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사람의 철학 이야기 2 일하는 사람의 철학 이야기 2
김세준 지음, 소희 그림 / 615(육일오)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서평] 변혁하고자 하는 사람이 희망이다 <일하는 사람의 철학이야기 2>

김세준 저 <일하는 사람의 철학이야기 2>를 읽고 / 2013. 12., 237쪽, 615출판

'철학'이라는 단어 자체를 어려워하는 학생 등 초보자를 위한 철학이야기...

저자는 대한민국을 ‘자살공화국’으로 만든 중요한 원인 하나를 '철학적 빈곤’이라 주장한다. 만일 자살을 선택한 젊은이들이 올바른 세계관과 가치관, 인생관을 가지고 있었다면, 인류의 역사와 사회에 대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래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면 그들은 "자살이 아니라 보다 생산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빈곤이라는 사회적 폭력과 맞섰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지금 한국 사회에서 대중적 권위를 획득한 유일한 종교적, 철학적 사조는 물신숭배와 황금만능주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모든 것이 교환가치로 전환되는 화폐지배체제에서 철학의 빈곤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철학의 빈곤이 한국 사회를 더 절망적인 상황으로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만큼 올바른 세계관과 가치관을 주는 것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지금 우리 젊은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스펙이 아니라 바로 철학입니다. 우리에게 철학이라는 무기가 있는 한 그 어떤 악조건에서도, 심지어 강제수용소에서조차, 우리는 삶의 전투를 지속시켜 나갈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역사의 승자가 될 수 있습니다."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철학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저자가 출간하고 있는 저서가 바로 <일하는 사람의 철학이야기> 시리즈다. <일하는 사람의 철학이야기> 시리즈 1권은 2011년 말에 출간되었고, 이어 2년 만에 2권이 출간되었다. 우연하게도 필자는 2014년 1월에 1권을 읽은 데 이어 2년 만인 지난 6월에 2권을 읽었다. 
1권에서 저자는 철학의 기원과 개념, 철학의 탄생과 변천, 철학이 다루는 문제, 철학이 인류에게 끼친 영향, 철학이라는 학문 자체에 대해 독자가 가져야 하는 관점, 기존 철학이 해결한 문제와 남긴 문제, 개인의 판단과 행위에서 철학이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했다. 20~30대 젊은이에게는 설득력 있는 호소력과 진지한 내용으로 관심을 끌 수 있을 것 같았다. 
"철학하기의 목적은 세계를 해석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변혁하기 위한 것”이라는 문장이 철학에 대한 저자의 요지다. 230년전 칼 맑스가 선언하던 근본적인 내용은 변하지 않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일하는 사람의 철학이야기> 시리즈 1권이 ‘철학과 세계’에 대한 철학이야기라면, 2권은 ‘사람과 세계’에 대한 철학이야기라 할 수 있다. 저자는 2권의 큰 목차 제목을 “세계의 주인은 누구인가?”, “우리는 누구인가?” 그리고 “세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로 정리했다.

저자는 서구사회를 중심으로 19세기 중반부터 200년을 주도했던 변증법적 유물론과 사적 유물론의 한계를 지적한다. 맑스가 "물질 중심의 근본원리에 철저히 근거해 사람과 사회, 역사의 모든 원리들을 이론적으로 전개하면서 사회의 발전과정에서 사람의 역할을 과소평가하게 되고 본의 아니게 사람을 소외시켰다"는 것이다. 그런 결과가 맑스의 ‘역사발전의 합법칙성’과는 다르게 후발 자본주의 국가와 식민지, 반식민지 국가에서 사회주의 탄생을 가져온 것이다. 
"물질 중심의 철학원리는 사람을 둘러싼 주위세계에 대한 객관적 과학적 해답을 줄 수 있지만, 사람의 본질과 사람과 주위세계의 관계에 대한 해답을 주기 어렵다. 사람의 역사는 자연의 역사와 본질적으로 다르다.”(25쪽)

이에 따라 저자는 ‘사람은 세계를 지배하는 세계의 주인’이며,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것이 사람과 세계에 대한 철학원리라고 말한다. 지금까지의 인류역사를 돌이켜보면, 사람은 세계와 자연에게 영향을 받는 것만이 아니라 세계를 개조하고 변혁하기 때문이다. 이는 “사람이 세계를 개조하고 변혁하는 유일한 존재이며 세계의 운동과 변화 발전에 작용하는 여러가지 요인들 중에서 사람이 가장 결정적인 요인”(31쪽)이라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세계의 주인은 사람’이라고 정의하는 셈이다.
“인류의 철학적 사유는 사람 중심의 근본원리에서 출발할 때 사람의 운명문제에 대한 과학적 해답에 마침내 도달할 수 있습니다. 운명의 길찾기는 사람이 세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지위)를 정확히 알 때 비로소 시작되며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알아야 당당하게 운명과 맞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32쪽)

사람이 동식물과는 달리 자연 등 외부세계로부터 일방적으로 의존하고 규정되는 존재가 아니라는 취지로서 ‘사람은 세계의 주인’이라는 저자의 주장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사람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것이 능동성을 뛰어넘어 자연과 세계를 ‘인간의 소유’라는 의미로 확대되거나 ‘인간의 마음대로 개조시킬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은 공감할 수 없다. 자연과 세계 그리고 지구와 우주는 '인간만의 소유물’도 아니고 ‘인간의 창조물’도 아니기 때문이다. 자연과 세계 그리고 지구와 우주가 없이 인류는 탄생할 수조차 없었으며, 단 한 순간도 생존할 수 없다.
실제 인류가 신과 자연과 세계의 지배에서 벗어난 르네상스 시대 이후, 인류는 ‘자연과 세계의 주인’이라는 오만방자함이 극에 달하여 자연과 세계에 대한 너무도 많은 피해를 주고 엄청나게 훼손시켰다. 근현대사는 소위 선진 자본주의 국가 등 일부 인류의 범죄적 행위로 인해 자연뿐 아니라 대다수 인류에게도 엄청난 재앙을 가져왔음을 보여주었다.

저자는 또한 사람은 ‘사회적 존재’로서, 사회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고 사회적 관계의 영향 속에서 살아가는 동시에 사회적 관계를 주도하고 사회를 개조, 변혁시키는 존재라고 규정한다. “사람은 사회적 관계에 의존할 뿐 아니라 사회적 관계를 지배합니다.”(115쪽) 즉 저자는 리차드 도킨스 등 진화생물학자들이 주장하는 ‘이기적 유전자’가 생물학적 진화 과정에서 인간에게 내재된 것이 아니며, 진화나 유전에 의해 ‘사이코패스적 유전자’가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기적 유전자도 사이코패스 유전자도 자본주의 사회구조와 같은 사회적 관계와 사회경제체제에 의해 형성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의 본성은 ‘남에게 의지함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처리해 나가려는 성질’을 가진 ‘자주적이며 사회적인 속성’이며, 자연과 세계 그리고 사회적 관계를 능동적으로 변화시키는 ‘창조적인 사회적인 속성’라는 것이다. 또한 사람은 본능적이고 맹목적인 동물과 달리 ‘의식’을 가진 존재이기도 하다. 물론 사람의 의식은 개인적, 개별적으로 형성되는 것이라 집단적 사회적으로 학습되고 사회적으로 형성, 변화되는 의식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자주적이고 창조적인 사람(인간)’은 사람 개인이 아니라 집단적으로 조직화된 ‘사람들’을 의미한다. 개인이나 소수가 강압적인 기득권 권력으로부터 자주적이고 창조적으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에 대한 철학적 원리와 사회적 속성에 대한 저자의 주장에 공감하면서도 철학적 원리와 사회적 속성에 대한 저자의 주장은 다분히 선언적이고 규정적이다. 논리적인 과정과 합리적인 설명이 부족하다. 사람, 인간, 인류에 대한 과거 학자들의 장구한 연구와 성과에 대한 비판적인 검토도 부족하다. “자주성이 없는 사람은 생물학적으로는 살아 있어도 사회적으로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125쪽)과 같은 대목에서는 보편적인 인류애를 느끼기도 어렵다.
그런 면에서 사람, 인간에 대한 철학적 논리적 탐구과정은 사회심리학자 김태형의 <싸우는 심리학>과 철학 교수 출신 이병창의 <청년이 묻고 철학자가 답하다>를 통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결론으로 내린 “사람이 희망이다”라는 문장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 2016년 8월 1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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