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복잡하거나 마음 한 켠이 심란해지는 날에는 단순하다는 게 그 사람의 능력이자 복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것저것 잴 것도 없이 그저 생각나면 바로바로 하고 결과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크게 마음을 쓰지 않을 수 있다면 세상 사는 게 지금보다 한결 편안해지지 않을까. 어떤 일을 하더라도 한 번 더 생각하고 신중하게 하라는 말을 이 사람 저 사람으로부터 어찌나 많이 듣고 자랐던지 신중함이 몸뚱어리 곳곳에 안 스민 곳이 없을 지경인 나로서는 단순한 사람이 그저 머릿속 생각만으로 부럽다 느껴질 뿐 타고난 성정마저 버릴 자신은 없다. 생각해보면 누구나 인생은 처음인데 시행착오가 어찌 없을 수 있겠나. 그건 단순한 사람이건 신중한 사람이건 가릴 것 없이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숙명일진대 어떤 일을 도모하기도 전부터 머리를 싸매고 결과를 내어 놓고도 다시 한번 되짚어 고민한다면 사는 게 얼마나 고단한가. 조금의 주저함과 망설임 없이 행하고 결과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삶, 그게 행복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오늘은 초복, 연일 불볕더위가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숨이 턱턱 막힌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인생을 빗대어 종종 이렇게 말하곤 한다. "젊은 시절에는 산의 정상까지 오가다가 나이가 들면 능선까지, 더 나이가 들면 산의 초입까지, 급기야 문지방을 넘지 못하는 순간이 오면 삶이 끝나는 것"이라고. 아침마다 산에 오르는 나는 요즘과 같은 여름철에는 마음속 갈등이 유독 심해지곤 한다. 나도 나이가 들어가는 까닭이다. 인터넷 실검 상위에 오른 모 기업의 보물선 발견 소식이 재미있다. 그들이 기대하던 보물이 실제로 배에 실려 있는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경제도 어렵다는데 꿈이 현실로 이루어졌으면 싶기도 하고... 제헌절에 삼계탕을 먹어서인지 속이 더부룩하다. 마치 1987년산 오래 묵힌 삼계탕을 먹은 것처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