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우리는 배보다 배꼽이 커진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예컨대 구입한 물건의 가격보다 택배비가 더 많이 나오거나 신품을 구입할 때의 가격보다 수리비가 더 많이 나와서 난감했던 경우 등 본말이 전도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것은 비단 현실에서 거래되는 사물에 국한되는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우연찮게 엮이게 되는 여러 일들에서 발생하는 과한 대가들, 이를테면 오랫동안 공부를 하다가 그저 잠시 쉬었을 뿐인데 엄마로부터 심한 꾸지람을 듣게 되는 경우 혹은 업무를 보다가 잠시 나갔다 왔을 뿐인데 하루 종일 자리를 비운 것으로 오해를 산다거나 하는 경우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을 것입니다.

 

자신이 하는 어떤 일에서 본전도 찾지 못한 듯한 느낌이 든다는 건 예상했던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결과를 받아들었다는 걸 인정하는 경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와 같은 일들에 대해 모름지기 사람들은 판단력이 부족해서 그리 된 게 아니냐고 말하곤 합니다. 일의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거나 오해를 살 만한 일은 하지 않으면 되는 게 아니냐는 말이지요. 그러나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게 우리네 안목이고 보면 그런 타박은 너무 과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생각한 대로 예측한 대로 살아지는 인생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으니까 말입니다.

 

우리가 읽는 이야기의 대부분이 사람들의 잘못된 예측이나 헛된 이상에서 비롯되는 한 사람의 실패담일 뿐이지요. 그럼에도 그와 같은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고 공감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나도 그와 같기 때문입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소소한 일상을 경험하기 위해 너무나 귀중한 시간을 소비하는 까닭에 우리 모두의 인생은 실패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와 같은 부조리마저 탄생과 함께 신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면 달리 도리가 없을 듯합니다. 받아들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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