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의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만 사흘이 지났습니다.

저는 그동안 언론의 보도로부터 일부러 멀어지려 애써 왔습니다.  그렇다고 그 소식들이 들리지 않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사고에 대처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판에 박인 행태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저으기 만족했습니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 오늘 처음으로 마주한 TV 보도를 보면서 저는 슬픔보다는 오히려 화를 억누를 길이 없었습니다.  마치 야구 중계를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으니까요.  실시간으로 보여지는 탑승자 수, 구조자 수, 사망자 수가 마치 스트라이크, 볼, 아웃을 표기하는 자막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곳에는 이미 고인에 대한 애도나 추모의 숙연함보다는 숫자가 올라가는 흥분과 들뜬 분위기만 남아 있는 듯했습니다.

 

게다가 더욱 분통을 터뜨리게 했던 것은 그런 행태에 여러 방송사가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사망자가 29명이든 30명이든 한 사람 한 사람의 죽음은 그 자체로 이미 안타깝고 슬픈 것입니다.  스무 명의 죽음이라고 해서 슬픔도 스무 배가 되는 것도 아니요, 그렇게 될 리도 없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아까운 생명의 죽음 앞에서조차 매번 경망스럽고 헛된 짓만 하는 걸까요.

 

오히려 하나의 주관 방송사가 차분하고도 통일되게 슬픈 소식을 전할 수는 없는 걸까요?  흥분하거나 경망스럽지 않게 말입니다.  이런 행태는 중심을 잡아야 하는 정부 관계자들도 다르지 않더군요.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고 그랬는지 그 이유는 알 길 없지만 탑승자 수나 구조자 수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짓거리입니까.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국민들에게 사망자의 숫자가 그렇게도 중요했던 것인지 저는 묻고 싶은 심정입니다.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까닭도 없이 죽어가야 했던 그 각각의 사람들이 느꼈을 공포와 절망감보다도, 그 유가족들의 애끓는 심정보다도 사망자의 숫자가 그렇게도 중요했는가 말입니다.  정말 무서운 사람들입니다.  한 사람의 죽음을, 한 생명의 삶조차 한낱 의미도 없는 경쟁에 이용하려는 그들의 사고가 저는 마냥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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