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의 분노를 입에 담지도 못할, 담아서도 안 될 막말로 푼다는 데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감정의 배설물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악취와 구린내가 진동합니다. 정작 말을 쏟아내는 당사자는 알지 못하지만 말입니다. 어쩌면 한 사람의 품격은 말과 행동으로 드러나는 까닭에 자신의 품위를 지킨다는 건 감정을 절제한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합니다.

 

최근 자유당의 전당대회를 보면서 어쩌면 하나같이 저토록 저급한 사람들이 당 대표 후보나 최고위원 후보로 나왔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아무리 인물이 없어도 그렇지 일개 공당의 대표를 뽑는 자리인데 그런 사람들을 걸러내지 못했다는 건 자유당 전체의 수준을 짐작케 합니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망언을 일삼았던 김진태 후보나 어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막말을 했던 김준교는 나이가 어리고 사회경험이 없어서 그렇다지만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노인들이 방청석에 앉아서 쏟아내는 막말은 그야말로 가관입니다.

 

자신의 분노를 세련된 방식으로 표출할 줄 모르는 사람은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걸 의미합니다. 타인과의 소통은 물론 자신에 대한 이해력도 떨어지는 사람들이죠. 이런 사람들을 볼 때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미국의 소설가 커트 보네거트입니다. 그는 자신의 분노를 유머와 해학으로 풀어냄으로써 세상을 즐겁게 했던 사람입니다.

 

"내 생각에 지구의 면역체계는 에이즈 그리고 신종 독감과 결핵 등으로 우리를 제거하려고 애쓰고 있다네. 지구로서는 우리를 제거하는 편이 나을 걸세. 우린 정말로 무서운 동물이거든."

 

"우리의 소중한 헌법에는 비극적 결함이 있지만 그걸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 결함은 바로 미치광이 환자들만이 우두머리가 되고자 나선다는 것이다. 심지어 고등학교에서도 그랬다. 정서장애가 분명한 아이들만 반장선거에 출마했다."

 

위에 인용한 말은 모두 커트 보네거트가 쓴 <나라 없는 사람들>에 나오는 말들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