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마, 당신 - 위로가 필요한 모든 순간에 써내려간 문장들
이용현 지음 / 북라이프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햇살 고픈 아이들이 양지쪽에 나란히 앉아 봄볕을 쪼이고 있다. 가슴에 쌓인 먼지를 봄햇살에 털어내는 아이들 표정이 어쩜 그리도 투명한지. 저 나이쯤에는 아마 가슴 한 켠이 시렸던 기억은 설마 없겠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햇살 고픈 날에 햇볕을 쬐듯 마음 시린 날엔 시(詩)를 쪼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온종일 햇볕을 쪼여도 시린 가슴이 더워지지 않는 날이 있다고. 그런 날에는 시집 한 권 곁에 두고 주저없이 시(詩)를 쪼이라고, 봄볕 담은 아이들 눈에 심어주고 싶었다. 조막만 한 아이들 손에 햇살 한 움큼 담아주고 싶은 것처럼.

 

이용현의 <울지마, 당신>은 저자가 낱말 하나하나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는 걸 금세 알 수 있는 책이다. 마음에 생긴 사소한 생채기쯤이야 그가 내민 한 줄 위로의 글로도 금방 나을 것만 같았다. 좋은 글은 머리로 이해되기 보다는 먼저 가슴으로 녹아드는 법이다.

 

울지마, 당신

잠시만 눈을 감고 있으면 사라진다.

고통으로 나를 이끌었던 시간의 궤적들이

사라져버린다.

행복의 싸움은 미래가 아닌

나 자신과의 싸움이란 걸 잊지 말자고

희미해져가는 것들을 바라보며 이야기한다.

 

모든 것은 사라진다.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는 것들에

의미를 두지 말자.

오직 내 마음을 소중히 지켜내는 것에만

힘을 두자.

 

어제는 우렁 쌈밥을 먹자는 친구의 전화를 받고 한달음에 달려나갔었다. 초록의 신선한 모둠 쌈과 우렁 쌈장이 입맛을 자극했다. 식사를 마칠 즈음 친구는 한탄조의 말을 한마디 툭 던졌었다.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은 건지..." 쓸쓸함이 묻어나는 얼굴이었다. "삶은 어차피 상처와 치유의 반복일 뿐이고 그 과정의 고통을 고스란히 경험하는 일이야. 삶의 모양새가 어떠하든 그 고통을 견디는 건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야. 그러니 별 탈 없이 이만큼 견뎠으면 오히려 기뻐할 일이지 슬퍼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정작 불쌍한 사람은 살 날이 한참이나 많이 남은 젊은 사람들이야." 했더니, "그런가?" 하면서 조금 밝아진 듯 보였다.

 

광고 카피라이터로 시작해 지금은 이커머스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저자는 자신의 페이스북 '울지마, 당신'에 연재 중인 글과 직접 찍은 사진들 중 가장 사랑받고 공감을 얻었던 120여 편의 글과 사진을 엄선해서 이 책을 엮었다고 한다. 총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무엇을 해도 서툴기만 했던 젊은 날의 시련과 상처를 기록한 첫 장 '서둘러서 서툴러서',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두 번째 장 '슬픔이라 말하기엔 이른 시간', 그리고 책의 제목이기도 한 세 번째 장 '울지마, 당신'은 위로와 희망의 글로 채워져 있다.

 

마음을 비우며

 

상처받은 일만 생각하다 보면

상처 준 일은 잊게 되는 법이다.

 

이기적으로 생각하지 말자.

 

공원에서 봄볕을 쬐던 아이들은 어디론가 가고 없다. 유난히 봄비가 잦았던 요즘,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오늘은 어릴 적 광목 이불 홑청에서 맡던 햇살 내음이 맡아질 것만 같다. 어쩌면 봄비를 맞는 식물처럼 봄볕을 받은 아이들도 이 봄이 지나고 나면 몸도 마음도 한 뼘 자라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은 사람도 하늘이 기르는 식물이다' 라고 노래했던 문태준 시인의 시구처럼 <울지마, 당신>을 읽은 내 영혼도 봄비를 맞은 저 나무처럼 우뚝 자라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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