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뚝 떨어진 기온에 어깨가 절로 움츠러드는 걸 보면 이제 가을보다는 겨울 쪽으로 한 발 가까워진 느낌이지만 말이다. 몸도 마음도 '따뜻함'을 향해 길게 손을 내미는 요즘, 헛헛해진 마음을 달래기 위해 집 근처의 도서관에 들렀다. 생각보다는 한가했다. 마지막 단풍을 즐기기 위해 다들 들로 산으로 여행을 떠난 탓이리라.

 

생각해보면 인간이란 얼마나 간사한 동물인지. 서가에서 풍기는 퀴퀴한 종이 냄새가 그때그때의 기분에 따라 구수하게도, 역겹게도 느껴지니 말이다. 지금 살고 있는 하루하루가 삶에 필요한 온갖 자질구레한 것들에 대한 길고 지루한 설명문을 억지로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면 한동안 한국 소설을 읽지 않았다는 얘기다. 정말 그렇다. 한국 소설을 읽지 않은 지 꽤나 오래되었다.

 

'제15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을 빌렸다. 책에는 수상작인 한강 작가의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과 최종후보작인 강영숙 작가의 '맹지', 권여선 작가의 '이모', 김솔 작가의 '피커딜리 서커스 근처', 김애란 작가의 '입동', 손보미 작가의 '임시교사', 이기호 작가의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 정소현 작가의 '어제의 일들', 조해진 작가의 '사물과의 작별', 황정은 작가의 '웃는 남자'가 실려 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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