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사람의 철학 이야기 일하는 사람의 철학 이야기 1
김세준 지음, 소희 그림 / 615(육일오)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추천 [서평] 김세준 저 <일하는 사람의 철학 이야기>를 읽고 / 2011. 12., 261쪽, 도서출판615

이 책은 20년 이상 후배에게 "왜 사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관점에 대해 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을 소개해주기 위해 지인에게 추천받아 읽은 것이다. 칸트나 헤겔, 니체나 플라톤의 책은 읽어보라고 소개하기에는 노력 대비 얻을 게 많지 않을 것 같아서 큰 틀에서 철학 또는 세계관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주기 위해 선택했다.

덕분에 나 역시 오래간 만에 철학, 세계관 또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지천명을 앞 둔 나이에...^^

저자는 "왜 철학이 필요한가?"라는 질문과 함께 철학이야기를 시작한다. 특히 저자는 21세기 들면서 한국사회의 젊은 세대들의 정신적 혼란과 무기력, 일베나 자살(절망)과 같은 극단적인 현상이 나타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를 '철학의 빈곤'에서 찾는다.
"대한민국을 '자살공화국'으로 만든 1차적 원인은 물론 경제적 빈곤이다. 하지만 철학적 빈곤도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이다"(p.04)

한국에서 청년과 청소년들의 자살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한국은 현재 정신과를 찾는 인구 역시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죠) 가운데, 자살이 늘어나는 경제적 빈곤과 빈부격차, 불공정 사회를 바꾸어 희망과 가능성을 심어주는 것이 젊은이들의 자살행진을 멈출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세상은 그냥 바꾸어지지 않는다는 것이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바뀌어야 하며, 자신이 바꾸기 위해서는 저자는 철학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철학은 자신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지적 무기입니다."(p.06)

저자는 고대사회에서 철학이 출현한 배경과 소크라테스 등 유명 고대철학자, 햄릿이나 오이디푸스 등 그리스 희곡, 중국의 사상가에서부터 칸트, 니체와 같은 근대 철학자의 철학이론을 소개하면서 지금까지 인류가 다루어 온 철학이 어떤 사회적 배경이나 계급계층의 필요에 의해 나타났는지 살펴본 후, 철학이 다루는 근본적인 문제를 정리한다.
그가 제기하는 대표적인 철학의 근본문제는 "세계는 무엇으로 구성되었고 어떻게 움직이는가"라 할 수 있다. 단순하게 표현하면 물질과 정신의 문제 또는 존재와 의식의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렇게 물질과 정신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철학을 분류하면 유물론과 관념론으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근대 이후 엄청난 진전을 만들어낸 자연과학의 성과로 인해 물질과 존재가 정신이나 의식에 앞서고 세계를 구성한다는 것과 세계는 끝없이 변한다는 것이 철학의 근본임을 지적한다.
물론 세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철학을 모두 유물론과 관념론으로 간단하게 분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류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개인들과 사회집단,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를 지닌 지구상에서는 유물론과 관념론 뿐 아니라 그 이외에 유물론과 관념론의 중간 어디엔가 위치한 철학도 존재할 것이다. 또한 철학의 근본문제를 물질과 정신의 관계, 존재와 의식의 관계, 또는 세계의 인식가능성이 아닌 다른 관점으로 제기하는 철학사조도 가능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점차 진화한 역사를 돌이켜보면 철학은, 철학이라는 단어의 유래인 '진리에 대한 사랑' 즉 세계에 대한, 세상에 대한, 진리에 대한 추구임에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철학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인류에게 그리고 각 개인에게 여전히 남는 문제는 철학적 물음의 시작인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즉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 문제, 어떻게 살 것이냐의 문제, 개인과 집단의 운명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 철학의 답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즉 사람과 세상과의 관계, 사람이 사회나 공동체에서 어떻게 자신의 삶을 살아갈 것이냐의 문제는 각 개인에게는 행복과 생존을 다투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철학이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제기라 할 수 있다.
기존의 철학들이 사람 개개인의 판단과 의사결정, 행위와 운명에 영향을 줄 수 없기 때문에 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사람들이 판단하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철학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일하는 사람의 철학 이야기>는 서론과 본론의 중간쯤 가다가 멈추었다는 느낌이다. 예상대로 저자가 애초부터 2부작이나 3부작으로 책을 준비했다는 것이고 서점에는 <일하는 사람의 철학 이야기 2>가 출판되어 있다. 이 책을 읽고나니 2부도 읽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래도 이 책은 철학의 기원과 개념, 철학의 탄생과 변천, 철학이 다루는 문제, 철학이 인류에게 끼친 영향, 철학이라는 학문 자체에 대해 독자가 가져야 하는 관점, 기존 철학이 해결한 문제와 남긴 문제, 개인의 판단과 행위에서 철학이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20대 젊은이에게는 많은 정보와 관심을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플라톤이나 칸트, 니체, 헤겔, 마르크스 등 철학을 이끌어온 철학자들의 이론이나 저서를 읽게되었을 때, 독자들이 철학이라는 중심 주제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킬 수 있는 작은 토대를 마련해줄 것이다.

○ 인상 깊은 문장 :
- "자본주의 사회는 사람들에게 극단적인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황금만능주의와 소비지상주의, 자유주의와 쾌락주의 등 온갖 비인간적 가치를 주입하고 있습니다. ... 많은 사람들이 주입된 자본주의의 가치들을 마치 영원불변의 진리처럼 맹신하여 자본의 노리개가 되어 서로를 적대하고 경계하며 삶을 소비하고 있습니다."(p.38)

- "자연과 세계에 대한 사람의 무지와 그로부터 비롯된 공포가 종교를 틴생시켰습니다. 원시적인 종교적 관념은 세계를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하지만 미지의 공포로부터 원시인류를 구원해 주었습니다."(p.46)

- "오이디푸스의 비극은 자신보다 신을 더 믿었기 때문에 성립됩니다. 오이디푸스는 신탁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신탁을 따랐기 때문에 인류 역사에서 가장 끔찍한 비극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습니다. 오이디푸스 왕은 운명을 거부한 자의 비극이 아니라 운명의 노예가 된 자의 비극입니다"(p.75)

- "유대인대학살은 니체의 철학적 상상력과 히틀러의 정치적 실천력이 빚어낸 인류 역사의 훙측한 괴물입니다. 공교롭게도 지금은 유대인들이 신의 이름으로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에게 똑같은 범죄를 되풀이하고 있습니다."(p.93)

- "사람은 물질적 존재이지만 자체에 의식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의식의 세계는 오직 사람과 사람의 실천을 통패서만 현실로 나타납니다. 때문에 세계를 물질과 의식의 두 측면으로 나누면 사람과 사람의 실천을 위치가 애매해집니다."(p.119)

- "세계에 존재하는 것은 오직 물질뿐입니다. 세계에는 물질 이외에 그 어느 것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세계는 물질로 통일되어 있습니다. 의식은 물질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또 하나의 세계가 아니라 물질운동의 특수한 결과일 뿐입니다. 의식은 사람의 두뇌작용에 의해서만 발생합니다."(p.150)

- "지구는 시속 1,670km의 속도로 자전하면서 동시에 시속 108,000km의 놀라운 속도로 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습니다. 지구 위에 지구보다 빠른 물체는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태양계는 우리 은하계의 중심을 초속 230km로 돌고 있습니다. 지구는 적어도 3가지의 회전운동을 동시에 하고 있습니다. 이 운동은 지난 45억년 동안 단 1초도 멈추지 않았고, 앞으로 50억 년 동안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만일 지구가 운동을 멈춘다면 그 순간 지구는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운동은 지구의 존재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도 인류도 마찬가지입니다."(p.197)

- "영화뿐 아니라 사람의 모든 창조물은, 그것이 전적으로 사적인 노동의 결과물일지라도, 본질적으로 '사회적'인 것입니다. 그 어떤 뛰어난 개인도 혼자서는 아무것도 창조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탁월한 천재도 자신의 힘만으로는 세계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습니다. 그 어떤 새로운 발견도, 획기적인 발명도, 천재적인 창작도 인류가 차려놓은 밥상에 그저 숟가락만 얹은 것 뿐입니다."(p.245)

[ 2014년 2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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