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잠깐 짬을 내어 친구의 병문안을 다녀왔다.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병원을 찾는 일은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다. 코끝에 전해지는 진한 소독약 냄새와 분주히 움직이는 의사와 간호사들, 그리고 병문안을 온 듯한 내방객의 어두운 얼굴들. 이러한 조합은 흐리고 을씨년스러웠던 오늘의 날씨만큼이나 진한 그림자를 드리우게 했다. 젊은 시절이라면 모른 채 지나쳤을 듯한 삶의 이면을 몰래 훔쳐본 느낌이랄까. 암튼 나이가 들수록 병원에 대한 부정적인 느낌은 그 강도가 더해진다.

 

휠체어를 탄 친구의 모습은 낯설었다. 시골 부모님 댁에 다녀오던 길에 신호대기를 하고 있던 자신의 차를 누군가 강하게 추돌했고, 정신을 잃고 얼마 동안 쓰러졌다가 일어나 보니 부서진 차 안에 쓰러져 있는 자신이 보이더라는 것이다. 휴대폰도 찾지 못한 채 간신히 밖으로 빠져나오자 지나던 차들이 사고를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를 했기에 망정이지 2차 사고라도 났더라면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고 했다. 사고를 낸 운전자는 도주를 했다가 이틀이 지나서야 자수를 했단다. 사고 차량은 책임보험만 들었을 뿐 종합보험에도 가입되지 않았다고 했다. 게다가 야간에 뺑소니까지...

 

친구의 차는 결국 폐차를 했고, 인대가 파열된 친구는 6주 진단을 받고 누워 있는 신세가 되었다. 어쩌면 그만 한 게 다행인지도 몰랐다. 여기저기 분주하게 쏘다니던 사람이 침대에 누워 하루하루를 소진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살다 보면 별일이 다 있게 마련이지만 가슴을 쓸어내리는 이런 일들을 접할 때마다 인간의 생명이 참으로 가볍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삶은 더 소중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날이 차다. 갑자기 변한 날씨. 무작정 겨울로 향하는 듯한 이러한 돌진이 다소 무모해 보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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