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재구성 - 하버드대 심리학자가 과학적 연구 결과로 풀어낸 셜록 홈스식 문제해결 사고법
마리아 코니코바 지음, 박인균 옮김 / 청림출판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고, 듣고, 냄새 맡고, 감지하는 모든 것들이 100% 객관적 사실이라고 우리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하버드대 심리학자 마리아 코니코바라면 분명 '노(No)'라고 대답할 것이다.  적어도 그녀는 우리가 보는 실상은 객관적 사실의 극히 일부분만을 감지하였거나 우리의 과거 기억에 의해 편집 또는 왜곡된 허구라고 말할 것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우리는 결국 과거에 있었던 자신의 경험과 기억 속에서 평생을 사는 꼴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의식과 사고 체계를 바꿀 방법은 없을까?  저자는 코난 도일의 저서에 등장하는 명탕점 셜록 홈스를 주목한다.  셜록 홈스의 사고 과정을 현대 신경과학과 심리학을 바탕으로 분석하여 우리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고 있다.  어린 시절에 다들 한 번씩은 읽어보았을 '명탐정 셜록 홈스'는 내게도 가히 우상과 같은 존재였다.  아르센 뤼팽과 셜록 홈스 중 누가 더 뛰어난가? 하는 시답잖은 주제로 친구들 간에 치열한 설전을 벌이기도 했었다.  그 시절의 우리에게 셜록 홈스는 마치 유명 연예인 못지않은 선망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나는 이 책 <생각의 재구성>을 읽으며 그때의 추억과 함께 저자의 탁월한 분석에 감탄해 마지 않았다.  나의 우둔함을 탓하면서...

 

"우리는 자신의 정신에 관한 한 놀라울 만큼 신경을 쓰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있는지, 자신의 사고과정에 대해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 그리고 시간을 들여 이해하고 숙고하는 법을 배우기만 한다면 얼마나 더 나아질 수 있는지 의식하지 못한 채 마냥 즐거운 듯 돛을 올리고 나아간다.  왓슨처럼 우리 역시 하루에도 몇 번씩 똑같은 계단을 수십 번, 수백 번, 수천 번 오르내리지만 계단에 대한 아주 사소한 사실 하나도 기억해내지 못한다."    (p.9)

 

왓슨식 사고에서 홈스식 사고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우리의 문제점은 과연 무엇이며 우리의 문제점을 시정하면 홈스식 사고로의 전환이 가능하기는 한 걸까?  저자의 대답은 '예스(Yes)'이다.  저자는 우리의 의식이 몸의 근육과 같다고 말한다.  많이 사용하고, 훈련하고, 집중하고, 자극함으로써 주의력과 자기통제력이 강화된다고 조언한다.  따라서 우리는 다락방과 같은 일정한 저장 공간에 우리가 어떤 기억을 저장하고 어떤 방식으로 저장할 것이냐의 문제를 관찰에 앞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배회하는 정신을 통제하고, 동기와 목적을 가진 의식적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얻게 되는 관찰과 경험의 정보는 향후의 추론과정에 필요한 필수정보를 제공하는 현실적 기반이 되지만 우리가 무심히 저장했던 잡다한 기억은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기 때문이다.

 

"관찰하는 정신, 주의하는 정신은 참여하는 정신이다.  이런 정신은 정처없이 배회하지 않는다.  어떤 일이 됐든 지금 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몰두한다.  왓슨 시스템이 이 일 저 일 다 참견하고 이것저것 다 확인하며 미치도록 뛰어다니게 하지 않고 홈스 시스템이 한 발짝 올라서도록 한다."    (p.151)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무리 좋은 정보와 뛰어난 기억력으로 무장했다 할지라도 'A이므로 B이다'라는 식의 선형적 사고는 그동안 애써서 모은 정보를 한낱 쓰레기로 만들 수 있다.  추론의 과정에 앞서 자신이 얻은 정보와 기억들을 서로 조합하고 재조합하여 어떤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비록 불확실성의 위험이 존재한다 할지라도 말이다.  컴퓨터에 내장된 정보나 인간의 지식도 그 자체로서는 쓸모가 없는 셈이다.

 

"상상력이 없다면 잠재된 사고의 가능성을 모두 끌어낼 수 없다.  잘해봐야 사실 정보와 세부 사항들을 줄줄 읊는 데 그칠 뿐이다.  그 사실들을 활용해 판단력과 결정력을 향상시킬 수는 없다.  우리의 머릿속엔 여러 상자와 폴더와 재료가 깔끔하게 정리된 다락방이 있다.  그런데 어떤 자료부터 조사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자료를 하나하나 넘겨보는 수밖에 없다.  어쩌면 적절한 방법을 찾을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만약 적절한 재료가 반듯하게 준비되어 있지 않고 두 종류 혹은 세 종류의 다른 자료들을 사용해 조합해야 한다면?  행운을 비는 수밖에 없다."    (p.169)

 

면밀한 관찰을 통해 단서를 수집하고, 상상력을 동원하여 여러 가능성을 도출했다면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추론이다.  어떤 결정을 내리고 답을 찾는 과정이다.  홈스에게 추론은 결론에 이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었다. 범죄를 해결하는 것이든, 개인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이든 과정은 동일하다.  다만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익숙한 것을 진실로 믿으려는 우리의 습관적 사고라고 할 수 있다.  각자의 인식의 틀에 맞춰 추론을 한다면 그 모든 정보는 그야말로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없다.  사건 해결에 있어 중요한 것과 부수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객관적으로 가려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혼식이 많아지는 계절이 왔다.  사랑하는 남녀가 한 집에서 같이 살기로 결정한다는 것, 인생에 있어 그보다 더 중대한 결정이 있을 수 있을까.  아내는 나에게 불만이 있을 때마다 "내 눈을 내가 찔렀지."하는 말을 자책하듯 내뱉는다.  그럴지도 모른다.  왓슨식으로 사고하는 한 우리는 평생 자신의 눈을 찌르며 살게 될지도 모른다.  적어도 자신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중대한 결정이라면 홈스식 사고를 따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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