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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 최인호 유고집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삶을 대하는 자세를 생각해보다. -최인호 유고집 [눈물]  

 

 

요즘 들어 유독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책을 읽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다가 가끔 나도 모르는 눈물이 떨어지곤 한다. 정말로 오랜만에 책을 읽다가 울어봤다. 책의 내용이 슬퍼서가 아니다. 세상을 떠난 그들이 아쉬운 것들도 있지만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라는 물음 앞에 스스로 한숨이 절로 나와서도 아니다. 그냥, 누구에게나 있는 이 마지막을 너무 빨리 마주한 것 같아 속상한 마음이 크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작가 최인호라는 분이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그의 책을 읽었던 것들을 살펴본 적이 있다. 언젠가 작가 박완서 선생님의 이별과 함께 집에 있는 책을 모아 다시 읽어 보고 싶었던 책들을 정리했었던 날들도 있었는데, 이렇게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을 책을 다시 만나는 것이 가슴 아프다.

 

 

이 책은 작가의 유고집이라기보다 작가가 마지막에 남긴 작은 기록, 혹은 그가 마지막을 찾았던 종교의 어떤 분을 위한 고백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작가가 침샘에 있던 암이 폐로 전이 되면서 7번의 항암 주사와 35번의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서도 남은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 고민했던 작가 최인호의 유고집 [눈물]은 다 읽고 나서 나에게 있는 믿음은 어떤 것일까 고민하게 만들었다.

 

 

종교가 없는 나는 누군가를 간절하게 그리워 한 적이 없다. 어떤 종교를 통해 나를 구원해 달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였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사실 이 책이 많이 불편하다. 작가의 종교가 불교였다가 어느 날 세례를 받으며 천주교인으로 변하고 그가 마지막까지 종교를 통해 마음을 위안 받는 것은 알겠지만, 원치 낳는 신앙서적을 읽은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나는 종교에 자유롭지만, 편견이 있는 사람이라 더욱 이 책이 감동보다는 불편한 마음이 훨씬 많았다. 아마 작가와 같은 종교인이 이 책을 읽었다면, 작가가 밤마다 쓰는 일기의 구절들이 훨씬 감동적으로 다가왔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그냥 한 사람이 죽음을 앞두고 쓰는 종교 일기라기보다는, 마지막까지 지키고 싶은 작가로서의 하루들이라는 생각이 훨씬 많다. 그는 어느 일기에 이런 구절을 써 넣었다.  

 

 

 

 

“아아, 주님. 그래도 난 정말 환자로 죽고 싶지 않고 작. 가. 로. 죽. 고. 싶. 습. 니. 다.” P33 

 

 

 

침샘암이라는 흔하지 않는 병을 통해, 그는 더욱더 말라갔고, 먹는 것조차 힘들었던 그 당시에도 그는 암 환자가 아니라, 고등학교 2학년 때 신춘문예로 등단을 하며 천재 작가로 시작을 하고 수많은 소설을 쓰고, 또한 그의 소설이 영화가 되며, 시나리오를 쓰기위해 몇 달씩 여관에서 칩거 생활을 하고 나오는 작가. 암을 극복하며 마지막 소설도 멋지게 써내는 그런 작가로 남고 싶은 그의 간절한 저 문장에 나는 그의 종교 얘기보다 그의 나약한 한 사람의 간절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자신의 마지막을 다 알면서 가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암이라는 질병을 통해 서서히 쇠약해 가는 자신을 알아가는 그 시간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생각해본다. 그러면서 찾게 되는 나약한 인간이 원하는 의지하고 싶은 마음을 통해 찾은 무언가가 이토록 아름답게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처음 불편하게 읽은 이 책이 나중에서야 마음이 편안해졌다.  

 

 

어느 날 작가가 일기를 쓰다가 눈물을 흘려 놓은 그 페이지에 스스로도 마음이 먹먹해 졌다는 그 페이지를 나도 본다면, 같이 눈물을 흘릴 것 같다. 때로는 거지같은 하루라고 욕했던 그날마저도 없어지는 날까지,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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