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지인과 전화를 하면서 오열 했다. 전화를 건 지인은 당황스러워 하면서 웃었다. 진정이 된 나는 멋쩍어 웃으며 지인에게 부탁했다.

 

 

“좋은 주인 못 만날 수도 있겠지만 버리지 말아주세요.”

 

 

내일부터 일주일 여행을 간다. 혼자 남을 고양이는 지인에게 부탁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고양이 전용 호텔로 보내기로 했다. 하룻밤 호텔비가 내 호텔비보다 비싸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좁은 케이지에 있지 않은 고양이 방이 전용으로 다 있어 밖이 보이는 통유리로 캣 타워까지 설치되어 있는 시설 좋은 곳으로 보내기로 했다.

 

 

문득 혹여, 내가 여행지에서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내 고양이는 어떻게 될까? 엄마는 천식이 있으셔서 고양이를 키우실 수 없다. 주변에 고양이를 키우는 지인은 딱 한명이지만 그녀는 고양이를 더 키울 생각이 없다고 예전에 한 말이 떠올랐다. 무엇보다 그녀는 일이 바빠 가족들이 고양이를 보살피고 있으니 내 고양이까지 가서 살 환경이 안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생명을 부탁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그 생명을 지켜 달라고 부탁할 수 있는 누군가를 찾는 것은 매우 신중했다. 그리고 그에게 정말로 무거운 책임감을 안겨 주는 것이었다.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다. 내 가족에게도 부탁하지 못 할 부탁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다는 것은 평생의 반려자를 찾는 일보다 더 어렵게 느껴졌다. 그중 내가 가장 신뢰하는 지인을 떠 올렸다. 그녀라면 분명 루키를 유기하거나 해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녀라면 분명 우리 루키가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는 곳도 알아 봐 줄 수 있을 것이라고...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침부터 출근길인 그녀에게 전화를 부탁했다. 그리고 지인에게 전화를 건 이유를 설명했다.

 

 

 

혹시 내가 여행지에서 사고가 나면, 내 고양이는 어떤 호텔에 있으니 꼭 찾아와 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그리고 키우시면 좋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으면 안락사만은 시키지 말아달라고. 버리지 말아 달라고…….그런 말을 하고 울고 말았다.

지인은 그런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나를 달랬고 나는 그런 일은 없어야죠...하지만 사람일은 모르는 일이니까, 그래도 혹여 그런 일이 생긴다면 부탁해요.

 

 

이런 사정도 모르고 루키는 중성화 수술 후 더욱 활발해진 얼굴로 우다다다를 연속 30분을 하고 있다. 속편한 녀석. 부디 엄마가 잘 다녀 올 수 있도록 기도해라.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꼬마요정 2018-04-30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 잘 다녀오세요~ 별 탈 없이 잘 다녀오시리라 믿습니다. 루키.. 귀엽군요^^
저도 집사라 마음이 찡하네요ㅠㅠ 다행히 저는 키워 줄 동생이 있어서 그 부분은 정말 다행이라 감사히 여기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