현실적이나 비중이 얕다. 그래서 소설을 읽을 때 한 사람의 고난에 집중할 수 있다. 이 말은 한 사람에게만 집중하였기에 다른 이야기를 하려면 새로운 소설의 장을 열어야 한다는 뜻이다. 


"부모의 자기희생이라는 거의 법제화된 이데올로기가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이것이 우리에게서 제멋대로 반항하는 태도를 뽑아버리고, 품위 없는 충동을 모두 지하로 밀어냈습니다. 

우리가 완벽해질 수 있다는 그들의 흔들림 없는 열렬한 환상을 부수고 우리에게 허락되는 것에서 완전히 벗어나 방황하려면 우리 대부분은 엄청난 용기를 내야 했거나, 아니면 무척 어리석어야 했을 것입니다."

미국의 목가 1 (1부 기억 속의 낙원 73p)


한편으로는 미국의 목가를 설명하기에는 그가 내세운 스위드라는 인물만큼 적합한 인물이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위드는 유대인임에도 철저하게 미국의 미덕과 이상을 자신의 삶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던 몇 안되는 인물이다. 이 소설에서 스위드는 설로의 방향을 회전하지 못하고 계속 끝까지 산다. 그러나 이런 그를 미련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 그는 자신을 영웅으로 받들어준 사회에 권력을 휘두르지 않고 선량하게 살고자 하는 규칙을 지켰다. 스위드는 ‘평범한’사람이라는 지키기 어려운 개념을 평범하게 지켜온 사람이다. 


"설령 그들이 합리적으로 또는 요령껏 주장을 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들이 조르는 것을 무시하거나 그들의 기대를 꺾는 것은 자신의 우월한 힘을 부당하게 사용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들이 헌신적인 아들. 남편. 아버지라는 자신의 존재에 환멸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오래전부터 모두에게 아주 큰 칭찬을 받아온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목가 1 (2부 추락 218p)"


이 소설은 현대식 비극이다.  고대의 어떤 비극은 신이 신탁을 내리고 그 신탁을 피해 선량하게 살았으나 결국 신탁대로 비극을 손으로 빚는 내용 등이 서술된다. 이 책이 서술한 비극은 영웅취급을 받던 평범한(?)인물이 국가 자체의 문제점에 봉착하여 과격한 행동을 한 딸에 의해 살인자의 아버지가 된다. 이 역시 운명에 의해 이렇게 된 것이라 판단할 수도 있지만, 이 운명은 미국이라는 국가에 살고 있는 어느 누구라도 맞을 수 있다. 이 비극은 신탁이 아닌 국가적인 문제 - 인간이 해결할 수 있는 범위에 속하는 문제 처럼 보이는 - 일에 의해 일어난다는 점에서 과거의 비극과 차이를 보인다. 


이 소설은 인간본연의 딜레마를 스위드라는 인물로 보여준다. 세상은 무질서와 질서로 이루어져 있고, 질서는 안정감을 주지만 그를 배신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말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이 어떤 한쪽을 선택하는 게 가능한가? 한 인간의 머릿속에서는 논리적인 내용이, 다른 인간의 머릿속에서는 논리성이 부족한 내용이 될 수 있다.

딸에게는 베트남 전쟁을 막기 위해 폭탄테러를 한 일이, 너무도 당연한 일이고 논리적인 일이었다. 온건한 태도로는 위협적으로 다가오지 않아서 전쟁을 계속 이어나가려는 무리의 시선을 끌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위드라는 인물은 정 반대해야 한다면 무력적인 시위보다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의 시위가 낫다고 판단한다. 그 방법은 평화적인 방법이고, 지금 현재 보유하고 있는 틀을 그대로 유지시키면서 아무도 다치지 않을 방법처럼 보인다. 성공 가능성은 폭탄테러와 마찬가지로 알 수 없다.

딸이 살인자가 된 것이 확실해진 이후, 스위드 레보브에게 질서는 무질서의 우연적인 산물이 되었다. 시각을 달리하니 모든 무질서들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실라는 딸이 없어진 이후 네달 동안 스위드의 정부였는데도 폭탄 테러 직후 그의 딸을 숨겨준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그러나 실라는 스위드와의 관계를 이어온다. 스위드는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 배신감을 느낀다. 실라는 스위드를 포함한 모두로부터 스위드의 딸을 숨겨주었다. 실라와 스위드의 신뢰는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우연이었다. 각자는 각자의 논리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의 잣대로 평가하는데도 그 잣대를 서로 알지 못하기에 이어진 신뢰였다. 그걸 깨닫고 난 스위드는 누구도 신뢰할 수 없게 되었다. 이는 질서와 무질서의 딜레마를 스위드라는 ‘평범하고 영웅적인’ 인물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나타내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비극은 느리지만 갑작스럽게 온다. 미국 문명이 '전형적인 미국인' 스위드 로부터 메리를 낳은 것은 없을 일이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비극이 될 요소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탄생한 것이었다. 비극을 겪는 메리와 스위드에게는 그건 갑작스럽고 대처할 수 없는 재앙이 되었다. 가치대로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지만 비극은 빚어졌다. 

옳은 것과 그른 것이 존재하지 않고 무질서만이 존재한다면,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비극이 내게 올 경우, 나는 어떤 판단으로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이제까지 나는 청소년기를 제외하고 삶과 질서에 순응하는 삶을 살아왔다. 온전히 순응한 ‘평범한’사람은 되지 못하였지만, 새삼스럽게 내가 질서를 지키려 노력했다는 것이 나쁘다고 여기지 않는다. 세상이 만든 기준이외의 나만의 기준이 있으면, 괜찮은걸까. 이 딜레마는 살아있는 한 끝까지 가져가야 하는 것 같다. 결정내린 것은 늘 번복하게 만드는 삶 앞에서 무엇도 결정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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