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행정부와 북한 - KISON REPORT 1
이흥환 엮고지음 / 삼인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서평] 이흥환 편저 <부시행정부와 북한>을 읽고 / 2002. 08, 251쪽, 삼인

지난 20여년 동안 북한의 핵과 미사일(로켓)의 개발, 실험, 배치를 막겠다고 시작된 남과 미국의 대북 제재와 압박은 결국 성공하지 못한 채 전쟁위기만 고조된 상황에 봉착했습니다. 과연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2009년 등장한 오바마 행정부는 '전략적 인내(일부에서는 북한의 자체 붕괴 기대라고 평가하는..)'를 대북 정책의 기조로 내세우면서 지난 4년간 북한에 대한 봉쇄와 압박만 계속했을 뿐 이렇다할 노력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오바마 이전에 북한과 협상을 진행한 클린턴과 부시 행정부가 어떻게 대북 협상을 진행했을까요? 다시 대화만 사작되면 전쟁위기가 도래하지 않을까요?

한반도라는 섬에 갇힌 한국인 대부분은 미국 정치외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습니다. 간혹 연합뉴스나 조중동 등이 선별하여 보도해주는 정보만 듣고 미국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듯 생각하죠. 한쪽 시각에서 편집된 정보를 오랫동안 접하다보면 '주장'이 '사실'로 머리 속에 각인되어 다른 사실이나 관점을 받아들이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경상도 지역의 유권자와 저소득층의 투표 패턴이 대표적인 사례죠.
예를 들어 한국인들은 조지 부시가 2001년 처음 표현한 '악의 축'이라는 단어나 개념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데, 실제 부시 대통령의 연설에 등장한 '악의 축'이라는 개념이 부시 행정부에서 어느 정도 정책연구를 통해 등장한 것인지, '악의 축' 발언 이후 미국 정계와 언론, 전문가들 사이에서 어떤 평가가 있었는지 모릅니다.

저자인 이흥환 연구원은 부시 행정부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된 2002년 이 책을 통해 1980~1990년대의 북미의 외교 과정에 대해 분석하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전쟁위기의 원인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그는 그 책에서 주로 당시 미국 내 전문가의 칼럼이나 논평을 번역하여 옮겼고, 마지막 장에 자신의 의견을 덧붙였습니다. 블로그에 다섯 개의 칼럼을 옮겨놓았습니다.(http://blog.daum.net/hy2oxy/8691485)
대표적인 대북 전문가 몇 명(리온 시갈 Leon V. Sigal, 셀릭 해리슨 Selig S. Harrison 등)이 미국 유력 언론(LA타임즈, 헤럴드트리뷴리뷰, 워싱턴 포스트, 보스턴 글로브 등)에 발표한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기고문 등을 묶은 것입니다

기고문에서 칼럼니스트들은 부시 행정부와 공화당이 클린턴 행정부와 북한 정부의 합의사항을 아무런 이유 없이 무시하고, 북한에 대한 적대감에 기초하여 봉쇄정책과 위협정책을 지속하면서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매달릴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음을 지적합니다.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서는 클린턴 정부가 북한에 제공키로 한 에너지 비용에 대해 미국 의회를 설득하지 못하여 합의서를 이행하지 못했습니다. 2000년에 또 한 번... 부시 행정부는 클린턴 행정부의 합의서를 뭉게대가 2001년 9.11 테러 이후 적대정책으로 돌변하였고 남한과 미국 내 여론에 밀려 2007년 6자 회담에서 북한과의 합의했지만 합의 이행을 지연했습니다.
시갈과 해리슨은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을 더 이상 지속할 이유도 명분도 없음을 지적하며, 적대정책과 군사적 위협이 결국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도록 유도하여 장기적으로 지구상의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확산시키는 재앙을 초래할 위험성이 크다고 부시 행정부를 비판합니다.
결론은 1994년 제네바 기본 합의서와 2000년, 2005년, 2007년 공동선언을 이행하는 것에서부터 북미 관계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이죠.

21세기 한국사회가 외세의존적 기득권 중심의 사회가 된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100년전 일제 강점기와 친일파, 분단과 한국전쟁 등 근현대사를 모르면 이해하기가 어렵죠. 마찬가지로 현재의 전쟁위기는 지난 60년간 북미 갈등 상황과 협상과정을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면에서 독자들에게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저자나 칼럼니스트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몰랐던 사실 관계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칼럼의 내용은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비판적인 내용입니다. 한국인이 항상 언론에서 접하는 것이 부시 행정부 등 권력자의 의견이니 다른 의견을 들어야합니다. 더군다나 의견 보다 중요한 것이 기사 중에 존재하는 '팩트'입니다. 한국만큼 팩트에 무심하고 팩트 보다 '진영과 정파의 주장' 그리고 '증오'에 매몰되는 사회도 없으니까요. 자칭 보수도 자칭 진보도...

독자들 중에 1994년 전쟁의 위기까지 갔다가 극적인 협상으로 평화적인 분위기와 협상을 이어오던 북미 관계가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계신 분이 있나요? '선과 악의 이분법'이나, 보수나 진보, 자유와 민주라는 이념이나 정파를 떠나서...
북한이든 미국을 옹호하거나 비판하거나 기본적으로 사실관계에 기초해서 시도해야겠죠. '잘 알지도 못하면서' 과거에 알거나 공부하던 정보(지식)를 토대로 선입견을 가지고 감정과 흥분에 휩싸이는 글들을 보면 무척 안타깝습니다.

"그후 20년 동안 300명의 북한 핵 과학자들이 소련에서 교육을 받았다. 소련의 이러한 도움은 두 갈래의 핵 프로그램을 가동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평양은 전력을 얻기 위해 핵에너지를 사용한다는 중대한 시도를 하는 동시에 비밀리에 군사용 핵 작전을 추진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미국이 의심의 눈초리로 보기 시작한 그 원자로는 소련이 제공한 영변 원자로의 확대판이었다.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이 시작된 것도 역시 1960년대였다. 모스크바가 이때 단거리 스커드미사일을 제공했고, 그후 북한 과학자들에 의해 장거리 미사일로 개조되고 재설계된 것이다. 
냉전 기간에 미국의 지속적인 북한 '과도 억제'는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야망을 자극한 셈이었다. 펜타곤은 세계 어느 곳에서든 미국의 핵무기가 배치되어 있는 곳을 밝히지 않으면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정책을 고수했다. 그러나 1975년 6월 20일, 슐레진저 국방 장관은 공개적으로 남한의 핵 존재를 확인하는 발언을 했다. "유럽과 한국의 우리 병력에게 핵무기가 배치되어 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라고 보며, 미 대통령이 조건에 따라 사용할 것이다."" (p.67)

[ 2013년 4월 1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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