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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향해 쏴라
마이클 길모어 지음, 이빈 옮김 / 박하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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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본 드라마 중에 하나는 살인자의 아들로 자신의 아버지의 무죄를 밝히는 내용이었다. 결국 아버지의 무죄를 밝혔지만 무죄를 밝히는 과정까지 주인공이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은 냉대를 지켜보는 것은 또 다른 슬픔의 한 드라마였다. 죄를 지은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하겠지만 그의 가족들은 어떤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미국의 유명한 살인자 중에 하나인 게리 길모어. 그는 사형 제도를 다시 부활시킨 인물이었다. 어떤 복수나 증오로 시작된 살인이 아니었다. 게리 길모어는 그와 관련 없는 두 명의 시민을 죽였고, 자신을 처형해 달라고 했다. 당시 유타주에서는 10년 동안 사형집행이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10년의 기록을 깬 사람이 게리 길모어였다. 그는 자신을 죽여 달라고 했고, 두 사람을 죽인 것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그저, 자신의 심장을 향해 총구를 겨눠 주기만을 바랐다. 이런 그의 일화는 영화와 책으로도 만들어 졌으며 많은 사람들이 그의 도도한 살인에 분노했었다.

 

 

 

저자는 너무도 유명한 사형수인 게리 길모어의 동생이다. 그는 <롤링스톤>의 수석편집장이었으며 작가이며 유명한 음악평론가이다. 그가 살인자이며 유타주의 사형수였던 게리 길모어의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비뚤어지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는 동안 겪어야 했던 슬픔과 외로움은 자신의 형이 만들어 낸 영화와 또 다른 역사를 쓰고 있었을 것이다.

 

 

 

책이 상당히 두껍다. 약 700페이지에 달하는 내용이다. 그는 어떤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토록 방대한 양의 내용을 쏟아 내면서 그의 형을 변론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런 의문을 가지고 읽기 시작한 처음은 그의 부모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그의 아버지는 정착이 어려운 사람이었다. 이미 여섯 번이나 결혼과 이혼을 하고 저자의 어머니인 베시와 결혼을 했다. 광고사기 수익금으로 살아갔던 그의 삶은 이미 사기와 절도가 아무렇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런 이유로 그는 이곳저곳을 떠돌며 생활을 이어 갔고, 정착하지 못한 그들의 삶은 위태로웠다. 그런 아버지는 자상함이라곤 하나도 없었고 언제나 폭언과 폭력이 뒤따랐다. 아내를 구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자신이 만들어 놓은 규칙을 지키지 않는 아들들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매번 밤 10시의 귀가 시간을 만들어 놓고 지키지 않는 둘째 아들을 문을 열어주며 폭행을 하는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제외한 모든 가족들에게 행해지는 자신만의 규칙과 규율 이었으며 권위와 권력이었다. 그가 했던 학대들은 모두 요즘 뉴스에 탑 기사로 실릴만한 것들이었다.

 

 

 

떠돌며 살았던 아버지는 아이들에게도 정착하지 못했다. 아이들을 품어 주지 못했고 늘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어머니는 달랐다. 아들을 이해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이미 남편의 폭행에 병들어 있었고 지쳐 있었다. 모르몬교를 믿었던 그들의 신앙이 어쩌면 게리 길모어가 살인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어떤 운명을 얘기해 주는 부분도 있었지만 사실 그것이 그렇게 큰 영양을 미쳤을까?

 

 

 

열세 살 때부터 범죄를 저질렀던 게리 길모어에게 누군가 다정하게 그를 인도 했다면 무고한 시민 두 명을 살해하는 일은 없었을까? 네 명의 아들 중에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은 막내아들, 즉 저자였다. 그는 간혹 자신이 살인자가 되지 않고 아버지처럼 알코올 중독자로 살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아버지의 학대의 그늘에서 떨어져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그는 아니라고 했지만 그가 유명한 잡지 편집장으로 또는 음악 평론가로 살아 갈 수 있었던 것은 어쩜 그런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그늘 밖에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이렇게 긴 고백을 하는 동안 그가 괴로워했던 날들이 조금은 상쇄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삶을 온전하게 이해하는 것은 내가 똑같은 과정을 겪지 않는다면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그의 슬픔을 조금 알아가는 것뿐이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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