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초 베트남에 다녀오고 힘들었다. 너무 더웠다. 더위에 크게 약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곳은 정말 더웠다. 두바이에서 느낀 더위와 너무 다른 동남아시아의 여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더 덥다고 한다. 호이안의 저녁이 너무 좋아서 또 가고 싶지만 여름은 피해서 가야 겠다. 체감 온도 40도는 견딜 수 없었다. 두바이는 그래도 몰에 들어가면 너무 시원하고 어디든 가면 에어컨 없는 곳이 없었는데 호이안은 가게도 대부분 에어컨이 없으니 힘들었다. 그런 와중에 봉하에서도 더위를 먹고 왔다. 그런 상태로 나에게 찾아온 어지럼증은 나를 힘들게 했다.

 

 

앉아도 누워 있어도 어지러워 걷지를 못 했다. 괜찮아져서 병원에 안가고 나면 다음날 너무 힘들고를 반복해서 게으름을 피우다 병원을 찾았다. 사실 가고 싶지 않았다. 병원에서 나의 병명을 듣고 싶지 않았다. 듣고 나면 우울할 것 같았다. 하지만 새벽에 잠들다가 벌떡 일어나 이렇게 있다간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정신을 차리고 병원에 갔다. 내가 아프면 혼자 남을 우리 집 돼지 고양이는 누가 키우나 걱정이 앞서서 정신을 차리기로 했다.

 

 

 

아픈 날을 보내고 나니 한 달 동안 책을 한권도 읽지 못했다. 책을 읽으면 밀려오는 현기증에 책상에 앉아 있다가 이내 바닥으로 누워버렸다. 잠을 청해도 어지러워 잠을 잘 수도 없었다. 책을 읽을 수도, 잠을 잘 수도 없는 현기증은 약을 먹으면서 점차 나아지고 있다. 살 것 같다. 물론 다 괜찮아 진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앉아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책을 볼 수 있다는 것에 마음이 울적해졌다.

 

 

다행이다. 정신없는 이 와중에 책을 읽을 생각도 하고 읽고 싶은 책 목록들을 만들 여유가 생겨서. 건강이 먼저라는 생각은 늘 하지만 막상 이렇게 나에게 닥쳐봐야 그 절실함을 실감한다. 어리석은 인간이라서 그런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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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6-02 2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통풍 때문에 무릎이나 손에 통증이 오면 정말 고통스럽습니다. 아무 것도 하기 싫고, 움직이기 싫어요. 뭘 하고 싶은데 아파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는 게 괴로웠습니다.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요. 정말 제대로 아파봐야 건강의 중요성을 느낍니다.

오후즈음 2018-06-04 16:09   좋아요 0 | URL
통풍도 정말 아프다고 하던데...고생하셨네요..지금은 좀 어떠세요?
저는 약을 먹고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오랫동안 앉아 있는 일은 힘들어서 거의 병자처럼 누워 있습니다. ㅜㅜ 봄날을 이렇게 다 보낼것 같아 속상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