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사기다
스메들리 버틀러 지음, 권민 옮김 / 공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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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메들리 버틀러 저 <전쟁은 사기다 War is a Racket>, 1935/2013, 144쪽, 공존


 

이 책은 자본주의가 탄생한 이래, 자본주의 국가가 각종 ‘전쟁’을 수행하는 가장 큰 목적을 고발했다. 그것도 지구상에서 최첨단의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해온 미국의 장군이 고발한 것이다.

<전쟁은 사기다(War is a Racket)>의 첫 대목은 아래와 같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전쟁은 사기다. 언제나 그래왔다. 전쟁은 아마도 가장 오래됐고, 손쉽게 가장 큰 이윤을 남길 수 있으며, 그리고 확실히 가장 사악한 사업이다. 나아가 (한 나라의 국경을 넘어) 국제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사업이다. 또한 이윤은 돈으로 계산되지만 손실은 인간의 목숨으로 지불되는 유일한 사업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보이지 않겠지만, 나는 '사기'야말로 전쟁을 표현하는 가장 적절한 단어라고 믿는다. 전쟁이 실제로 무엇인가 하는 것은 '(권력) 내부'의 극소수 사람들만이 알 뿐이다. 전쟁은 극소수의 이익을 위해 대다수가 희생하는 사업이다. 전쟁을 통해 극소수의 사람들이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한다."(12쪽, 70쪽)


 

이 책은 ‘미국(자본주의사회)이 말하는 전쟁’의 속성과 의도에 대해 너무나도 무지하고 맹목적인 한국인들에게는 필독서라 할 수 있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뿐 아니라 베트남 전쟁과 아프리카 내전, 그리고 이라크 전쟁과 아프카니스탄 전쟁도 ‘테러와의 전쟁’도 기본 속성은 자본가들과 금융자산가들과 군산복합체들이 돈을 벌기 위한 사업이고 사기임을 알아야 한다. 전쟁뿐 아니라 ‘전쟁’ 또는 ‘전쟁위협’을 내세우며 군사무기를 만들고 사고 들여오고 수출하는 것 또한 겉으로는 ‘인권’ ‘민주주의’ ‘안전’ ‘안보’를 내세우지만 본질적으로는 자본가들의 사업이자 사기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들여오는 온갖 무기와 미군과 벌이는 군사훈련 또한 자본가들과 군산복합체를 위한 사업이며, 앞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전쟁이 발발하게 되는 것 역시 자본가들과 군산복합체들의 사업(사기)가 가장 중요한 본질이며 이유가 될 것이다.


 

스메들리 버틀러(1881∼1940년) 장군은 미국 해병 역사상 가장 용감한 군인이며, 병사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았던 군인 중 한 명이다.

그는 고등학교를 다니던 1898년에 스페인-미국 전쟁이 발발하자 전쟁 분위기에 휘말려 해병대에 자원입대했다. 신병 교육을 받고 소위로 임관해 쿠바로 파견된 것을 시작으로 34년 동안 아시아, 아메리카, 유럽에서 미국의 군사 작전을 이끌었다. 무려 121회의 전투에 참여했고 목숨이 위태로운 큰 부상을 두 차례나 입었다. 그러면서 미국 해병대 역사상 가장 많은 훈장을 받았다. 퇴역하기 전까지 모두 16개의 훈장을 받았으며 그 가운데 5개는 무공 훈장이다. 미국 군 역사상 해병대 최고 훈장인 ‘브레빗 훈장’과 두 개의 의회 ‘명예 훈장’을 수훈한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120회 전투 끝에 내린 결론"이 바로 “전쟁은 사기”라고 선언한 것이다.


 

한편 그는 스페인-미국 전쟁 때부터 시작된 미국의 군사적 모험주의와 간섭주의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가이면서 평화주의자였다.

퇴역할 때쯤 그는 자신의 과거, 조국과 세계의 변화를 회고하고 통찰하며 열정적인 반전 연설과 평화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현역으로 있으면서 더 이상 “자본주의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싶지 않았던 그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행위에 맞서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주창한 헌법상의 기본 원칙을 널리 전파하는 연설가로 변신했다. 즉 자유민주주의와 평화 수호하기 위한 고립주의, 비간섭주의, 평등 외교를 호소했다.

그는 1930년대에 미국 700여 개 도시를 돌며 1,200여 회의 연설을 했다. 기업들의 전시 부당이득 취득, 미국의 군사적 모험주의, 미국에서 세력을 넓혀가기 시작한 파시즘에 반대하는 거리낌없는 연설로 전국적인 명성과 지지를 얻었다. 이후 해외 참전군인들의 권익 신장, 미국의 군비 확장 반대, 국외 전쟁 개입 반대,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참전 반대를 주장하며 활발한 반전 평화운동을 펼치다가 1940년에 세상을 떠났다.


 

“세계대전 때 우리는 프로파간다를 이용해 젊은이들이 징병을 받아들이게 했다. 군에 입대하지 않을 경우 그들이 수치심을 느끼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이 전쟁 프로파간다는 너무나 악랄해서, 하느님까지 끌어들였다. 그러지 않은 이가 더러 있긴 했지만, 우리의 성직자들까지 함께 나서서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라고 부르짖었다. 독일인들을 죽이라고 했던 것이다. 하느님은 우리 편이고 독일인들을 죽이는 것은 그분의 뜻이었다.”(104쪽)


 

버틀러가 1935년 출간한 이 책은, 미국의 대표적 반전 도서로 꼽힌다. 하지만 버틀러 장군은 모든 전쟁을 부정하는 평화주의자는 아니다. 미국을 지키기 위한 전쟁은 필요하지만, 미국 자본 및 대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한 침략 전쟁에는 반대한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반전 문학으로 손꼽히는 이 짧은 에세이는 지금도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로, 교양서이자 교육서로 널리 읽히고 있으며, 스페인-미국 전쟁 이후 사실상 비간섭주의를 포기한 미국의 군사적 침략이 있을 때마다 그것을 비판하는 중요한 준거 자료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이 책은 군산복합체(軍産複合體, military-industrial complex)의 실체를 처음으로 밝혔다. ‘군산복합체’라는 용어는 1961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퇴임 연설에서 비롯됐지만 버틀러는 이미 한 세대 전에 선구적으로 군산복합체의 적나라한 모습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책에서 그는 미국의 “군사 조직”이 부유한 미국 기업들의 이득을 위해 어떤 식으로 이용됐는지 실명을 하나하나 거론하며 자세히 설명한다. 이런 사실에 대해 어렴풋이 아는 현대인들조차도 그의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설명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또 그는 전쟁 지지자들이 대중에게 전쟁의 당위성을 납득시키기 위해 ‘신’을 이용한다는 사실도 밝힌다. 그들은 참전 행위를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성스러운 사역으로 미화하면서 군사적 모험에 따르는 경제적 이득 편취는 함구한다.


 

“그가 한쪽 눈 아니면 한쪽 다리를 잃고 돌아왔을 때, 또는 정신이 파괴된 채 돌아왔을 때, 그들 또한 그만큼이 나, 때로는 그보다 더 고통스러웠다.
그렇다, 그들 또한 군 수품 제조업체와 은행, 조선업체와 각종 제조업체, 그리고 투자업체의 이득을 위해 자신의 달러를 바쳤다. 그들 또한 자유 공채를 매입했다가 종전 후 공채 가격을 조작한 속임수에 넘어가 은행의 이득에 기여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신체적, 정신적 부상자들과 스스로 자신을 되돌릴 수 없는 참전군인들은 계속 고통 받고 있고, 또 계속 빚을 갚고 있다.”(108쪽)


 

버틀러는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에 쓴 이 책에서 새로운 전쟁의 임박, 무솔리니와 히틀러의 위험성 증가, 미래의 가공할 무기들에 대한 탁월한 식견을 보여준다. 또 군사력을 자국 방어용으로만 제한할 것을 주장하면서 일본 군함이 미국 서부 연안에 출몰할 수 있다는 가정을 한다. 나중에 정말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하자 사람들은 버틀러의 이런 언급에 전율했다. 비록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이 일본의 공격
때문에 고립주의를 끝까지 지켜내지는 못했지만, 전쟁에 내재된 경제적 의미와 제국주의에 관한 버틀러의 관점은 지금도 그대로 유효하다.

 

잘나가던 미국 장군의 고백 "전쟁은 사기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24246&ref=twit


[2017년 3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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