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슬픔 - 군국주의, 비밀주의, 그리고 공화국의 종말
찰머스 존슨 지음, 안병진 옮김 / 삼우반 / 2004년 3월
평점 :
품절


강추!! [서평] 찰머스 존슨(Chalmers Johnson) 저, 안병진 역 < 제국의 슬픔 The Sorrows of Empire 군국주의, 비밀주의 그리고 공화국의 종말>를 읽고 / 2004. 03., 470쪽, 삼우반


일방주의와 선민의식에 가득찬 미국 내에서 그나마 양심적인 지식인에 속하는 찰머스 존슨(전 샌디에이고 대학 교수)은 이 책에서 미국이 군국주의와 비밀주의로 가득찬 '제국'이며 지구상 주요 분쟁지역의 원인 제공자이고 그로 인해 스스로 멸망을 재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제국주의로서의 미국의 영향권 내에 존재하는 국가 중에서 당연히 한국이 포함되며,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미국의 영향이 워낙 막대하기 때문에 미국의 대외정책을 알지 못한채 한반도의 정세, 남북관계를 이야기하는 것은 말 그대로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한 셈이다.


이 책은 정치외교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관련된 시람이라면 진보나 보수를 떠나 모두가 한 번쯤 읽어야할 필독서다.(품절이라 도서관에서 빌려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ㅎㅎ)


존슨 교수가 이 책에서 내린 결론은 미국이 군국주의이고 제국주의라는 것이다, 제국이되 영토적 식민지배를 통해 유지하는 전통적 제국이 아니라 광범한 군사기지를 통해 지배하는 새로운 형태의 ‘군사기지 제국’이다, 는 것이었다.

그리고 전 세계 737개에 이르는 미국 군사기지(실은 1천개쯤 된다, 존슨은 그 추산의 근거로 영국과 보스니아 지역 등에 설치된 중요한 미국 군사정보기지들, 미국과 유럽을 오가는 모든 이메일과 전화와 팩스를 감청하고 분석하는 시설과 인력을 갖춘 거대한 미군기지들은 미군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해외 미군기지 737곳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사실 등을 들었다.) 설치지역 또는 국가는 사실상 미국의 식민지라고 존슨은 얘기한다. 즉 현지 미군기지들을 지휘 통솔하는 미 주둔군 사령관은 로마 공화정 몰락기와 그 이후 제정기의 지방총독과 같은 존재라는 게 찰머스 존슨의 생각이다.

그의 설명에 따른다면 워싱턴이 임명하는 대한민국이란 '지방' 담당 '총독'은 누구인가? 전시작전권을 미국에 영구히 내어주자고 주장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번 한미 정상회담 전후 과정을 보면 저자의 주장이 결코 헛소리라고 느껴지지 않는 것이 나만일까?


존슨 교수는 미국의 군국주의와 제국주의가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동아시아와 한반도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교묘하게 작동하는지 구체적인 사례와 정보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북한과 미국의 갈등과정에서 미국 백악관과 군국주의자들의 무모하고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폭로하고 있으며, 미국의 대외정책이 기초적인 상식과 합리성을 얼마나 쉽게 무너뜨리면서 진행되는지에 대해서도 고발한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나의 블로그에 정리되어 있다. < 미국 군국주의의 역사 > http://blog.daum.net/hy2oxy/8691500, < 21세기 미국 군국주의(제국주의)와 중국 > http://blog.daum.net/hy2oxy/8691506, < 군국주의 & 제국주의 미국과 한반도 > http://blog.daum.net/hy2oxy/8691509


저자는 미국의 군국주의와 제국주의에 수반되는 타락을 “제국의 슬픔”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다음과 같은 4가지 슬픔이 미국에 도래한다고 그는 지적한다. 첫째로, 항구적인 전쟁 상태가 지속될 것이고, 이로 인해 미국에 대한 테러가 더 많이 발생할 것이다. 둘째로, 의회는 완전히 무력화되고 사실상 펜타곤이 행정부를 장악함으로써 민주주의는 실종될 것이다. 셋째로, 진실성의 원칙 대신 선전 체계와 허위 정보, 그리고 대규모 군대에 대한 찬양이 들어설 것이다. 끝으로, 거대 군사 프로젝트에 자원이 집중됨에 따라 경제는 파산하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대안은 없는가? 미국의 군국주의와 제국주의에 대한 방대한 분석과는 달리 저자 찰머스 존슨이 미국인들에게 제시하는 대안은 극히 간단하다. 다음과 같이 의회 개혁을 촉구하는 구절이 그 전부이다. “국민들이 의회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하고, 의회를 특수한 이익을 가진 자들의 포럼으로 전락시킨 부패한 선거법을 의회와 함께 개혁하여, 그래서 진정으로 민주적인 대의 기구로 거듭 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펜타곤과 비밀 정보 기관들에 대해 돈줄을 끊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이러한 “혁명”과도 같은 의회 개혁이 실제로 가능하게 될지 “상상하기 어렵다.”고 덧붙인다. 저자의 불길한 전망은 세계의 암울한 미래로 연결된다. 100년 전에 시작되어 2차 대전 후 50년 동안 강화되다가 9.11을 계기로 완전히 고착화 된 미국의 군국주의와 제국주의의 추세는 설령 차기 선거에서 부시 행정부가 물러나게 된다고 해도 그리 달라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존슨 교수의 예언대로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2009년 이후 지금까지 미국의 군국주의, 제국주의 행보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의회와 언론, 대기업 등 주류세력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미국은 앞으로 로마제국의 전철을 밝을 것인가?


존슨 교수가 원래 사회주의자나 반미항전의 전사였을까? 절대 아니다. 그는 원래 소련을 악의 제국으로 본, 미 중앙정보국 국제정세 분석 자문관을 오래 지낸 자칭 '냉전의 전사'였다. 그런 그가 말년에 미국을 제국주의국가로 규정하면서 '제국의 기수'였던 자신을 반제반전 평화의 기수로 탈바꿈시킨다. 이 극적인 노선수정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캘리포니아 대학에 오래 교수로 있으면서 주로 일본과 중국, 그리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정세분석을 해주던 중앙정보국 분석관 노릇도 한 그가 이름을 알린 것은 ‘개발국가(developmental state)’라는 개념으로 일본의 정치경제적 특성을 분석하면서 일본을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모델로 본 기존 미국학계를 비판한 수정주의 일본연구의 금자탑 <통상산업성(통산성)과 일본의 기적>(1982), 그리고 중국 마오주의를 분석한 <농민 민족주의와 공산주의 권력>(1962) 덕이었다.

하지만 그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것은 그의 말년의 저작들인 <오키나와-냉전의 섬>(1999), <블로우백(Blow-back 역풍)- 미 제국이 치른 비용과 그 귀결>(2000), <제국의 슬픔-군국주의, 비밀주의, 공화국의 종말>(2004), <네메시스 Nemisis- 공화국 미국 최후의 날들>(2006) 등인데, 특히 ‘역풍 3부작’이라 불린 뒤의 3권이다.

존슨을 반제반전 쪽으로 돌아버리게 만든 것은, 냉전붕괴 뒤 군비해체가 아니라 오히려 군비를 더욱 강화하면서 자신의 경제적·정치적 욕구를 군국주의·비밀주의를 통해 달성하려 한 미국 지배세력의 제국주의적 야심과 그로 인한 비극,그리고 1995년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원들의 12살 소녀 집단성폭행사건 현지조사를 통해 깨달은 미 군사기지의 무참한 본질이었다.


존슨 교수는 미국 군국주의(제국주의)자들의 이라크 침공 이후 북한의 전략 변화와 북미 관계, 그리고 저자의 한국에 대한 놀라운 정보력과 우려를 보여준다. 그 중에는 미국 행정부와 미군 기지의 지배, 상징성에 대해 한국인들보다 더 우려하고 있다. 2013년 현재도 남아 있는 용산 미군 기지가 1894년 일제가 동학농민 혁명을 무력을 짓밟으면서 일본군이 점령한 땅이었고, 미군이 전리품으로 그 자리에 그대로 눌러 앉은 것이라는 것을 한국인들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전 세계 약소국들의 핵 보유를 부추기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만행을 고발하는 찰머스 존슨 교수. 그는 오히려 한국인들보다 한국인들을 더 믿고 염려한다. 그래서 2010년 작고한 그가 고맙고 존경스럽다.


미국 행정부, 미국의 정치인, 미국의 군산복합체와 군국주의자들이 전 세계에 저지르는 횡포와 전횡에 대해 우리는 알아야 한다. 알고 나서 생각하고, 알고 나서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행태는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한반도와 남한에도 좋지 않은 결과를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 인상 깊은 문장

 

"미국의 해외 군사 기지는 구조적으로, 법적으로, 그리고 개념적으로도 식민지와는 다르지만, 완전히 피점령 국가의 사법권 밖에 있다는 점에서 초미니 식민지 같은 것이다. 물론 언제나 미국은 표면상으로 독립적인 '주인' 국가와 '주둔 미군 지위에 관한 협정(SOFA)'을 맺었다. 이는 19세기 제국주의자들이 중국에서 주장하고 실천했던 '치외법권'의 현대적 유물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에서 군국주의적 풍조가 최초로 등장한 때는 19세기 말이었다. 1898년 미국-에스파니아(스페인) 전쟁을 전후하여 전쟁 전 언론 조작으로 대중들에게 전쟁 열기를 고취시켰던 반면, 필리핀에서 미군이 저지른 잔혹 행위와 전쟁 범죄는 은폐되었다.
전쟁의 결과 미국은 첫 식민지를 얻었고, 처음으로 군 참모진이 구성되었다. 당시 미국의 '주전론' - 의기양양하고 호전적인 쇼비니즘의 대중적 감성에 다름 아닌 - 은 대영제국의 비슷한 풍조를 본받은 것이었다."(p.63)

 

"제1차 세계대전이 미국 제국주의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토대를 낳았다면, 제2차 세계대전은 군국주의의 성장을 가속화시켰다."

 

"그러나 냉전이 시작되고 직업 군인 계층이 등장하게 됨에 따라 2차 대전 당시의 특징적인 많은 규범들이 다시 살아나고, 군수 산업은 완전 가동되었다. 1950년에서 2003년까지 미국은 광범위한 군 동원의 시기를 4차례 경험했고, 이와 함께 무기 구매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무기 구매가 최초로 이루어지고 또 절정에 달했던 시기는 한국전(1950~1953) 때였지만, 이 시기 도입한 무기의 일부만이 한국전에 투입되었다. 대부분의 돈은 핵무기 개발과 영국, 독일, 일본 및 남한 등지에 당시 건설 중이던 거대한 냉전 요새에 투입되었다. 국방비는 1950년에 1,500억 달러(2002년 가치로 환산)에서 1953년 5,000억 달러로 증가했다. 두 번째 군비 증간 시기는 베트남 전쟁 때였다. 1968년 국방비 지출은 2002년 가치로 4,000억 달러 이상이었다."

 

"군국주의의 시작은 흔히 3가지 광범위한 지표로 나타난다. 첫 번째는 직업 군인 계층의 출현과 이들의 이상에 대해서 계속해서 미화하는 것이다. ... 두 번째 정치적 특징은 다수의 군 장교들이나 군수 산업 대표들이 정부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 세 번째 특징은 군비가 국가의 최우선 정책 과제로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미국)는 공산주의에 대항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라도 보호할 책임이 있다고 믿는다. 이것은 제국주의적 야심은 아니지만, 우리 나라로 하여금 제국주의적 수단을 쓰도록 하고 있다. 즉 전 세계에 주둔하고, 대상국 정부와 정치가들에게 지원금을 주고, 말 안 듣는 국가에는 경제 제재나 무력을 행사하고 국무부나 국제개발국,CIA 같은 기구가 조종하는 식민지 관리들로 구성된 군대를 고용하는 것이다. 점차 우리의 재국에 익숙해지고 그에 따른 즐거움을 알게 되면서, 우리는 지국의 제도와 이론을 당연시하게 되었다. 사실 이것이야말로 확신에 찬 제국주의 권력의 징표이다. 제국의 옹호자들은 제국이 관리되는 방식에 대해서는 논쟁을 벌여도 제국 자체의 가치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하는 법이 없다. 제국으로 통치자들이 가장 이익을 본다는 점에 대해서도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다"

 

"BMD 지지자들은 시스템이 결코 중국을 향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중국이 정말로 미사일 방어에 대해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무기 통제 및 국제 안보 관계를 담당하는 존 볼튼 국무부 차관은 말한다. 그러나 방어용이라는 말은 전적으로 사실이 아니다. 그리고 대만의 정세가 바로 BMD 계획의 핵심에 있다."(p.122)

 

"중국이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미국의 위성국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공화당의 고집불통들이 작고 빈곤에 찌들어 있으면서도 완강히 저항하는 북한 정권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더 큰 애를 먹었다. 2002년 1월 29일 연두 교서에서 부시는 미국이 예방책으로 '제거'할 것을 고려하고 있는 몇몇 국가들 중에 북한을 포함시켰다. 2003년 4월 바그다드의 함락과 함께 미국의 이라크 '해방'의 과정에서 '충격과 공포' 및 유혈 학살 국면이 종식되었다. B-1, B-2, B-52 폭격기들과 페르시아 걸프 지역의 수송기들, 크루즈 미사일을 탑재한 수많은 함선과 잠수함들로 구성된 미국의 완벽한 무적함대와 카타르에서 에어컨 시설이 된 텐트에서 전쟁에 임했던 지휘 통제 본부가 재배치를 위해 해체되었다. 성공적인 전쟁 수행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이들은 다음 번 타깃으로 - 중동이 아니라면 - 북한을 택할 수도 있다.
북한도 같은 생각에서 조지 부시가 자신들에게 공격 명령을 내릴 계획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은 새로운 로마로 위장한 미국이 스스로 만들어 낸 이 파괴적인 상황을 잘 보여 주고 있다."(p.125~126)

 

"1994년으로 되돌아가서 미국은 평양 정권이 러시아 산 낡은 원자로에서 나온 부산물로 플루토늄을 추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북한이 원자탄 몇 개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 때문에 촉발된 위기는 그 해 '협정 안(Agreed Framework)'이라고 기묘한 제목이 붙은 것으로 해소되었다.
평양이 구 원자로를 쓰지 않겠다고 서약하고 국제원자력위원회(IAEA)의 조사를 허락한 대가로, 미국과 동맹국들은 무기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핵 분열 물질을 산출하지 않는 두 개의 원자로를 제공해 주고, 고립된 북한과 외교,경제적 관계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은 또한 북한에 원유를 공급해서 원자로 폐쇄로 부족한 에너지를 대체하도록 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북한에 자체 에너지원이라고는 없다.) 그러나 3년 동안 클린턴 행정부는 협정의 이행을 중단했다. 주민들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고도로 군사화 된 북한 정권이 단지 붕괴되기만을 기대했던 것이다
1990년대 말까지 이러한 팽팽한 긴장 관계는 교착 상태에 있었다. 2000년 6월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은 미국과 한 마디 의논도 하지 않고 독자적인 행동을 취했다. 평양으로 역사적인 화해의 길을 떠났던 것이다. 한반도에서 마지막 냉전의 흔적을 씻어 버리고자 노력한 그의 평양 방문으로 돌파구가 뚫렸고, 그는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더욱 중요한 점은 김대중 대통령의 시도가 한국 국민들의 기대를 한껏 고취시켰다는 사실이다. 이는 마치 1971년 리처드 닉슨이 중국을 방문하며서, 수백만 미국인들의 기대를 받았던 것과 같았다."(p.126)

 

"2002년 9월 부시 행정부가 국가 안보 전략에서 '예방 전쟁'을 일으킬 권리를 주장했을 때, 북한의 김정일은 이 수사법을 현실로 받아들였다. 미국이 이라크 국경 지대에 이라크 침공 세력을 규합하기 시작하고 나서 실제로 침입하자, 북한은 미국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던 유일한 방식으로 스스로를 대비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핵 확산 금지 조약에서 탈퇴하고, 국제 사찰관들을 추방했으며, 이전의 원자로를 재개했다."(p.127)

 

"여기서 결코 잊혀지지 않고 있는 한반도의 과거 역사를 잠깐 살펴보자. 1945년 미국이 한반도 남반부를 점령하고 '대한민국'을 세운 이래로, 남한에서는 강력한 군대가 유지되었다. 2002년에 미국 국방부는 남한 내에 있는 국방부의 자산과 인력으로 101개의 군 시설과 37,605명의 미군, 2,875명의 미국 민간인들이 근무하고 있으며, 7,027명의 미군 가족이 거주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미군 시설에는 한국 전쟁 당시 K-55로 알려졌던 오산 공군 기지 - 현재 제7 공군 사령부이다 - 와 한국 서해안에 있는 군산 공군 기지 - 주요 기지이다 - 가 있다.
그렇지만 남한에서 가장 놀랄 만한 시설은 용산 육군 주둔지이다. 미국의 문화적, 역사적 무신경을 그대로 드러내는 이 곳은 1894년 들어선 구 일본군 사령부가 있던 자리로서 일본의 한국 지배에 대한 증오를 상징하는 곳이다. 원래 구 서울의 변두리 지역이었지만, 지금은 인구 밀도가 높은 수도 한복판에 630평방 에이커의 노른자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용산 기지는 1945년 이래로 미 군사 작전 사령부가 위치했다."(p.129~130)

 

"의심할 여지없이 (2003년) 미국의 계획은 한국 정부와 한국 국민들에게 공포심을 불어넣고자 의도했던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우려는 미군 병력의 갑작스런 재배치는 북한에 대해 선제공격을 준비하는 것의 일환으로 보여질 뿐만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불길하게도 부시 행정부는 '한국에서 필요한 경우를 대비해서' B-1, B-52 전략 폭격기를 괌에 배치했다. 그리고 이후 몇 대인지 숫자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최근 완료된 군사 작전을 위해 배치한 F-117 스텔스 전투기와 F-15E 이글 편대를 계속 한국에 남아 있게 한다고 발표했다. 레이더망을 피할 수 있는 F-117기는 영변 핵 시설을 포함해서 북한 내 여러 목표물을 공격하는 데 적합한 기종으로 알려져 있다.
F-117기가 마지막으로 한국에 배치되었던 때는 1994년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에 '국부 공격(surgical strike)'을 기도했던 때였다. 당시에 고조되었던 위기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고, 김정일과 직접 협상을 벌여 평화롭게 넘길 수 있었다."(p.132)

"부시 행정부는 미국의 '정밀 유도 미사일'로 한국인들의 '예방 전쟁'에 대한 두려움을 완화하고자 하고 있다. 정밀 유도 미사일로 양국의 고도로 훈련된 전투 병력과 민간인 사상자의 발생을 피할 것이며, 미국의 폭격에 살아 남은 북한 주민들이 미국과 한국을 해방군으로 맞아 들일 것을 확신한다는 식으로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훨씬 더 잘 알고 있으며, 따라서 예방 전쟁이 필요하다는 미국의 생각에 동조할 것 같지는 않다. 이라크 전쟁이 남긴 한 가지 확실한 유산은 미국의 정치, 군사 지도자들은 더 이상 믿을 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p.133)


[ 2013년 5월 1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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