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거짓말이야 늘 있는 일이고 '그러려니'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국민의 삶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면 얘기는 달라지지 않을까? 나는 사실 안철수 의원이 정치계에 첫발을 내디딜 때부터 그를 지지했었다. 그것은 아마도 '청춘 콘서트'의 영향이 컸지 않나 싶다.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혜택이 적은 소외 지역의 대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자 토크 콘서트를 하게 되었다는 그의 순순한 뜻이 좋아보였다. 그는 마치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상처럼 보였다. 그에 대한 지지는 최근까지 이어졌었다.
그의 실제 모습을 알고서 크게 실망했던 건 최근의 일이다. '사드 배치는 국익에 도움이 안 되므로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2016.07)고 했을 때만 하더라도 그는 정치에 때가 묻지 않은 신선한 정치인의 모습으로 비쳐졌다. 누가 뭐라 하든 소신을 굽히지 않겠다는 결기가 있어 보였다. 한미 양국 국방장관이 만나 '한미 공동실무단 운영보고서'에 사인을 했던(2016.10.20) 제48차 한미안보협의회 이후에도 그는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며 "이것만 되면 모든 게 해결되는 것처럼 덮는 게 큰 문제"(2016.11.13)라고 했었다. 그랬던 그가 최근에 와서는 돌연 태도를 180도로 바꿨다. '지난해 10월 20일 양국이 합의문에 서명을 했으니 이제 되돌릴 수 없고 받아 들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말도 되지 않는 변명이다. 그는 2017년 1월 16일자 논평에서도 "사드 배치 같은 중대 사안에 대해 오락가락 하는 것이 국민 보기에 민망하고 부끄럽지 않은지"라며 상대 당 후보를 비판했었다.
어제 같은 당 소속의 박지원 의원이 'Jtbc 뉴스룸'에 출연하여 했던 변명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왜 아니 그렇겠는가. 없는 말을 지어서 하다 보니 그의 말은 시종일관 횡설수설 논점이 없고, 했던 말을 무한 반복하는 등 시간 끌기에 여념이 없었다. 나는 비로소 내가 사람을 잘못 파악했다는 걸 절감했다. 나는 안철수 의원에 대한 지지를 접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 혹시나 싶어서 '안철수 거짓말'을 검색해 보니 인터넷에는 정말 놀라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의 많은 정보가 넘쳐 났다. 심지어 <안철수의 거짓말>이라는 책까지 나와 있었다.(저자 김구현, 2013)
하루 평균 자살자수 37명, OECD 회원국 중 12년째 자살률 1위인 우리나라에서 신입 정치인마저 이렇게 거짓말을 밥 먹듯 지껄인다면 대한민국에는 희망이 없지 않겠는가. 평균 38.9분마다 1명이 자살로 사망하는 암울한 국가에서 희망을 미끼로 자신의 영달을 꾀하는 자가 대통령 후보로 나섰다는 사실에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잠시나마 눈이 멀어 그를 지지했던 나 또한 부끄럽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