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입니다. 3년 전이었던가요? TV를 잘 보지 않는 나로서는 메르스 발병 초창기만 하더라도 주변 사람들이 왜 갑자기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에 나오는 뫼르소를 그토록 애타게 찾는지 그 이유를 몰라 궁금했었죠. 나중에야 그게 뫼르소가 아니라 중동호흡기증후군, 즉 메르스(MERS)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말입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생소했던 메르스가 대한민국의 국민 전체를 불안 속으로 빠트리고 우리나라 경제에 그렇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상했던 사람은 많지 않았던 듯합니다. 2015년 5월 20일에 시작된 메르스의 공포는 190일에 걸쳐 186명의 확진 환자와 그중 38명의 사망자를 냈을 뿐만 아니라 국민 대다수가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을 극도로 꺼렸던 까닭에 자영업자들의 매출 감소는 물론 대한민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의 수도 급감했던 게 사실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의 메르스 사망자 발생국가라는 불명예를 떠안게 된 원인이 초기대응의 실패와 허술한 방역체계를 꼽고 있습니다만 그보다는 오히려 국가 최고 지도자의 인명 경시 성향이 한몫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에서도 보았던 것처럼 300명 이상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던 대형 참사를 단순한 해상 교통사고쯤으로 치부하는 놈들이 국정을 운영하고 있었으니 메르스는 그저 유행성 감기쯤으로 인식되었을 테고 국민 한두 명쯤 죽는 것이야 대수롭지 않았겠지요.

 

국정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지 않는다면 국민은 국가를 믿을 수 없겠지요. 그랬던 까닭에 박근혜 대통령은 박근혜 씨로 추락하고 말았지만 말입니다. 2015년의 그들은 메르스를 단지 소설 속 '뫼르소'쯤으로 알았는지도 모릅니다. 그랬으니 그렇게 안일하게 대처했겠지요. 2018년의 9월, 대한민국에 메르스가 다시 찾아왔지만 사람들은 불안한 기색도 없이 그저 담담합니다. 국가가 국민들의 생명을 지켜줄 것이라 강하게 믿고 있기 때문일 테죠. 메르스는 '뫼르소'가 아니라는 것쯤 그들은 잘 알고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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