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며 노래하며 아파하다
이정희 지음 / 알다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서평] 이정희 저 < 사랑하고 노래하며 아파하다 >를 읽고 / 2010. 02., 300쪽, 도서출판알다


대통령 선거 후보의 2차례 TV토론으로 유권자들에게 한국현대사의 본질을 알려주고, 서민과 약자들의 아픈 삶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 한 때 주류 언론에 의해 땅바닥 아래까지 실추되었던 그가 이제는 직접 TV를 통해 당당하게 유권자들에게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SNS와 인터넷, 딸아이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이정희 후보가 TV토론을 통해 보통의 유권자들에게 인정받은 것 이상으로 학생들과 아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항상 식상한 정치인과 언론인만을 TV에서 보았던 그들, 일방적 주입식 교육이 주류를 이루고 토론다운 토론의 모범적인 사례를 경험해보지 못했던 초등,중등학교 학생들이 이정희 후보를 통해 토론과 정치의 참맛을 알았던 것이다. 아이들의 순수한 눈은 속일 수 없다. 비록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이정희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없지만, 그의 앞길에 희망이 보이는 이유다.

그런데 그는 어떻게 그런 소신과 마음과 정책을 가지게 되었을까? 그동안 소문으로 이정희 후보(의원)가 '토론을 잘한다'고만 들었다. TV토론을 지켜보고 나서 이제는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급궁금해졌다. 그래서 첫 번째 TV토론을 보자마자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원래 이 책은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저서를 읽은 후, 세 번째 야권후보이자 진보정당 후보인 이정희 후보의 저서를 순서대로 읽기 위해 준비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이정희 후보의 토론 실력의 비결을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1차 토론에서 보여준 그의 분노와 용기, 2차 토론에서 보여준 한국의 서민들, 약자들, 박해받는 자들을 향한 그의 비통한 표정과 절실한 목소리의 이유는 조금 알 것 같았다.

이 책은 2010년 2월에 출간되었다. 이정희 후보가 2008년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2년간 경험했던 국회활동과 2009년 촛불시위, 그가 국회의원으로서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이정희 의원은 이 책을 통해 때로는 잔잔한 에세이로, 때로는 강렬한 정치 비평으로 세상을 향한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 책은 보통의 정치인들이 출간한 책과 다르다. 책 속의 대부분의 내용이 자신에 대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난 사람들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사회의 어두운 구석에 내몰려 있는 사람들,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 부당하게 억압받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을 만나 그들의 아픈 이야기와 그 아픔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던 일들이 자신의 느낌과 다짐 속에서 기록되어 있다.
기륭전자, 쌍용자동차 사태, 이주 결혼 여성의 죽음, 고리 사채로 망신창이가 된 주부, 특수고용노동자의 죽음, 대학 청소 노동자, 용산 참사, 재개발구역 할아버지의 죽음, 철도노조를 위한 변명, 동두천 성노동자의 아이들, 장자연 사건 등...

그리고 이정희 의원은 한국의 입법부, 비상식적이고 무책임한 국회 운영과 국회의원들의 자질을 숨김 없이 독자들에게 고발한다. 대화와 토론, 협의나 합의의 노력도 없는 여당, 국회 상임위와 본회의에 상정된 법률안을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거수기로 전락한 국회의원들, 법안이 재벌을 위하는지 서민을 위하는지 구분하지 못하는 의원들, 행정부의 감시자 및 견제자 역할은 고사하고 보호하는 데 급급한 여당 의원들, 법과 대법원 판례도 무시하는 행정부 관료와 국회의원들, 유권자들과 약자들에 대해 눈꼽만큼의 애정도 가지고 있지 않은 의원들... 한심하기 그지 없는 입법부. 한마디로 '봉숭아 학당'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에는 그동안 이정희 의원의 활동에 영감을 주고 도움을 주셨던 분들에 대한 감사의 부분도 담겨 있다. ‘내가보는 이정희’라는 부록을 통해서 현장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진 것이다. ‘내가보는 이정희’에는 쌍용차노동자, 기륭전자 비정규직, 용산참사 유족, 촛불 네티즌이 참여했다.

나는 그동안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이거나 그런 지위를 향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저서를 여러 권 읽었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활약과 성과, 자신이 어떻게 성공적으로 인생을 거쳐 왔는지 자랑(?)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정치인들의 책은 후원금을 주고서 받은 것이든, 선물로 받은 것이든 대부분 목차만 대충 본 후에 책꽂이에 던져 놓던지, 아니면 이사하면서 버렸다.

2009년 국회의원 첫 해부터 언론과 정치평론가들로부터 가장 돋보이는 의정활동을 펼친 의원이라는 평가와 조사 결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나 역시 그런 언론 기사를 기억한다. 그렇지만 이 책 안에는 자신의 의정활동의 백미를 장식하거나, 자신의 성과와 성공사례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잘 못한 사안들, 부족했던 활동, 실패했던 내용을 반성하고 다짐하는 것들이다.
이정희 의원은 “2년이 채 되지 않는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시계바늘은 급작스럽게 거꾸로 돌았고 눈물겨운 일들이 끊이지 않았다”면서 “민주주의와 인권이 무너지는 것에 대해 후회하고 성찰도 컸다”고 회고했다. 이정희 의원은 “2010년부터는 절대로 지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우리 아이들에게 다가올 미래”에 대한 메시지도 담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바로 우리들 스스로의 가슴 속에서부터 만들어지는 희망“이며 그 희망은 촛불의 거리를 지나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눈물, 쌍용차 파업현장에 대한 분노, 용산 재개발지역 철거민의 죽음에 대한 애도로 이어지며 성찰과 반성을 통해 얻어진 것이다.

1부 ‘죄송합니다’는 이정희 의원의 정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수필들이 주로 실렸다.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들의 처지를 돕기 위해 분주히 활동하면서도 늘 마음속에는 죄송함을 간직하고 있는 이정희 의원의 모습은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국회의원의 모습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2부 ‘둥근 지붕아래의 진실’은 이정희 의원이 국회 안에서 경험한 일들이 주로 실렸다. 집권 여당의 횡포에 맞서 서민을 위한 정책과 민주주의를 회복시키기 위한 눈물겨운 투쟁이 기록되어 있으며, 지난 2년간 국회에서 전개되었던 부자 감세 정책, 금산 분리, 비정규직법 개악, MB 악법 등에 관한 이정희 의원의 정치철학을 엿볼 수 있다. 

3부 ‘광화문에서’는 촛불정국 이후 새롭게 등장한 ‘거리의 정치’를 보여준다. 포토에세이 형식으로 구성되었고, 다른 장들과 달리 시각적인 메시지를 중시했다. 이 장에서 독자들은 이정희 의원이 얼마나 국민의 목소리를 중시하는지, 글이 아닌 눈으로 확인하게 될 것이다.

4부 ‘흔들리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는 꽃’의 일부 구절을 제목으로 인용했던 만큼, 이정희 의원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장이다. 이 장에서 이정희 의원은 가족과 동료, 한 시대를 열정적으로 살았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어느 평온한 휴식의 순간 등에 대해 사색하고 사색해 일상의 소중함과 가치를 추구하는 삶 등에 대해 서술했다. 

5부 ‘진보정치통합, 반MB연합에 대한 생각들’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직접적으로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정치 이슈를 다루었다. 이정희 의원은 진보정치 통합을 위해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의 통합을 얘기하는 한편, 반MB연합에서 민주당의 역할, 민주노동당의 역할 등을 서술하며 그동안 안팎으로 주장해 온 통합과 연대의 방안을 제시했다. 5부의 내용은 비단 지방선거에만 국한되지 않고 향후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 진보적 가치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 국민과 함께 희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한 지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 2012년 12월 1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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