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을린 대지와 검은 눈 - 한국 전쟁의 영국군과 오스트레일리아군
앤드루 새먼 지음, 이동훈 옮김 / 책미래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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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영국군의 눈에 비친 한국전쟁의 참상 <그을린 대지와 검은 눈, Scorched Earth, Black Snow : 1950년 한국 전쟁의 영국군과 오스트레일리아군 >
 

제목의 ‘그을린 대지’는 북한 지역을 초토화한 유엔의 지침을, ‘검은 눈’은 네이팜탄 공격을 뜻한다.
 

영국은 한때 '해가 지지 않는 제국'으로까지 불리며, 세계 최강의 국력을 자랑했다. 그 영국의 군대는 머나먼 한반도에서도 싸운 적이 있었다. 그것도 우리 한민족의 비극인 한국 전쟁에서...

한국 전쟁 중에서도 가장 드라마틱한 해였던 1950년. 영국군은 그 해에 낙동강과 인천, 사리원, 평양, 박천, 장진호, 흥남 등 모든 격전지에서 치열한 혈투를 벌였다.
 

근 70년간 알려지지 않았던 그들의 이야기가, 어느 영국인 기자의 치열한 자료 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이제야 비로소 세상에 빛을 드러냈다. 저자는 한국 전쟁을 '부당하게 잊혔던 전쟁'이라고 평가하며, 한국 전쟁에 참전했던 영국군과 호주군들의 증언을 통해 생생하고 극적으로 되살려냈다.

“영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치른 전쟁 중 가장 인명피해가 컸으며 가장 잔인했던 전쟁은 따로 있었다. 이라크 전쟁이나 아프가니스탄 전쟁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전쟁은 당시에도 주목을 거의 받지 못했으며, 오늘날의 영국인들도 그 전쟁을 거의 모르고 지낸다. 그 전쟁은 다름 아닌 한국전쟁이다.”
 

이제까지 한국인들에게 알려진 한국전쟁의 진실과 참상은 친일과 부정부패, 헌정유린 군사독재로 점철된 한국의 기존 군 관료와 정치인, 언론인과 학자들이(또한 그런 자들을 비호하고 육성한 미국 정부와 언론의) 제공한 '일방적인' 정보였다고 할 수 있다. 영국 정부나 영국인 역시 크게는 그런 범주에서 벗어날 수는 없지만, 저자가 미국정부와 미국인이 아니라는 점에서 읽어볼 가치는 있을 것이다.

물론, 제한된 정보와 관계 그리고 영국인 특유의 편견 속에서 한국인과 중국인 그리고 북의 인민군과 중국인민지원군을 인종주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책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1951년 임진강 전투를 다룬 <마지막 한 발>의 저자인 저자의 이번 신작은 한국전쟁 초기인 낙동강부터 참전했던 영국군 27여단과 장진호 전투에 참여한 41코만도 부대를 다루고 있다. 27여단은 원래 중국 본토의 공산화이후 홍콩 방어를 위해 배치되 있다가 한국으로 긴급 파견되었고 오스트레일리아 대대는 일본에 주둔하고 있다가 병력 완편을 위하여 27여단에 배속된 것이다.

27여단 병사들은 한국 전쟁에서 그들의 용맹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그들이 본 다른 것들도 증언하고 있었다. 미군의 군수적인 풍요로움, 미 공군의 오폭, 사기와 훈련에서 준비가 안된 모습 뿐만 아니라 한국 전쟁의 잔혹함에 대해서는 북한뿐만 아니라 미군, 남한 그리고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도 증언하고 있다.
 

이 전쟁에서 영국군 1087명이 전사했다. 포클랜드 전쟁,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전사자를 모두 합친 수(783명)보다도 더 많다. 책은 영국 제27여단과 41코만도 부대, 그리고 왕립오스트레일리아연대의 참전기를 통해 전황이 가장 격렬했던 1950년 마지막 몇 개월의 최전선 상황을 보여준다.

영국 군인들은 불과 1주일 전에 출발 명령을 받았고, 무기나 보급품도 제대로 없는 상태에서 참혹한 전쟁터에 떨어졌다. 이들은 부산 방어선에서의 전투, 인천상륙작전과 중국의 충격적인 개입, 장진호 전투, 흥남철수작전 등 전쟁의 가장 극적인 순간들을 체험했다. 포로 학살, 마을 소각, 민간인 살해 등 60년이 흐른 지금에야 털어놓는 이야기들도 있다. 한국과 미국에서 말하지 않는 진실, 즉 유엔군과 미군과 한국군에 의한 북한 민간인에 대한 수많은 폭격과 학살의 일부가 드러나 있다.
 

영국은 한국이나 미국, 일본과 달리 북한에 대사관을 설치한 160개 나라 중 하나다. 따라서 이 책은 북한에 대해 아주 적대적이면서 제대로된 정보가 없는 한국인이나 미국인의 한국전쟁 관련 기록이나 책, 즉 일방적이고 편파적인 전쟁관련 정보와 많이 다를 수 있다. 반공, 반북 이데올로기의 눈으로 바라보면 이 저자 역시 ‘종북’이고 ‘빨갱이’일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책 속에서 기록해 보이듯이 한국전쟁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공산주의)라는 이념대립이 동서냉전으로 극한 대립을 펼치기 시작한 1950년대에 불행하게도 냉전의 최전선인 한반도에서 벌어진 내전은 국제전쟁으로 비화되었다. 제국주의 외세들의 협잡으로 일제에게 식민지 강점이 되었고, 그 외세들에 의해 분단이 되었던 한반도로서는 어찌보면 부득이한 일, 즉 필연이었을 것이다.

또한 이념대결의 틈바구니에서 영국군인들이 영국과 미국의 자본가들과 군산복합체 그리고 기득권자들의 이익을 위해 머나 먼 타향으로 전쟁에 동원된 구조적 뭌제에 대한 저자의 인식은 보이지 않는다.
 

저자가 냉전의 관점에서 한국전쟁에서 벌인 영국군의 모습을 저술한 책이지만, 분단도 전쟁도 원하지 않았던 한민족의 입장에서 돌아보면 ‘피눈물이 나는 전쟁’이다. 책의 제목처럼 유엔군과 미군은 ‘움직이는 흰색’이 보이기만 하면 한반도 어느 곳이든 네이팜탄을 퍼부어버렸다. 그 결과로 2천만 명의 한민족 중에서 300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영국군의 활약상 중심의 책의 내용 중에 한민족의 피눈물이 보였다. 한민족에게 더이상 분단이나 전쟁이 도래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이 책은 증언하고 있다.


[ 2016년 12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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